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경국대 사학과 교수] 끝난 지 한 달이 넘었건만 수능은 여전히 핫뉴스의 진앙지로 손색이 없다. 영어 불수능의 여파로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여 정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둥, 수험생과 학부모의 성토에 정치적 부담감을 안은 대통령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사실상 ‘경질’하였다는 둥 한국 사회는 올해도 수능 홍역을 앓는 중이다. 수험생은 대학 진학에 안간힘을 쓰고 있건만, 대학에서는 이상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나는 국립대발 통합 진통 이슈이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의 통합은 사실상

[대학정론_ 손화철 논설위원 / 한동대 교수] 1994년 10월 검찰은 12.12 군사 반란의 주도자에 대한 재판에서 국가 분열을 우려하며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이후 1995년 7월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전두환, 노태우를 비롯한 관련자 전원에 대하여 내란죄 등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공소권 없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 흘러나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그들의 행위가 군사 반란임이 확정되고 사형선고도 내려졌으나, 관련자

[대학정론_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교수] 지방대학에 특성화는 선택이 아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재정지원 사업이 겹치면서 “특성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으로든 특성화를 하지 않으면 곧 망한다”는 말이 ‘묻지마 도그마’가 되었다. 현실을 외면한 채 특성화 자체를 부정하고 뷔페식 종합대학교를 고집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라 하기 어렵지만 피할 수 없다고 해서 지금의 특성화가 마냥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지금 특성화는 자율적 전략이라기보다 구조적 강제에 가깝다. 재정지원 사업과 평가 지

[대학정론_ 윤영순 논설위원 /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최근 김경수 지방시대 위원장의 지역 청년들과의 토크 간담회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속 가능한 대학 생태계 구축’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이번 정부의 지역과 대학 살리기 정책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지방 살리기, 즉 국가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 이후 꾸준히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되었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서울과 지역의 격차는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현 정부의 지역 살리기 정책, 즉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 쏠림의 이유인 ‘좋은&rsq

[대학정론_ 공진성 논설위원] 전쟁경제의 전형을 보여주는 17세기 30년 전쟁 동안 용병들은 전쟁으로 먹고살았다. 전쟁은 그들에게 작게는 먹고살 기회였고 크게는 출세할 기회였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죽음의 위험을 피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적군과의 대결을 피했고 민간인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았다. 약탈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근로의 의욕을 잃었다.

[대학정론_ 손화철 논설위원 /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딱 3년이 걸렸다. 모두를 위한 AI를 만들겠다며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한 OpenAI가 챗GPT 3.5를 일반에 공개한 것이 2022년 11월이었는데, 2025년 10월 회사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하고 챗GPT에 성인 콘텐츠 허용도 예고했으니 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자제했던 판도라의 상자가 활짝 열린 셈이다.이는 2023년 11월에는 CEO 샘 올트먼이 이사회에 의해 해고되었다가 내부 반발로 다시 직을 회복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당시 해고의 이유는 AI의 안전보다 공격적 개발을 앞세운다는 이유였는데, 이를

[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지난 9월 말에 글로컬대학 사업의 마지막 본지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올해 교육부는 국가균형발전의 맥락에서 지방대학 육성을 좀더 적극적으로 표방하기 위하여 ‘특성화 지방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물론 사업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정 대학은 5년간 최대 1천억 원, 통합형은 최대 1천500억 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이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업의 성과는 대학의 안정적 운영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의문투성이다. 실제로 2023년 첫해부터 K-인문 글로

[대학정론_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교수] 모두가 알고 있다. 문명적 전환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공지능은 산업의 구조와 일상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개인에서 국가까지 모두 변화의 압력에 허둥댄다. AI 교육 기관들은 석 달이면 교육 내용을 전부 갈아치워야 할 속도라고 한다. 다들 바쁘기는 한데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조바심 속에 따라 하기는 바쁘나 무엇이 마땅한 일인지 알지 못한다. 이런 문명사적 혁명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살아생전 경험해 지혜를 얻은 이는 지금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다.단지 우리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빠르기가 아니라, 우리

[대학정론_ 윤영순 논설위원 / 경북대 교수]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노벨상은 국제 정세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동시대 세계를 읽는 흥미로운 지표가 되기도 한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사카구치 시몬 외 3인은 암 치료와 연관된 T세포의 발견 공로로 생리의학상을, 존 클라크 외 3인은 거시 규모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효과 연구를 통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화학상에서는 기타가와 스스무 외 3인이 금속·유기 골격체 발견을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 수분 추출 등이 가능해져서 기후 위기 해결에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받았다. 이번 과학 분야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인류가

[대학정론_ 공진성 논설위원 /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의 언어 능력에 주목했다. 다른 동물도 소리를 내 소통한다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주목한 것은 인간이 말로 옳고 그름을 따지고 가린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이 단순히 생존만 하지 않고 좋은 삶도 추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언어 능력 덕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따질 수 없다면 어떻게 좋은 삶을 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능력이 인간의 또 다른 능력, 즉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과 결합했을 때, 최선의 경우 훌륭한 정치공동체가 탄생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매우 독선적인 집단들의 충돌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음을 아마도 철학자는 알았을 것이다.

[대학정론_ 문애리 논설위원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반응이 뜨겁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오징어게임」에 이어 또 한 번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 사운드트랙은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고, 관련 굿즈는 출시와 동시에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올해 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로제의 ‘아파트’는 MTV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K팝과 K콘텐츠가 명실상부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같은 시기, 한국 과학기술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의대 수시 지원자는 사상 처음 7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인

[대학정론_ 손화철 논설위원 / 한동대 교수] 뉴욕시립대에서 정치경제를 가르치는 강명구 교수가 에 쓴 트럼프의 ‘선집행 후소송’ 전략에 대한 글은 작금의 사태를 읽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정책을 행정명령으로 집행하는데, 그중 법원에서 사후에 기각되어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많다. 강명구 교수는 이를 ‘일종의 시간차 공격’이라고 부르면서 “먼저 집행하고 법적 책임은 나중에 감수하면서 정책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

[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경국대 사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OECD 교육통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9천805달러(한화 약 2천752만 원)로 OECD 평균(1만 5천23달러)보다 높다. 그런데 초등교육(1만 9천749달러)과 중등교육(2만 5천267달러)은 OECD 평균보다 각각 7천달러, 1만 1천달러 더 많지만, 고등교육(1만 4천695달러)은 7천달러 적었다. 이 지표에 따르면, 우리의 초중등 교육은 선진국 수준의 교육 정상화를 이루었지만, 고등교육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에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대학정론_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최근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여러 국정 과제가 꽤 긴박하게 작성된 모양이다. 그 중 솔직히 고등교육 분야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빈약하다. 선거공약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고, 전체적인 얼개만 들여다봐도 뭔가 이가 빠진 듯 허전하다. 깊이 있는 고민을 찾을 수 없다. 전 정부와 달리 국가 R&D 투자를 줄이지 않았고, AI의 파고를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과학기술 강국의 비전을 다시 천명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나머지는 뭔가 작성 과정에서 알지 못하는 이유로 생략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대학정론_ 윤영순 논설위원 / 경북대 교수] 지난 8월 8일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문정복 의원실 공동 주최로 ‘인문·사회학술생태계 회복을 위한 정책 제안’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윤석열 정부 시절, R&D 예산 삭감 문제로 과학기술 분야 연구 기반이 무너질까 많은 이들이 염려했다.인문·사회는 이 삭감의 후폭풍을 ‘다행히’ 피해 갔는데, 이 분야를 특별히 지원해서가 아니라 삭감의 여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예산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초 연구 지원’이 국정과제로 지정되었지

[대학정론_ 공진성 논설위원 /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재 독일인을 100명으로 축소하면 그 가운데 25명이,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는 무려 40명 이상이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문화적 다양성이 증가하면 사회통합이 어렵지 않을까? 4년 전 시작된 광주와 함부르크의 청년 교류를 통해 나는 한편으로 이 다양성의 증가를, 다른 한편으로 사회통합의 가능성을 몸소 확인하고 있다.

[대학정론_ 손화철 논설위원 / 한동대 교수] 인공지능, 사실과 가치 손화철 논설위원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기술철학기술철학자로서 작금의 인공지능 열풍은 다소 불편하다. 이 기술의 엄청난 성과와 가능성,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고 “남들은 다 달리는데 지금 못 따라가면 영원히 못 따라갈 것”이며, “이 나라의 흥망성쇠가 이 기술에 달렸다”는 식의 주장은 진부하고 게으르다. 물론 흥분을 잘하는 사람의 과장된 수사적 표현이겠으나, 그 ‘인류&rsq

[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경국대 사학과 교수] “5극3특체제는 지방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으로, 앞으로 정책이든 재정이든 집중하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난 6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이다. 이로써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주장이나 제안을 넘어 국가 핵심 정책으로 부상했다.‘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난 20여 년 넘게 지속된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표지 갈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

[대학정론_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교수]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가 한 달을 넘겼다. 선거 전에 정책을 정교화할 시간도 없었고, 선거운동 기간에 노골적으로 정권 인수를 준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집권 이후 가장 큰 고민은 단연 인사 문제일 터다. 예상을 깬 인사도, 참신하거나 우려스러운 인사도 있었다. 새 정부 인선에서 정치인 출신 장관이 여럿 기용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수많은 이익이 충돌하는 분야일수록 갈등을 조정하고 거시적 계획을 추진할 정치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그런 리더십이 절실하다. 특정 교육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는 외골수적 신념에 빠지거나, 관

[대학정론_ 윤영순 논설위원 / 경북대 교수] 2년여 전 챗GPT의 공개 이후 생성형 AI는 우리 삶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다. 질문에 답을 하고, 요약이나 번역, 코딩 등 어려운 작업도 척척 수행해낸다. 거기에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겼던 창작도 가능해서 그럴듯한 텍스트와 이미지, 음악도 만들어낸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대학에선 당장 학생들의 보고서 평가 기준도, 시험 유형도 바꿔야 했다. AI를 활용해서 작성한 논문과 연구계획서에 대한 윤리 문제도 제기됐다.돌아보면 디지털 기술은 보수적인 인문학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종이 사전에서 전자사전으로 옮겨갔을 때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