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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한국 대선과 판박이, 대만의 후보 단일화
[글로컬 오디세이] 한국 대선과 판박이, 대만의 후보 단일화
  • 이광수
  • 승인 2023.11.29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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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50여 일 정도 남은 대만 대선이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 덕분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6년 직선제를 실시한 이래, 총통과 부총통을 선출하는 대선에서 대만의 정당은 중국에 뿌리를 둔 중국국민당과 대만 주체성을 강조하는 민주진보당이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1996년 국민당의 리덩후이, 2000년과 2004년에서는 민진당의 천수이볜, 2008년과 2012년에서는 국민당의 마잉주, 2016년과 2020년은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당선되는 등 대만 대선은 국민당과 민진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양당 구도를 유지해왔다. 

다음 해 대만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대만 주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에 맞서 야권 후보 단일화, 즉 ‘란바이합작(藍白合作)’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민진당의 라이칭더. 사진=위키피디아

양당 구도는 대만 독립이나 탈중국화와 같은 정치적 의제뿐만 아니라 연금 개혁, 원자력 발전, 백신 공급 등 비정치적 의제에서도 사사건건 대립하는 소위 ‘남녹(藍綠)’ 진영 대결구도가 중도파 또는 일반 시민들의 정당 혐오와 정치적 무관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타이베이의 시장 선거에서 커원저가 연임에 성공한 이유 중의 하나가 남녹 정치 양극화에 대한 대만인들의 불만이다. 커원저는 2015년 중도파를 의미하는 백색역량(白色力量)의 정당 조직으로 대만민중당을 창당했고, 내년 대선 참여를 선언했다.

내년 선거에는 국민당을 비롯한 야권이 비교적 유리한 선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7년여 동안 집권해온 차이잉원 정부에 대해서 유권자들은 부동산 문제·청년실업·연금개혁 등의 정책 수행에서 부정적인 평가로 민진당의 재집권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은 참패했고, 야당인 국민당이 수도 타이베이시를 탈환하는 등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당시 언론은 지방선거가 차이잉원 정부의 불신임 투표이고, 내년 대선과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대만 대선은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에 맞서, 야권 후보는 국민당의 호우요위, 민중당의 커원저 그리고 무소속의 궈타이밍 등 세 후보가 난립한 상태이다. 후보자별 합종연횡을 예상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자 대결 혹은 4자 대결에서는 모두 라이칭더 후보가 최다 득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누가 총통 후보자가 되더라도 민진당의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과 연합보와 중시신문망 등 비판적인 언론에서는 60% 이상의 유권자가 정권교체를 원한다면서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제 내년 대만 대선은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야권 후보 단일화, 즉 ‘란바이합작(藍白合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당의 허우요위와 민중당의 커원저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라이칭더 후보에 맞서는 야권 단일 총통 후보자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양당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선거 이후 연합정부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통이 국방·외교·양안 업무를 결정하고, 기타 정부부처는 국회(입법원) 의석 비율에 따라 분배하는데 민중당은 감독과 균형을 담당하고, 국민당은 건설과 발전을 책임 맡는다는 합의 내용이다.

감독 부처는 커원저가 직접 구체적으로 법무부, 금융위, 언론위원회라고 언급했다. 의회 의석 비율에 따라 정부 부서를 분배하고 공동으로 국정운영을 한다는 것은 의원내각제 형태이기 때문에 대만에서는 독일식 연립정부형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야권 후보의 단일화는 야권 승리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알 수 없다. 우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자와 정당 인사들 사이의 불협화음은 이념과 노선의 합치를 통한 국민 통합보다는 소아병적 이익을 위한 권력투쟁의 성격이 드러나면서 유권자의 지지 분산과 철회 등의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지방선거와 달리 국가를 구성하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대표를 선출하는 대선에서는 “중국에 대항해 대만을 지킨다(抗中保台)”라는 민진당의 후보를 선택하는 대만 유권자 특유의 투표 심리도 여전히 작용할 수 있다. 

대만 대선은 이번 달 24일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단일화가 성사되든 혹은 성사되지 않든 50여 일 간의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다. 동시에 113석의 입법원 의석을 놓고 정당 후보자들 간의 격돌도 다시 벌어질 것이다. 

다시 민진당이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당이 반격할 것인가, 또한 민중당 등 제3세력은 정치적 기반을 구축할 것인가? 내년 대선에서 대만 유권자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 등 지역 분쟁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동아시아의 오랜 위기 지역인 대만해협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만 대선에 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양안 관계와 분단국 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대만 신문의 정치양극화 연구」(2022), 공역서 『중국 정책결정: 지도자, 구조, 기제, 과정』(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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