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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핵 도미노 기로 선 중동, 중국은 웃는다
[글로컬 오디세이] 핵 도미노 기로 선 중동, 중국은 웃는다
  • 성일광
  • 승인 2023.09.20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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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 연구실장

중동지역 핵 도미노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이란의 핵문턱 국가가 기정사실이 되면서 핵 도미노도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3월 말 하원 청문회에서 이란이 2주 내에 핵폭탄을 제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증언해 충격을 줬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JCPOA)을 탈퇴할 때 이란에 필요한 핵폭탄 제조 소요 기간은 1년이었다.

미국의 일방적 핵협정 탈퇴에 발끈한 이란이 핵농축에 몰두해서 결국 핵문턱 국가가 된 것이다. 핵문턱 국가 이란의 등장은 역내에 조용하지만 심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의 핵문턱 국가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핵도미노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사우디의 핵농축 허용 요구는 핵도미노냐 아니면 미국의 외교력 복원이냐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를 미국에 남겼다.  사진=위키피디아

가장 먼저 우려의 목소리를 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2003년부터 이란의 핵 개발 목적은 핵무기 개발이라고 주장하며 줄곧 반대하며 군사적 수단을 이용해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에 수용된 이란계 미국인 석방과 한국에 묶인 이란 원유 대금 70억 달러를 해제하는 합의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역내 사우디‧UAE‧이집트‧터키는 공개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맞대응 작전으로 원전 건설 방안을 내놓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최근 미국이 추진 중인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논의에서 사우디가 원전 건설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원전건설은 물론 자체 핵농축 권리를 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원전 건설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자체 핵농축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사우디가 자체 핵농축 권한을 갖는다면 군사용 핵 개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역내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UAE는 이미 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핵농축 권한이 없어 외부에서 우라늄을 수입해서 가동하며 고농축 우라늄은 해외로 반출해야만 한다. 만약 미국이 사우디에 자체 핵농축 권한을 준다면 그런 UAE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UAE는 당연히 사우디와 동일한 핵농축 권한을 요구할 것이며, 러시아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 중인 이집트와 터키도 자신들의 권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우디의 원전 건설과 핵농축 권리 확보는 사실상 역내 ‘핵 빅뱅’이 될 것이다. 

사우디 핵농축 여부의 열쇠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쥐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미 UAE는 원전을 건설했으며 사우디의 핵농축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과 사우디가 결정할 문제인 만큼 이스라엘은 무관하다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회적이지만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정권은 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 이스라엘-사우디 정상화는 역내에 ‘게임 체인저’가 될 정말 중요한 협상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2020년 UAE‧바레인‧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면서 관계 정상화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아랍권과 이슬람권에서 사우디의 폭넓은 영향력은 UAE에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이슬람의 1·2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품고 있으며 순니 아랍권 세계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해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순니 국가에 경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외교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관계를 튼다면 나머지 아랍 국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 같은 이슬람 국가와도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이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로 얻는 외교적 이익은 역내 안정화에 기여하고 이란을 더 고립시키는 것 말고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중국과 밀월 중인 사우디를 떼어 놓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는 중국과 전투기와 신형 드론 구매를 놓고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며 이미 수년 전에 드론을 구매한 바 있다.

사우디는 중국으로부터 2011~2021년 2억5천만 달러어치 무기를 구매해 역내 국가 중 중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했다. 중국은 올해 3월 이란-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중재해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미국은 사우디와 중국의 밀착 관계를 막으려는 방편으로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끝으로 미국은 자국이 사우디 원전 개발을 돕지 않더라도 사우디는 중국‧러시아‧프랑스로부터 도움을 받아 결국 원전 개발의 꿈을 실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은 사우디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제안했으며 사우디 수뇌부는 이를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 사우디의 핵농축 허용 요구는 핵 도미노냐 아니면 미국의 외교력 복원이냐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를 미국에 남겼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 연구실장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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