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운 국립순천대학교 총장] 학기 말의 캠퍼스는 묘한 설렘과 분주함이 공존한다. 한 해의 학문적 결실을 갈무리하고, 다가올 새 학기를 준비하는 이 시기는 대학 본연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우리 대학이 개교 90주년을 맞아 개최한 ‘go(90!) SCNU Glocal Youth Festa’는 단순한 축제의 소란함을 넘어, 이러한 성찰에 대한 국립순천대학교의 담대한 응답이었다.교육학적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동적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 대학

[기고_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더 안전하게”라는 조건이 전제로 붙지 않는다면, ‘고위험·도전적 연구’라는 구호는 불완전하다. 위험을 감수하자는 말은 쉽지만, 그 위험을 누가 어떤 시스템 안에서 감당할 것인지는 정책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이재명 정부는 과학기술 투자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동력으로 보고,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2026년 예산안 기준) 수준, 국가 총지출의 약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생태계 조

[박선미 교육학 박사] 인공지능(AI) 기반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은 고등교육의 역할과 평생교육의 방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학계와 정책 담론은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교육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제 경제활동의 주축인 성인 세대의 디지털 역량 공백에 관한 연구와 정책적 접근은 여전히 부족하다.이 격차는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의 부족을 넘어, 지식사회가 시민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성인 세대가 비판적 사고를 갖추지 못하면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의 확산은 가속화되고, 사회적 불신과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

2025-2026년 한중 관계는 경제적 공정성과 역사적 존중을 토대로 ‘규칙 기반의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지난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국빈 방문하여 열린 한중정상회담은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2025년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종전 8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전쟁 세대의 퇴장과

[기고_ 정용승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우리는 아동에서 지성인이 되기까지 가정과 학교 및 사회 교육으로 배운다. 특히, 학교는 ‘智·德·體’ 즉 지식(intelligence), 도덕(virtue), 신체(physical)를 교육의 이념으로 초등학교부터 강조한다. 교육은 이 같은 3가지를 최상의 목표로 시행하고 있다. 그 목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장학’을 장려하고, 우수한 장학생을 선발하여 미래의 바람직하고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한다. 장학의 지표가 되는 본 보기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의 로즈(Rhodes

[AI강국과 문화강국 구현을 위한 제언_위행복 인사총 이사장] 현 정부가 향후 5년에 걸쳐 매년 2~3천억 원씩 학술연구예산을 확대해주기를 요청하고 싶다. AI강국과 문화강국을 도모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학술연구예산을 과감히 정상화할 것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이미 세계 12위까지 도약했고, 과학기술 면에서도 선도국가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제는 ‘성숙한 사회’로의 진입을 적극 도모할 때이다. 양극화, 이념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

AI의 내일은 여전히 빛난다. 다만 빛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약속의 속도(투자금 상환)와 빚의 속도(과열된 설비 투자)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속도는 전략이지만, 투명성은 안전장치다.도시 한복판에 초대형 놀이공원을 짓는다고 상상해보자. 놀이기구(데이터센터·GPU)를 들여오기 전부터 표를 먼저 팔고(장기 매입약정·리스), 기계를 납품하는 회사는 할부·보증으로 인프라를 댄다. 운영사는 토지는 사지 않고 장기 임대로 묶어 초기 부담을 줄인다. 놀이공원 주인·기계 납품업체·티

[기고_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철학] 침팬지 연구를 통해 영장류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까지 바꾸었다는 영국의 동물학자 겸 생태 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지난달 1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는 “침팬지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그의 발견은 위대한 과학적 업적으로 평가받는다”라고 전했다.

[기고_ 김두정 충남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평생을 교육 연구에 종사해 온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우리 교육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정부와 사회가 수십 년 동안 ‘교육 개혁’을 외쳐왔지만, 교실의 현실과 학생들의 삶은 여전히 과거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기고_ 최화복 송곡대 간호학과 교수] 최근 몇 년 사이, 대학 교육 현장에서 교수들이 느끼는 변화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학습자의 과제 수행 방식과 지식 습득 경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교수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교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를 넘어,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교수의 역할 변화…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조율자’로전통적으로 교수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하며, 진

[기고_ 윤미진 한국폴리텍대학 출판편집디자인과 교수]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 열풍은 수많은 외국 청년들이 한국 유학의 문을 두드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4년 4월 기준 처음으로 2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 9월에는 25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의 급증 현상은 대학의 국제화 지표를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학 교육의 핵심 과

[기고_ 이재영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2025년 3월, 나는 인문대 교수라는 익숙한 정체성에 ‘AI 전략경영 (총장명의) 석사과정 학생’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하나 더 달았다. 26년 넘게 인문학의 언어로 세상을 읽고 가르쳐온 내가 이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언어를 배우는 학생이 되었다.

[기고_김도식 건국대 철학과 교수] 2025학년도부터 교육부의 주도로 많은 대학에서 자율전공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율전공제도란 대학에 입학할 때 전공을 정하지 않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두루 수강할 수 있도록 의도된 장치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자동차를 만드는 기계 공학, 전기·전자 공학뿐 아니라 자동차 판매를 위한 마케팅, 자동차 설계를 위한 디자인 등을 골고루 배울 필요가 있다.

[기고_ 최화복 송곡대 간호학과 교수] 대학 구조조정이란 말은 여전히 낯설고 부담스럽다. 그동안 유지해 온 학과와 전공, 학문적 다양성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하지만 이젠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대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과 구조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2025년의 대학은 과거와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 지방 소멸, 급변하는 노동 시장, 온라인 기반 교육 확산, 인공지능의 부상 등이 도래했다. 고등교육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론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재설계의 시작이라 하겠다.위기가

[기고_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 최근 ‘국가석좌교수’ 제도를 도입한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다. 학문 분야별 대가를 선정해 정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국가 석좌교수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일까? 교육부 설명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세계적 석학이 너무 이른 나이에 은퇴하거나, 해외 대학으로 이직하는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고_최연구 건국대 문화콘텐츠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케데헌은 K-팝과 무속 신앙, 서울의 일상 경관과 문화유산을 보여주며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했다. 을지로 골목, 청담대교, 삼성역, 약령시, 북촌, 낙산공원 등 일상 공간과 함께, 경복궁 근정전 같은 국가 문화유산도 화면 속에 등장한다. 이 장소들은 팬들의 ‘성지 순례’ 대상이 됐고, 서울은 스토리와 감정이 깃든 문화경관 무대로 재탄생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경복궁에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영화 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곤룡포 비치타월은 “없어서 못 파는” 최고 인기 상품이 됐다. 콘텐츠가 국가유산과 만날 때, 산업적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하여_황광선 가천대 교수] 문제의 핵심은 내러티브의 단순화다. 이야기는 현실을 과도하게 압축하고, 복잡한 사건을 선과 악의 도덕극으로 바꿔버린다. 사람들은 어느 쪽 편에 설지 쉽게 결정해버린다. 현실이 마치 소설처럼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인정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는 실제로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이다. 뉴스, 기사, 책, 다큐멘터리 그 어떤 것도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사건 자체가 복잡할 뿐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은 늘 내러티브(이야기의 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 이르

[기고_박미정 건양사이버대학교 다문화한국어학과 교수] 저자 자신이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조선인 2세라는 점은 이 여정의 출발점이다. 일본어를 모어(母語)로 쓰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경계인’으로서 그는 늘 소속의 불안과 상실을 안고 살아왔다. 그의 시선 속에서 드러나는 디아스포라의 아픔은 단순히 소수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성찰의 물음이다.

[기고_조언정 한국공대 교수] 전역장병은 리더십과 팀워크, 그리고 높은 성숙도를 바탕으로 대학 교육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학입시에서 전역장병에게 공식 가산점이 없지만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을 모집하면서 명문대 입학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우선 수강신청, 군 경력 학점인정, 입학전형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돼 군 복무가 대학입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고_ 이경화 한국교원대 교수] 기초학력 보장은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학습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국가 교육의 기본 책무이다. 「기초학력보장법」과 시행령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교원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다. 법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으나, 기초학력 보장을 실현할 핵심 요소인 ‘전문 인력의 확보와 양성’에 대한 국가와 교육 당국의 책임 있는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기초학력 보장은 일회성 보충 수업이 아니다. 전문적인 진단과 개입이 요구되는 중장기인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해력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