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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딕슨 라인'과 미국 외교정책의 숨은 배경
'메이슨-딕슨 라인'과 미국 외교정책의 숨은 배경
  • 김일평 코네티컷대 명예교수
  • 승인 2012.11.16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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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 교수 회고록(21) 애스베리대에서의 강의와 역사 공부3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에는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공화당은 보수정당으로서 미국의 전통을 지키고 매우 국수주의적인 경향도 있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또는 미국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인종차별과 외국인의 미국 이민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그 반면에 민주당은 자유주의(Liberalism)의 원칙에 따라 미국은 이민의 나라요, 또 평민의 나라이기 때문에 빈부의 격차를 없애고 평등한 민주주의사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외국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많이 받아들이고, 미국의 흑인들이 겪은 모든 굴욕과 차별대우를 없애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의 정치적 목표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후보가 국민 대다수의 투표로 선출되고 집권하게 되면 연방정부의 정책은 보통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삭감하고 빈민을 위한 무료 의료혜택을 제공하며 외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의 권리도 보장하는 등의 정책을 선택한다. 그리하여 민주당은 노동계급과 보통사람들의 당이라고 인식돼 있다. 반면에 공화당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의 세금을 삭감하고 부유층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정책을 선택하기 때문에 백만장자의 정당이라고 불린다. 공화당은 백인우월주의로 백인을 우대해 주기 때문에 유색인종은 멸시 당하고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 이민 쿼터제도가 강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화당은 귀족의 당 혹은 백인우월주의 당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한국이주민들

이와 같은 미국의 양대 정당의 이념과 정책의 차이점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이민 오는 많은 한국인들은 자기들을 싫어하고 미국 땅을 떠나주기를 바라는 공화당 후보에게는 선거자금을 걷어주고 또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많이 해 준다. 그것은 그들의 생각이 공화당은 보수주의 당이고 반공주의자이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짓이다. 때문에 한국식 사고방식을 그대로 미국 정치에다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미국사람들은 실용주의적이다. 공화당으로 등록한 사람이라고 해도 투표할 때 공화당 입후보의 정책방향이 자기의 이념과 정책에 맞지 않으면 반대당 후보에게 투표한다. 그리하여 미국에는 민주당에 속하지도 않고 또 공화당을 반대하는 소위 독립적인 투표자(Independent Voter)가 3분의 1을 넘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나는 중학교에 다닐 때 일본 작가가 쓴 『링컨 傳』이라는 책을 읽었다. 미국의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북돋아주는 책이었다. 나는 중학교 시절에 아브라함 링컨의 전기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미국역사에 관한 관심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미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내가 미국에 대해 조금 더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일본식민지에서 해방이 된 1945년부터 미국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 통치하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우리 한국민족 중에는 일본의 세뇌공작으로 미국에 적개심을 불태우는 이들도 많이 훈육됐다. 일본은 미국과 태평양전쟁 때, 즉 제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일본군편에서 싸우도록 세뇌공작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제국주의 시대 우리 중학생들은 근로봉사로 일본 병기창 혹은 일본 농장에서 노동을 하며 일본을 도와서 미국을 멸망시키는 일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것은 일본정부의 세뇌공작 때문이었다.

나는 일본통치하에서 국민학교에 다닐 때 일본 선생이 가미시바이(16인치 카드보드로 판자에다 그림을 그린 이야기), 즉 스라이드 쇼(Slide Show)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보여준 적이 있다. 내용은 코가 큰 서양사람인 천주교 신부가 초등학생 어린 아이를 사과나무에 매어 달아놓고 불에 달군 인두로 그의 얼굴에 도적놈이라고 낙인을 찍는 그림이다. 일본 선생의 설명에 의하면 이 아이는 미국선교사의 과수원에 들어가서 사과를 남몰래 따 먹고 있는 것을 미국신부가 발각했기 때문에 엄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과수원에 들어가서 과일을 훔치는 일이 생기면 이와 같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우리 국민학교 학생들은 불같이 달군 인두로 얼굴을 지지는 아이를 동정하면서, 미국신부는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서 증오감이 부풀어 올랐다. 일본선생들은 우리 한국학생들에게 미국놈들은 야수와 똑 같다고 가르쳐 주면서, 우리로 하여금 미국선교사 뿐만 아니라 모든 양키들을 증오하게끔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배운 대부분의 교과서에도 반미사상과 증오감을 주입시키는 내용이 가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 군대는 백인부대와 흑인부대로 나뉘어져 있었고, 또 흑인부대에 대한 백인 장교의 차별도 극히 심했다. 태평양전쟁 중 우리는 흑백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에는 투르만 대통령이 미국군대 내에서는 인종차별을 없애고 흑백을 가리지 않고 흑인과 백인 군인은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고 흑백차별을 없애버리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흑인 군인도 백인 군인과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고, 또 전쟁에서는 백인들과 함께 전쟁에 참여해 혁혁한 공훈을 세운 흑인도 많이 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흑인에 대한 차별대우는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남쪽에서는 인종차별이 계속되고 있었다. 북부의 큰 도시에서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대우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한국의 유학생들이 흑인에 대해 차별 대우를 더 많이 한 것이 사실이며, 1970년대의 로스앤젤레스(L.A.) 한국인 사회의 심각한 한흑갈등 문제는 흑인에 대한 차별문제를 우리가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미국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유색인종이면서도 왜 흑인을 차벽대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종종 말했다.

현재도 존재하는 메이슨-딕슨 라인

1950년대의 미국사회는 ‘메이슨-딕슨 라인’이라는 남북 분계선이 그려져 아직도 남북으로 갈라져 있었다. 메이슨-딕슨 라인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후에도 오랫동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남부와 북부를 나누는 메이슨-딕슨 라인은 남북전쟁 당시에 남과 북을 자연스럽게 나눈 경계선이다. 그리고 이 메이슨-딕슨 라인은 여전히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와 심리적 특징을 구분하는 경계선이고 분석의 경계선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흑인들의 민권운동은 1950년대부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리더십으로 백인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메이슨-딕슨 라인의 남부에도 민권운동이 전개됐으며 1960년대에는 드디어 흑인도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됐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100년이 지난 후였으며 남부의 텍사스 출신 린든 존슨 상원의원(후에 36대 대통령, 1963~1969)의 공헌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에도 메이슨-딕슨 라인의 남쪽에 살고 있는 백인들은 매우 보수적이며 또 호전적이기 때문에 북쪽의 사람들과 다른 데가 있다. 그들은 청교도의 이념에 더욱 충실하고, 보수적인 기독교의 전통이 강한 보수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또 남부 지방 기독교인들 중에는 미국의 우월성과 군사력을 강화하고 팽창 하는 정책, 그리고 기독교의 원리주의적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신자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들은 남부 인구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남부지역의 민주당은 북쪽의 민주당보다 좀 더 보수주의적인 경향이 많았기 때문에 미국 북부지방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념적으로 매우 비슷한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에는 전국적으로 전개됐던 민권운동으로 말미암아 남부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으며 메이슨-딕슨 라인의 남부에서도 진보주의적 민주당이 존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조셉 프라이가 분석한 미국의 외교

남부의 보수성을 외교정책과 결부시켜 연구한 대표적인 저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조셉 프라이의 『남부와 미국의 외교: 1789-1973(Dixie Looks Abroad: The South and U. S. Foreign Relations:1789-1973)』 라는 책이다. 남부는 미국의 국가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일방주의적인 행동 즉 독선적인 정책을 지지해 왔다고 프라이는 분석했다. 메이슨-딕슨 라인의 남부인 텍사스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에 대한 정책과 북한에 대한 정책을 분석해 보면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의 근본은 보수주의와 기독교의 원리주의 혹은 근본주의 사상이 결합된 신앙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미국 남부의 보수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를 파악함으로써 부시의 보수주의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 안내를 돕는다.

39세 때 빌리 그레이엄 목사로부터 세례를 다시 받고 거듭난 기독교인(Born Again Christian) 이 된 부시는 남부의 정서에 잘 맞는 극단적인 보수주자인 동시에 근본주의자로 등장했다. 그는 집권 후 9·11 테러를 감행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전쟁을 전개했다. 또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북한을 ‘3개 악의 축(Three Axis of Evil)’ 이라고 낙인을 찍고 전쟁을 확대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의 보수주의적 일방주의자들은 기독교의 원리주의자와 똑 같이 악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힘과 청교도의 정신으로 상대방 국가의 ‘지도부 정권 교체’ 만을 통해서 외교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부시 외교정책의 기본인 동시에 외교목표였던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자들의 외교정책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신앙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곳 자기들이 하나님의 편에 서 있고 상대방은 악마의 편에 서 있다는 자기중심적 판단이다. 그들은 중세의 십자군과 똑 같은 전쟁을 감행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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