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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인회 반세기 회고와 50년 미래의 비전
뉴욕 한인회 반세기 회고와 50년 미래의 비전
  • 김일평 코네티컷대 명예교수
  • 승인 2013.06.03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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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 교수 회고록(49) 새로운 고향, 코네티컷주립대 시절 4

이번 차례에서 소개할 두 개의 글은 뉴욕한인회 회장의 청탁을 받고 집필한 글이다. 먼저 ‘뉴욕한인회 지난 반세기 회고와 50년 미래의 비전’ 부분(이 부분은 필자가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회고록의 전체 구성을 위해 그대로 싣는다. 시점은 당시 이 글을 발표할 무렵의 시점이다. 편집자주)을 먼저 소개한다.

 

 뉴욕한인회는 2010년 11일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강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필자는 1950년대 콜럼비아대 대학원의 대학원 학생으로 있을 때 ‘뉴욕지역 한인 학생회장’에 당선된 일이 있었다. 나는 한국학생회 회장으로서 1960년 뉴욕한인회가 창립될 때 집행위원회 (현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때문에 나는 뉴욕한인회의 지난 50년을 돌이켜 보며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미래지향적인 한인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뉴욕한인회의 집행부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사진 그리고 자문위원들의 노고로 50주년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우리는 지난 50년을 돌이켜 보며 고칠 것은 고치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욕한인회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 구시대의 사고방식은 버리고 참신하고 또 창조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현실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이번 한인회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뉴욕한인회는 전환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제 31대 하용화 회장단은 과거의 조직과 편성과는 매우 다르게 참신하고 유능한 새로운 회장단과 집행위원회를 조직했다.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대학원 혹은 전문 대학원을 졸업한 1.5세와 2세들이 많이 등용됐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그들은 이민 1세대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뉴욕한인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으며 뉴욕한인회의 젊은 부회장단 그리고 임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달 부터 이번 행사에 대한 연락을 전자우편 (이메일)으로 주고받으면서 여러 의견도 교환할 수 있었다. 또 전화통화에서도 느낀 나의 판단은 한인회의 젊은 2세 간부들은 우리 한인사회의 미래지도자라는 것을 직감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민 1세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또 그래야만 한인사회도 변하고 한인회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50년 전 뉴욕한인회가 창립되고 초대 회장단부터 제5대 회장단에 이르기까지 한인회 회장단의 대부분은 그 시대의 소산물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네포티슴(연고주의)이 팽배했으며, 매우 비합리적으로 한인회 집행부를 운영하기도 했다. 출신지방과 연고주의 혹은 중고등학교 동창과 친지를 우선해 간부에 등용하는가 하면, 친지 혹은 연고가 없는 교포들은 소외당하는 것이 뉴욕한인회 조직의 특성이었다. 그러나 1965년 미국이민법이 개정되면서 동양인들의 이민 쿼터제가 없어지고 동아시아계를 증폭하는 새로운 이민법이 등장했다. 따라서 1970년대에는 한국인 동포가 수십배로 증가했다.

미국 한인사회가 성장하고 구성원도 바뀌었으며 또 한인동포의 교육수준도 점차 높아졌다. 한인동포 사회의 1.5세와 2세들은 유럽 혹은 다른 지방의 인민사회와는 달리 매우 열심히 일하고 사회봉사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미국 이민사회의 모델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한인사회를 50년 전의 한인사회와 비교할 때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뤘는지 측정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 한인사회의 1.5세와 2세들은 전문직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또 교육계와 실업계에 진출함으로써 한인들의 영향력도 각계각층에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뉴욕한인회의 회장단과 집행부의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젊은 세대 중에는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우리동포 1.5세대와 2세들이 대분분이다. 그와 같이 많은 신세대가 뉴욕한인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나는 이번에 처음 보았다.

오늘의 한인회를 50년 전의 한인회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1950년대의 우리세대와 비교해 볼 때, 21세기의 신세대 사람들은 영어를 미국사람과 똑 같이 유창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식수준과 상식에서도 미국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과 의사소통도 잘된다. 그리고 모든 행사를 계획하고 실무적으로 집행 할 때 그들은 미국사람과 똑 같이 매우 합리적으로 모든 업무를 잘 처리 한다. 나는 50년 전 뉴욕한인회 창립멤버와 오늘의 한인회 구성멤버는 양적으로 혹은 질적으로 매우 다르다고 판단한다. 구세대의 문제점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파벌주의와 연고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 또 말은 많이 하는데 실천하는 행동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 50년의 한인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뉴욕 한인사회의 미래상을 한번 예측해 볼 수 있다. 뉴욕한인회가 21세기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혈통주의와 지역연고주의를 초월해 좀 더 합리적이고 기능주의적이며 전문성을 존중하는 한인사회로 변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난 50년 동안 참여했던 한인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한인사회로 변해 갈 것이며, 뉴욕한인회도 오늘의 한인회가 아니라 21세기에 걸맞은 한인회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한인 2세와 3세들은 그들의 조상을 존중하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회가 해체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부모님과 선배들이 불러 일으킨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전통을 이어받아 뉴욕한인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형태와 기능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조직돼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한인 1세대는 뉴욕한인회가 해체돼 없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후손들이 계속 유지하고 또 친목회를 초월하는 한미단체로 육성하는 것이 미래 한인사회의 비전이며 희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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