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해마다 돌아오는 노벨상의 계절 10월도 지났지만, 일본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두 명이나 받게 되다 보니 우리와 일본을 비교하는 여진은 계속되는 듯하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의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에서 무려 다섯 명이 구글의 전·현직 연구원 출신이라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도 민간기업에서 배출한 노벨과학상의 사례는 적지 않았다. 과학 분야 수상자만도 열 명이 넘는 ‘노벨상 명문기업’ 벨 연구소를 비롯해서, 제너럴 일렉트릭, IBM, 듀폰 등 잘 알려진 세계적 기업에서 이룩된 연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비가 대폭 삭감되는 등 과학기술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기에,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연구개발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 등은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공계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데, 오래전부터 최우등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려가는 것으로 고착화된 우리의 현실은 국가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공영방송 텔레비전에서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과학기술 인력 문제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이 커다란 반향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21세기의 과학기술계에서도 갖가지 날조와 사기 또는 과대포장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 약 20년 전에 터져 나온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은 큰 충격을 안기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지난 2023년 여름 국내 연구자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세계 최초의 상압상온초전도체는 논란 끝에 결국 입증되지 못하였다. 이에 앞서 고압에서 상온초전도체를 구현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던 미국의 물리학자는 데이터 조작 의혹을 받고 논문을 철회한 후, 소속 대학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오늘날에는 기초과학이라는 범주가 응용기술 및 제품개발 연구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경계가 급속히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활용 목적이 아닌 자연 현상의 이해 및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활동’으로 정의되는 기초과학 연구의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초과학과 기술 개발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면, 기초과학 연구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서 그를 기반으로 응용기술 또는 제품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도리어 기술이나 제품이 먼저 선보인 후 그것을 개량하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온고지신이라는 고사성어가 포함된 본 칼럼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과거 역사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옛날의 사례를 자칫 잘못 해석하여 진실과는 관련이 먼 전혀 엉뚱한 결론을 도출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대표적인 예로서 19세기 영국에서 한때 시행되었던 이른바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인 법안이었던 것으로 오늘날까지도 종종 인용되곤 한다. 적기조례(赤旗條例)라고도 불리는 붉은 깃발법이란 “자동차는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자연은 여러 면에서 인류의 스승인데, 특히 생물들은 인간에게 없는 뛰어난 능력들을 지니고 있어서 과학기술상의 많은 발전이 이를 흉내 내고 배운 데에서 이루어져 왔다, 온갖 생명체들의 놀라운 행동과 구조, 신비로운 물질 등을 연구하여 배우려는 생물모방 공학(Biomimetics)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생물모방 기술의 시초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일명 매직테이프라 불리는 벨크로의 발명이다. 아기용 종이 기저귀, 신발, 의류, 생활용품 등에 접착용 부재로 널리 쓰이는 벨크로테이프는 옷에 달라붙는 도꼬마리로부터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자연과학의 이론과 세계관은 단순히 자연과학 자체나 공학의 영역에만 영향력이 한정되지 않고, 철학 등을 포함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에까지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역사적으로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이론들은 인간의 신념 체계 등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곤 하였다. 자연과학의 패러다임과 이것이 함축하는 세계관이 다른 학문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은 바람직하게 작용하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잘못된 이해와 오류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세기 들어서 기존의 물리학에 혁명적인 변혁을 몰고 온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우리 사회에서 과학자는 세속(?)의 일들과는 떨어져 연구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편견이 여전해서인지, 특히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10여 년 전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 사업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던 인물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했을 때, 당시 어느 장관은 “아인슈타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과학자의 정치 참여를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위대한 물리학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2대 대통령으로 추대되려 한 적도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기초과학을 포함하여 오늘날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관건 중의 하나는 소요되는 비용을 누가 어떻게 대는가 하는 문제이다. 근대과학이 발전할 무렵 유럽에서는 과학자 자신이 부유했거나 돈 많은 부자나 귀족이 취미 삼아서 과학 연구를 후원하는 경우가 많았고, 연구에 드는 비용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이른바 거대과학(Big Science)의 시대를 맞이하여 수많은 과학기술자가 함께하는 대규모의 연구개발이 빈번해지면서, 투입되는 비용 또한 크게 증가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자연과 우주의 궁극과 근본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비록 각종 부작용과 폐해가 점증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과학기술에 큰 기대와 신뢰를 버리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과학기술 문명 덕분에 숱한 혜택을 누려왔으니, 당면의 여러 문제 또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모두 다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자체를 부정하려는 반(反)과학기술주의가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듯이, 이와 대척점에 있는 과학기술만능주의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첨단과학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여전히 많으며, 또한 현재의 과학 자체가 완벽하거나 영구불변하는 것도

매년 10월은 각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선정·발표되는 ‘노벨상의 계절’이 된다. 그러나 필자는 노벨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인데, 우리나라에서 이 상에 대한 조급한 집착과 콤플렉스가 여전히 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특히 이웃 일본 출신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는 “일본은 노벨과학상을 20명 넘게 배출하는데 우리는 뭘 하느냐?”, “우리 과학자들은 노력이 부족하니 노벨상을 못 받는 거 아니냐?”는 식의 질타가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꽤 오래전에 ‘기술은 언제나 사람에게 지고 맙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감동적으로 강조한 이 문구에, 오늘날 공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매우 의문이다. 인간을 능가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수의 바둑기사를 이겼고, 이제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마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여러 부작용과 폐해와 더불어, 역사적으로 반(反)과학기술주의가 고개를 든 적도 많았다. 이러한 사조가 생겨난 것은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자연과학, 특히 만물과 우주의 근본 원리를 밝히는 물리학에서도 기존의 이론이나 법칙이 바뀌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근대 이후 수백 년간 물리학의 확고한 패러다임이자 세계관의 토대였던 뉴턴의 고전역학은, 20세기 들어서 출현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지난 8월 4일에 별세한 리정다오(李政道)가 같은 중국계 물리학자였던 양전닝(楊振寧)과 함께 세운 ‘약한 상호작용에 의한 패리티(Parity) 비보존 이론’ 역시 좌우 대칭성을 중시해 온 기존 물리학의 관념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 요즘은 거리에서 운행되는 전기자동차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전기차충전소 또한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반해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은 서서히 퇴출될 운명인데, 사람들은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뒤늦게 개발되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동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앞서서 전기자동차가 먼저 선보이고 상용화되었다. 19세기 말에 나온 전기자동차 중에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당시로서는 초고속의 스포츠카도 있었고, 1910년대에는 전기자동차의 생산과 보급이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⑦] 자신의 지적 재산을 특허권이나 저작권으로 독점하지 않고 무료로 공개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는 오늘날 자주 등장하며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정보화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가 된 듯하다. 1990년대 초에 핀란드의 대학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가 개발한 공개운영체계 리눅스(Linux)는 카피레프트 운동의 상징이자 사업적으로도 성공모델이 되어왔다. 카피라이트의 반대 의미인 이 용어 자체는 19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하였으나, 그 정신적 뿌리는 무척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필름에 의한 현상과 인화 기능을 갖춘 근대적 사진술과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⑥]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과학과 더불어, 생명과학기술 또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생명에 관련되는 만큼, 각종 윤리적·법적 문제와 아울러 특허의 허용 범위를 놓고 세계적으로 늘 논란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특허 취득의 대상이 되는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정의하고 있어서 순수한 과학적 발견 자체는 원칙적으로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명시적 정의가 없는 다른 나라들 또한 거의 같은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⑤] 일명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Higgs) 입자의 존재를 예측했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지난 4월에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힉스 입자는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다른 기본 입자들과 상호작용해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로서, 힉스 교수는 이 입자를 예견한 공로로 2013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저명한 물리학자로서 몇 년 전에 타계한 스티븐 호킹이 생전에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100달러를 걸겠다’면서 내기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호킹이 실제로 힉스 입자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④] 지난 1960~1970년대 미국의 아폴로 계획 이후 50여 년 만에 다시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제적인 우주탐사계획, 즉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시험 로켓 발사 등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고 아폴로 우주선의 착륙 장면 등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식의 달 착륙 조작설이 불거지곤 한다. 물론 근거 없는 황당한 음모론에 불과하지만,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 고장 난 레코드처럼 끈질기게 반복되면서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그 이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③] 몇 년 전만 해도 큰 붐을 이루며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총아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메타버스(Metaverse)가 영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는 회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면서 야심 차게 사업을 추진하였지만, 그 후 2만여 명의 직원을 감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다퉈 메타버스를 구축하였지만, 대부분 방문자도 거의 없이 시쳇말로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예상과 달리 메타버스가 국내외에서 모두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대중들이 기

[최성우의 과학기술 온고지신②] 지난해 여름 이후 한동안 국내외 과학기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상온초전도체 소동은 지난번 글(2월 5일자 4면)에서 언급했던 ‘국뽕 과학’의 위험성 이외에도 여러 심각한 문제를 노출한 바 있다. 특히 해당 논문의 아카이브 공개로부터 촉발된 대중의 성급한 흥분과 폭발적 반응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측면 등에서도 면밀히 되짚어 봐야 할 과제를 남겼다. 처음에 이를 보도한 신문·방송에서는 상온초전도체가 사실이라면 대단한 업적인 것은 틀림없겠지만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하고 차분한 논조가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