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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대만 정치의 막후 세력, 온라인 부대 망군
[글로컬 오디세이] 대만 정치의 막후 세력, 온라인 부대 망군
  • 이광수
  • 승인 2023.06.08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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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대만 망군 즉 댓글부대는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왼쪽). 대만 온라인쇼핑사이트에서 실제 판매하는 망군 티셔츠는 350위안(약 1만4천원)이다. 망군출정 촌초불생(網軍出征 寸草不生): 망군이 출정하면 풀 한포기도 자라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오른쪽). 사진=픽사베이(왼쪽), ap930055 샵 스토어 웹사이트(오른쪽) 

대만의 온라인 소통 공간에서 주로 활동하는 ‘망군’(網軍)은 중국의 우마오당(五毛党) 한국의 댓글부대와 유사하다. 정부 부서 혹은 정당의 외곽조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인원을 의미한다. 해킹 등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서 특정 대상을 감시하거나, 일부러 가짜 뉴스 등의 정보를 흘려서 혼란을 야기하는 등의 행위로 정치적 여론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한다.

대만의 댓글부대인 망군은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민진당·국민당·민중당·중도파·친중파 등의 5개 세력으로 구분된다. 민진당 망군은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부의 대만 독자노선을 지지하며, 국민당 망군은 대만 최대 야당인 국민당의 중국과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

민중당 망군은 제3의 정치세력으로 민진당과 국민당을 함께 비난한다. 중도파 망군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무당파층 네티즌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친중파 망군은 대만 내부의 친중국 입장을 취하는 네티즌이라는 입장도 있고, 대만 소셜미디어에 직접 참여하는 중국 네티즌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대만에서는 망군을 지칭하는 용어로 ‘1450’과 ‘타뤼반’(塔綠班)’이라는 숫자와 단어가 유행되고 있다. ‘1450’은 대만 정부 부서인 농업위원회의 2019년도 ‘농업정보화 강화 계획’ 예산액인 1천450만 대만달러에서 유래됐다. ‘타뤼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이름인 탈레반의 중국어 발음과 민진당을 의미하는 ‘녹(綠)’색의 중국어 발음이 유사하다는 사실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부가 정권 운영을 독점하는 것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국민당을 비롯한 범남진영이 민진당 망군을 풍자·조롱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8년 태풍 ‘제비’가 일본 간사이공항을 강타했을 때, 당시 발이 묶인 대만인 관광객에 대한 대처를 잘하지 못했다는 인터넷 비난으로 결국 당시 대만 영사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2021년 대만의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PTT에서 친중국 인사가 당시 코로나 방역본부인 질병관제서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 민진당 정부는 중국의 온라인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커뮤니티 내부에서 글쓴이가 대만인이며 민진당과 깊이 관련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폭로됐다. 전자의 주요 인물인 카신 양후이루, 후자와 관련 있는 인물 린웨이펑 모두 민진당 지지자이거나 당관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로 드러나면서, 망군 중에서도 특히 민진당 망군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대만에서는 민족 정체성의 심화, 정치적 양극화, 양안 관계의 민감성 등의 여론 형성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당연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토론이 활발해지고, 행태도 다양한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 2014년 태양화 학생운동, 2016년 총통선거 쯔위 사건, 2019년 홍콩 반중시위, 2020년 선거 등 선거와 정책, 대중관계와 관련한 이슈를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이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돼 왔다. 

재미 대만학자 왕홍언 교수는 대만의 인터넷 행동주의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회적 변화로 설명했다. 2020년 대통령 선거 이후 코로나 팬데믹에 의해, 사람 간의 접촉이 힘들어지면서, 오프라인의 사회 네트워크가 불안정해지고 대중 집회나 시위를 조직하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사회운동이 감소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인터넷을 통해 정보습득을 하는 비율을 점차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대만에서 인터넷 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특징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정당 편향보다는 취미·예술·문화 등 자신들이 선호하는 커뮤니티사이트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진당 지지자들이 페이스북을 선호하고, 국민당 지지자들이 유튜브를 더 많이 이용하며, 젊은 층도 자기 세대만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더 이상 익명에 의한 콘텐츠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실제 인간'에 대한 선호로 돌아섰다. 1인 미디어의 활성화는 비즈니스와 자기표현에 솔직하고 과감한 디지털 네이티브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나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2024년 1월 13일은 대만의 새 정부가 들어서는 선거일이다. 현재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부총통 겸 민진당 당주석, 야당인 국민당의 호요우위 신베이시 시장, 제3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전임 타이베이 시장이 총통 후보로 경쟁하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 개인 간의 지상전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의 망군에 의한 공중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인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양안관계와 통일모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대만 신문의 정치양극화 연구」(2022), 공역서로는 『중국 정책결정: 지도자, 구조, 기제, 과정』(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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