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경국대 사학과 교수] 끝난 지 한 달이 넘었건만 수능은 여전히 핫뉴스의 진앙지로 손색이 없다. 영어 불수능의 여파로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여 정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둥, 수험생과 학부모의 성토에 정치적 부담감을 안은 대통령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사실상 ‘경질’하였다는 둥 한국 사회는 올해도 수능 홍역을 앓는 중이다. 수험생은 대학 진학에 안간힘을 쓰고 있건만, 대학에서는 이상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나는 국립대발 통합 진통 이슈이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의 통합은 사실상

[이병운 국립순천대학교 총장] 학기 말의 캠퍼스는 묘한 설렘과 분주함이 공존한다. 한 해의 학문적 결실을 갈무리하고, 다가올 새 학기를 준비하는 이 시기는 대학 본연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우리 대학이 개교 90주년을 맞아 개최한 ‘go(90!) SCNU Glocal Youth Festa’는 단순한 축제의 소란함을 넘어, 이러한 성찰에 대한 국립순천대학교의 담대한 응답이었다.교육학적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동적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 대학

[기고_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더 안전하게”라는 조건이 전제로 붙지 않는다면, ‘고위험·도전적 연구’라는 구호는 불완전하다. 위험을 감수하자는 말은 쉽지만, 그 위험을 누가 어떤 시스템 안에서 감당할 것인지는 정책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이재명 정부는 과학기술 투자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동력으로 보고,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2026년 예산안 기준) 수준, 국가 총지출의 약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생태계 조

[박선미 교육학 박사] 인공지능(AI) 기반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은 고등교육의 역할과 평생교육의 방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학계와 정책 담론은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교육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제 경제활동의 주축인 성인 세대의 디지털 역량 공백에 관한 연구와 정책적 접근은 여전히 부족하다.이 격차는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의 부족을 넘어, 지식사회가 시민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성인 세대가 비판적 사고를 갖추지 못하면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의 확산은 가속화되고, 사회적 불신과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

[대학정론_ 손화철 논설위원 / 한동대 교수] 1994년 10월 검찰은 12.12 군사 반란의 주도자에 대한 재판에서 국가 분열을 우려하며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이후 1995년 7월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고소 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전두환, 노태우를 비롯한 관련자 전원에 대하여 내란죄 등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공소권 없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 흘러나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그들의 행위가 군사 반란임이 확정되고 사형선고도 내려졌으나, 관련자

2025-2026년 한중 관계는 경제적 공정성과 역사적 존중을 토대로 ‘규칙 기반의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지난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국빈 방문하여 열린 한중정상회담은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2025년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종전 8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전쟁 세대의 퇴장과

[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의 『직업으로서의 학문』(1919)은 100년도 더 지났건만 여전히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학문을 하는가? 학문을 직업으로 택했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인공지능을 편리한 도구로만 취급한다면 학문 직업이 소멸할 수 있다. 지식 생산의 중심이던 교수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베버는 직업(Beruf)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삶을 거는 소명으로 인식했다.근대 사회를 ‘탈주술화된 세계’로 규정한 베버는 학문을 예언자의 자리에서 끌

[직장인 박사의 월화수목금금금_ 최진희] 「알라딘과 요술램프」에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등장하여 알라딘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가난한 청년 알라딘이 공주와 사랑에 빠지자, 지니는 하루 만에 궁전도 짓고 값진 보석을 만들어 알라딘의 급격한 신분 상승을 돕고 가짜 신분으로 구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챗GPT의 도입 이후 박사과정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마치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난 듯 설레며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프롬프트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LLM이란 지니가 있다면 누구나 공주를 속이는 알라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나 논문을 쓰고, 박사라는 자격을 딸

[기고_ 정용승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우리는 아동에서 지성인이 되기까지 가정과 학교 및 사회 교육으로 배운다. 특히, 학교는 ‘智·德·體’ 즉 지식(intelligence), 도덕(virtue), 신체(physical)를 교육의 이념으로 초등학교부터 강조한다. 교육은 이 같은 3가지를 최상의 목표로 시행하고 있다. 그 목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장학’을 장려하고, 우수한 장학생을 선발하여 미래의 바람직하고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한다. 장학의 지표가 되는 본 보기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의 로즈(Rhodes

[AI강국과 문화강국 구현을 위한 제언_위행복 인사총 이사장] 현 정부가 향후 5년에 걸쳐 매년 2~3천억 원씩 학술연구예산을 확대해주기를 요청하고 싶다. AI강국과 문화강국을 도모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학술연구예산을 과감히 정상화할 것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이미 세계 12위까지 도약했고, 과학기술 면에서도 선도국가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제는 ‘성숙한 사회’로의 진입을 적극 도모할 때이다. 양극화, 이념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

[대학정론_ 홍재우 논설위원 / 인제대 교수] 지방대학에 특성화는 선택이 아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재정지원 사업이 겹치면서 “특성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으로든 특성화를 하지 않으면 곧 망한다”는 말이 ‘묻지마 도그마’가 되었다. 현실을 외면한 채 특성화 자체를 부정하고 뷔페식 종합대학교를 고집하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라 하기 어렵지만 피할 수 없다고 해서 지금의 특성화가 마냥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지금 특성화는 자율적 전략이라기보다 구조적 강제에 가깝다. 재정지원 사업과 평가 지

[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교수] 전국 대부분의 전문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제조업·서비스업·요양·운송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현장 전문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지만, 지역대학, 특히 전문대학은 내국인 신입생만으로는 충원율과 인력양성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교육 품질을 유지하고 성장과 발전을 지속한다는 것은 ‘헛된 꿈’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학들은 해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고, 이들을 지역이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

[대학정론_ 윤영순 논설위원 /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최근 김경수 지방시대 위원장의 지역 청년들과의 토크 간담회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속 가능한 대학 생태계 구축’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이번 정부의 지역과 대학 살리기 정책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지방 살리기, 즉 국가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 이후 꾸준히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되었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서울과 지역의 격차는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현 정부의 지역 살리기 정책, 즉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 쏠림의 이유인 ‘좋은&rsq

AI의 내일은 여전히 빛난다. 다만 빛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약속의 속도(투자금 상환)와 빚의 속도(과열된 설비 투자)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속도는 전략이지만, 투명성은 안전장치다.도시 한복판에 초대형 놀이공원을 짓는다고 상상해보자. 놀이기구(데이터센터·GPU)를 들여오기 전부터 표를 먼저 팔고(장기 매입약정·리스), 기계를 납품하는 회사는 할부·보증으로 인프라를 댄다. 운영사는 토지는 사지 않고 장기 임대로 묶어 초기 부담을 줄인다. 놀이공원 주인·기계 납품업체·티

[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시간마저 자본주의가 팔아먹고 있다.”, “다들 ‘어쩔 수가 없다’며 자본주의 시스템에 갇혀 탁월한 노예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10월 책 모임에서 가이 스탠딩의 『시간 불평등(The Politics of Time)』을 읽고 나눈 얘기들이다. 이 책에서 가이 스탠딩은 모든 불평등 가운데 시간 불평등이 가장 최악이라고 한다. 시간의 자유는 특권이 되어 일과 여가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이들과,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저당 잡힌 이들을 비교한다.한국어판 서문에

[대학정론_ 공진성 논설위원] 전쟁경제의 전형을 보여주는 17세기 30년 전쟁 동안 용병들은 전쟁으로 먹고살았다. 전쟁은 그들에게 작게는 먹고살 기회였고 크게는 출세할 기회였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죽음의 위험을 피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적군과의 대결을 피했고 민간인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았다. 약탈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근로의 의욕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