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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오염수 해양투기, 일본 지방지와 전국지의 온도차
[글로컬 오디세이] 오염수 해양투기, 일본 지방지와 전국지의 온도차
  • 남기정
  • 승인 2023.07.19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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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지난 4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고, 7일에는 일본 원자력구제위원회가 도쿄전력에 ‘해양방류설비 합격증’을 교부하면서 오염수의 해양투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시다 수상은 ‘여름까지 방출’하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높은 투명성으로 국내외에 설명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안전성 확보와 풍설(풍평) 대책의 진전 상황 등을 확인해 판단하겠다”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8월 중에는 오염수 해양방출이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변수도 없지 않다. 

지방신문을 통해 보면, 전국지가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다수의 일본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은 일본의 주요 언론이고, 오른쪽은 지역 신문들이다. 사진=각 언론사 사이트
지방신문을 통해 보면, 전국지가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다수의 일본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은 일본의 주요 언론이고, 오른쪽은 지역 신문들이다.
사진=각 언론사 사이트

<산케이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우익, 보수 계열 신문들은 IAEA 보고서가 국제적 인증인 것처럼 간주하며 기시다 수상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 비판적인 도쿄와 기타 지방신문들을 중심으로 강행에 반대하는 입장과 여론조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신문들의 반대가 강력하다. <후쿠시마민보>는 물론, <주고쿠신문>, <오키나와타임즈>, <류큐신문> 등이 사설을 통해, “IAEA 보고서를 해양방출의 방패로 삼지 말라”거나, “강행은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며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 야당 가운데서는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사회민주당 등이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로 이들 의원들로 구성되는 초당파 의원 모임인 ‘원전 제로, 재생에너지 100의 모임’에서는 오염수 해양투기가 런던조약과 의정서, IAEA 일반안전지침(GSG-8) 등에 위배된다고 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일찍부터 보여 왔으며, 모르타르 고체화를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이에 더해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이라는 민간 싱크탱크에서 발표한 반대 성명도 일본 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CNIC 성명은 IAEA 최종보고서가 국제기준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며, 따라서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일본 정부가 방출하려는 것이 멜트다운을 일으킨 핵연료에 접촉해서 여러 핵종의 방사설 물질을 포함한 ‘방사능 오염수’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나아가 ALPS가 설계된 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CNIC는 1975년 9월에 설립된 시민단체다. 1987년 다카기 진자부로가 대표로 취임하면서 일본의 반원전, 탈원전 운동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 그는 일본에서 시민과학자의 입지를 확립한 사람으로, 대안적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라이트 라이블리후드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그의 권위에 기대 서 있으면서 그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는 CNIC는 과학적 견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과 감시활동을 전개해 왔다. 일본 정부도 도쿄전력도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정면에서 이를 괴담 선동으로 몰아세우지 못한다. 나아가 여론조사 결과는 복잡한 일본 국민의 마음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NHK가 IAEA 최종보고서 발표 이후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염수 해양방류 찬성이 35%, 반대가 20%였다. 그러나 40%의 국민이 여전히 찬반 태도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JNN이 IAEA 발표 이전인 지난 1~2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 45%, 반대 40%였던 것을 고려하면 IAEA 최종보고서는 일본인의 태도 결정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지난 5월의 <요미우리신문>-<한국일보> 공동조사에서 찬성이 60%, 반대가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해양투기가 현실화되면서 의구심이 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신문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양투기 반대가 찬성을 웃도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후쿠시마민보>가 지난 3월 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38.9%인 반면 반대가 41.0%로 반대 여론이 다수였다. <후쿠시마민보>를 포함해서 도호쿠지역의 지방신문인 <후쿠시마민유>, <이와테일보>, <가호쿠신보> 등을 포함한 전국 16개 지방신문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3월 1일 발표), 찬성이 7.6%인 반면, 반대가 21.8%였으며, ‘어쩔 수 없다’와 ‘가능하면 철회하기 바란다’는 소극적 찬반 입장을 더해도 찬성이 45.2%, 반대가 48.4%로 반대 입장이 3.2%포인트 정도 더 많았다. 

지방신문을 통해 보면, <NHK>와 <요미우리신문>, 그리고 <아사히신문> 등의 이른바 전국지가 보여주는 현실과 다른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방신문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다수의 일본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임박한 가운데 일본연구자가 주목해야 하는, 그래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해 전달해야 할 현실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일본 정치와 외교이며 현재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정치 기획으로서 <반일종족주의>: 유령잡기에 도전함」(2020), 『기지국가의 탄생』(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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