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 16] 정치인들은 서로 자리만 바꾸었을 뿐 그들의 언행은 신기할 정도로 예전과 판박이다. 역할이 바뀌자마자 조금 전 자기가 한 말이나 주장을 마음의 가책이나 거리낌 없이 뒤집는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비난하고 경멸하던 상대방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가을은 왔지만 가을 같지가 않다”는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가 떠오른다. 이 말은 몇몇 필자가 “봄은 왔지만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없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본떠서 만든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⑮] 세상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속성만을 본다는 뜻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소 해봄으로써 배우고 깨닫는 실천의 과정이 필수다. 오늘날 세계는 한 마디로 인공지능, 즉 AI의 시대다. 인류가 오랜 기간 삶의 역사로 남겨 놓은 모든 것을 학습·분석·통합해서 새로운 지식을 산출하는 능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에 가져오는 변화는 그 끝이 어디까지일지도 가늠하기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⑮] 그들이 출산하지 않는 공통점은 양육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준에 있었다. 모든 것을 명품으로 해줘야 하고, 살아남으려면 아이가 최고로 공부를 잘해야 하며, 인정받으려면 외모도 뛰어나야 하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사회성도 있어야 한다. 돌아보면 2024년 12월 우리 사회를 강타한 계엄령은 대통령의 탄핵, 결위 선거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이라는 팽팽한 긴장과 극심한 대립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대선의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노하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가 직면한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⑭] 작년 후반기만 하더라도 우리가 21대 대통령 선거를 이렇게 빨리 치를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뜻밖의 일이다. 지난 정부가 그렇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끝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찌 됐든 우리 앞에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 지금껏 우리가 치른 모든 선거가 그 나름의 의미와 중요성이 있지만, 특히 이번 선거는 옳지 못한 것을 바로잡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⑬]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화해와 용서는 문제에 대한 회피와 부당한 현실에 대한 순종에 불과하다. 화해와 용서는 잘못을 바로잡는 종착점에서 오는 것이다지난 겨울 어느 날 느닷없는 계엄은 우리들 일상의 평화로운 밤을 순식간에 공포의 밤으로 뒤엎어 버렸다. 똑같은 밤이 이렇게 극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오금이 저렸다. 예나 다름없이 새벽이 오면서 그 밤도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지나간 것은 아니다.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은 그 어둠의 실체를 규명하는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두 동강 나서 어둠의 본질에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⑫] 사람들은 때로 자기 행동의 일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한다. 그 전형이 거짓말이다. 어제 한 행동을 오늘은 부정하기도 하고, 하지 않은 행동도 한 것으로 꾸미기도 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경우와는 달리, 자기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여러 핑계와 변명을 들어 합리화한다.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⑪]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이 어지러운 시간을 바로잡아 모든 것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방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감정에 매몰되어 냉정을 잃은 사람들에게 논리·합리·객관에 기초한 대화를 기대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지금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아마도 법뿐이다. 법치를 통해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제자리에 정위치 시키는 것, 그것이 공화국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온전히 사법부의 시간이어야 한다.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⑩] 우리가 지난해 겪은 시련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도 분열과 대립이 우리의 미래를 혼탁하게 뒤덮고 있다. 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다시금 배우는 기회가 되면 하는 바람이다. 2024년은 우리에게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기였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근심과 분열의 한 해였다. 대내적으로는 어려운 경제와 함께 권력자들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고 멋대로 휘두르기 위해 저지른 불법 행위가 우리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그중 최악은 비상계엄의 선포다. 이 사건은 과거 독재 정권에 대한 암울하고 섬뜩한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⑨] 소통은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쌍방적이고 상호적인 행위이다. 이런 이유로 자기뿐만 아니라 타인의 필요와 욕구를 배려할 때,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 나의 소통 방식이 일방적이면 상대방이 나의 요구나 바람을 충족하기 위해 내 곁에 남아 소통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 역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고자 하는데, 자기의 입장이나 주장만 앞세우는 나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소통은 결국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⑧ 한국인의 사회 정체성, 그 근원에 관한 질문]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민감한 현상은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사회 차원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늘 그들의 기준을 최고로 여기면서 거기에 맞추는 데 급급해 왔다. 이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것을 폄훼, 무시, 거부하게끔 만든다. 얼마 전에 우리의 대명절 추석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의 부모를 찾아뵙고 조상을 기리는 넉넉한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시간이 작게는 우리를 같은 일가친척으로 묶어주기도 하고, 크게는 커다란 세시풍속을 공유한 같은 한국 사람으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우리가 따로따로 단절된 개체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⑦] 집단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맥락에 맞지 않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체육계가 겪는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는 요원할 뿐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체육계가 시끌시끌하다.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안○○ 선수가 배드민턴 협회의 불공정한 관행과 제도를 폭로했다. 그 선수가 제기한 쟁점은 협회를 위해 선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 서열 관계 속에서 후배에 대한 선배의 부당한 착취다. 이에 관련된 인사들의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⑥] 요즘의 우리 사회는 한 마디로 분열 사회다. 상대와 대결하고 싸우는 것이 일상의 평범함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려 서로 반목하고 비난한다. 이런 일이 어찌 우리 사회에만 있겠나만, 여기에도 격이 있고 급이 있지 않겠나.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⑤]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여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업무나 신분상 군인으로 지켜야 할 군기를 어긴 것이다. 그들의 무책임한 행위 때문에, 묵묵히 군인으로서 본분에 충실한 많은 장병의 사기는 비참하게 찢겨나갔다.언론은 지난 1년간 군에 대하여 어떤 보도를 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핵심어로 육군·해군과 같은 각 군의 명칭을 이용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군별로 추출 기사 수는 1만 5천~2만 개 정도였다. 특이한 점으로 해병대에 관한 결과가 나머지 3군의 것과는 판이했다. 3군에서는 훈련·작전&mi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④] 감각적인 사회는 사람들이 즉각적인 외부 자극에 꽤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사회이다. 원래는 복잡하게 연결된 세상을 단순화하고 고정화해서 이해하는 주관성도 한몫을 한다. 우리가 잘 살려면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물리적인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라는 공간 속에서 “주변 사람이 나에게 우호적인지”와 같은 특성도 잘 파악해야 한다. 좀 더 크게는 자기가 속한 문화의 이념이나 세계관과 같은 요소가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온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③]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나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의 의견이 분분한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틀이 개인이나 집단마다 달라 생기는 것으로,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②]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정치, 특히 선거에서는 꽤 오래된 격언과 다름없다. 그 정도로 많은 정치인이 이 말을 믿고 따른다. 이 말은 “정치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라는 것이고, 선거에서 유권자의 표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가 임박했을 때 유권자의 마음에 드는 공약, 이런저런 사고를 치지 않는 것, 이것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정태연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 ①]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의 ‘한국사회 마음 읽기’ 연재를 시작한다. 우리 사회가 보이는 다양한 현상이나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한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의문에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좀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사회 문제에 대한 건설적이고 통합적인 해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를 가지고 독자를 만날 예정이다. 피로도가 높은 사회의 사람들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