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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륙 … 직접 목격한 두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
광활한 대륙 … 직접 목격한 두 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
  • 김일평 코네티컷대 명예교수
  • 승인 2012.11.07 1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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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 교수 회고록(20) 애스베리대에서의 강의와 역사 공부2

나는 한국을 떠나오기 전 서울의 다방에 종종 들리면 차를 한잔 주문해놓고 드보르작(A. Dvorak)의 교향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은 광활한 미국 대륙을 신천지로 비유한 작품이다. 김일평 교수는 이 교향곡을 즐겨 듣곤 했다고 회상한다.
악 9번 「신천지(From the New World)」를 반드시 듣곤 했다. 드보르작은 체코의 보헤미안으로 뉴욕에 있는 음학전문학교인 콘써베이토리에서 초청을 받아 1882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교향악 9번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에 체류했을 때 미국 흑인들의 영적인 음악(Sprituals)에 심취되기도 하고 또 미국의 민요인 포크송에 대한 조예도 매우 깊었다. 그는 체코 이민자들이 집결해 살고 있는 미국의 중부 아이오아 주 ‘스필빌’을 방문하고 체코에서 이민해온 동족과 서로 어울리면서 신천지를 작곡했다는 것이다. 교향악 9번 「신천지」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해방감을 실감할 수 있고, 또 미국의 무한하게 넓은 대륙이 눈앞에 전개되는 그 장면을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단히 크고 넓은 북미 대륙에 세계의 여러 종족이 모여서 세계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회적 또는 문화적 실험을 벌리고 있는 곳이 미국대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미국이 건국한 이래 그의 다양성은 다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또 여러 가지 문제들에 봉착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20세기에 초강대국으로 등장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두 개의 양극화된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미국. 우리는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교향곡 ‘신천지’와 미국 역사

미국과 같이 광대하고 자유스럽고 무한하게 넓은 대륙의 전모를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거시적으로 관찰하고 또 다른 때는 땅위에 발을 깊숙이 밟고 미시적으로 관찰해 보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미국사람들의 마음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서 그들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관찰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한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의 일상생활의 감각을 깊숙이 드려다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작은 문제부터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미국을 이해하는 데는 구체적인 사실과 인포메이션(정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역사를 더 잘 이해하는 일이 우리 미국 유학생의 일상생활에 필요하다. 나는 미국으로 유학 와서 대학과정을 공부하게 된 것―그것도 전체 장학금 (Full Scholarship)으로 대학 4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미국의 역사와 미국 사람들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미국대륙을 버스로 횡단하면서 미국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요사이 미국에 여행하는 한국 젊은이들은 여행사를 통해 미국 안내서와 미국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듣고 떠난다. 그러나 실제로 와서 보면 책에서 배운 것과 현지의 실상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한탄하게 된다. 그러나 반세기전의 우리 유학생은 미국유학 준비가 너무도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시간이 상당히 흐른 뒤의 일이었다. 1950년대의 유학생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유학 시험을 치르기 위해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고, 또 한국의 민족문화와 역사공부도 철저히 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내가 처음 본 미국의 대통령선거

나는 미국유학생으로 1950년대에 두 번 대통령 선거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1956년과 1960년의 대통령 선거이다. 대학생으로서 ‘미국정부론’ 강의를 등록하고 미국의 정치제도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학과의 태커 (Joseph Thacker) 교수는 대통령 선거의 절차와 과정을 설명하며 흥미로운 과제를 요구했다. 미국 역사 클래스의 학생들은 직접 선거유세를 관찰하고, 그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개인별로 비교해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서 페이퍼를 써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투표 장소를 방문하고 유권자의 견해도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투표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나는 같은 반의 학생에게 부탁해 함께 가서 투표소의 표정을 검색해 보기로 했다.

동행하기로 한 학생은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와서 대학의 등록금과 생활비는 지아이 빌 (GI Bill)이라는 참전용사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 장학금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와 용돈도 지급하는 매우 좋은 장학금이다. 그는 이미 결혼도 해서 기혼 학생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며 자동차도 갖고 있었다. 미국정부론 강의가 끝나고 그는 부인과 함께 나를 태우고 선거 투표소로 갔다. 가는 도중 차 속에서 그의 부인 이레인은 나에게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면 좋겠느냐고 물어 보지 않는가. 1956년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아이젠하워 장군이고 민주당의 후보는 아드레 스티븐슨 상원의원이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아이젠하워는 1952년 오랜 민주당 대통령 시대를 마감하고 20년 만에 공화당으로서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1953년 그는 육군 원수직에서 스스로 사퇴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서 민주당 후보인 스티븐슨 일리노이 주지사에 맞서 승리했던 터라 대통령 재임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는 1952년 선거에서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고 미국의 참전용사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선거공약을 하고 승리한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의 스티븐슨 후보는 민주당의 트루먼 대통령이 1950년 6월 한국전쟁에 미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부산일대만 남기고 북한군이 남반부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을 때 북한군을 물리치고 38도선 이남의 한국영토를 완전히 수복해 놓았다는 업적을 부상시키면서 자기 자신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된다면 한국전쟁을 평화협정으로 끝마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원 이레인의 역설적 선택

그러나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역사적으로 공화당은 고립주의 정책을 선택했 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은 한국전쟁에 미국 군인을 파병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었다. 공화당은 한국전쟁을 휴전협정으로 종결하고 미군을 한국으로부터 철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미군철수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북한군·중공군과 협상을 시작해 휴전협정을 체결, 전쟁을 종식시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스티븐슨 후보는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스티븐슨 후보는 일리노이 주지사를 역임한 민주당의 지성인으로서 지식층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았고 매우 진보적인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1950년대의 미국에는 지식층이 소수에 불과했고 미국인의 대다수는 평범한 일반사람들이 미국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와 함께 ‘미국정부론’을 수강하며 공부했던 맥크 베일리의 부인 이레인은 누구에게 투표하면 좋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이레인은 남부의 알라바마주에서 출생해 성장했기 때문에 그녀의 가족은 모두 다 민주당에 등록해 있다는 것이다.

이레인은 자기부모와 형제들은 모두 다 민주당 후보에게 무조건 투표하는데 자기만 켄터키 주에 와서 공부하면서 공화당에 투표한다면 배신자가 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투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집안의 오랜 전통을 깨고 공화당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재임을 위해 투표했다고, 나에게 귓속말로 알려주면서 자기 남편 맥크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슬며시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 대통령선거제도의 아이러니

미국 대통령의 선거는 4년마다 11월 첫째 화요일(11월의 첫째 월요일 다음 날)에 시행된다. 유권자 일반투표에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선거하는 날에 우선 대통령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을 선거함으로써 각주의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투표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선거는 간접선거라고 말 할 수도 있다. 대통령 예비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시행되는 해 뉴햄프셔에서 제일 먼저 실시된다.

아이오와주 (Iowa State)는 뉴햄프셔주보다 좀 더 앞서 각광을 받기 위해서 2월에 투표가 실시된다. 당원대회 (Party Caucus)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선거인단 대표를 선출하고 여름(7월 혹은 8월)에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양당은 각각 대통령 후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후 4~5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해 같은 해 11월 첫째 화요일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는 거의 1년 동안 장거리 마라톤을 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은 선거인단 선거제도 때문에 지난 2000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엘 고어 부통령은 일반 투표에서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후보보다 100만 표 이상을 더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의 수가 부족해 패배했다. 따라서 학자들과 선거전문가들은 미국의 대통령선거제도 중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도를 시민의 직접투표제도로 개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정치학자와 정치지도자들도 많이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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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유리 2012-11-22 17:20:26
새로운 정보 잘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