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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1천 년 교류, 이제는 쌍방향 문화다
[글로컬 오디세이] 1천 년 교류, 이제는 쌍방향 문화다
  • 박재양
  • 승인 2023.08.3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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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박재양 부산외대 아랍학과 교수

지속적으로 탈(脫)석유화를 추구하고 있는 아랍과 우리는 어떤 협력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아랍에미리트는 한-아 정상 회담 이후 우리나라에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국부 펀드 투자를 약속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6개의 프로젝트 계약과 양해각서를 통해 300억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고, 그 밖의 아랍국가와도 원자력과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70년대의 중동 붐에 이어서 또다시 우리나라의 국력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에 우리는 아랍 땅에 항만과 도로를 건설하여 기반시설의 기초를 다져주었고, 우리나라는 한 단계 상승하는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협력 관계가 끝난 후에 양측은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로 돌아갔다. 양측은 역사적으로 접촉한 지가 1천여 년이 훨씬 넘는다. 그런데도 국민 간의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서로 간에 더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현재까지 소원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제2의 중동 붐을 비즈니스 관계뿐만 아니라 국민 간의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를 알아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바란다. 콘텐츠 프로그램 교류를 통해 서로의 끈끈한 유대 및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돈독한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랍 사회도 우리와 같은 가족 중심적 사회이다. 양측이 모두 가족과 형제 자매 사이의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세워진 가문을 중시한다. 정서가 유사한 두 국민 간에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두 국민이 함께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몇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을 갔었다. 거기서 상대 파트너를 만났는데 본인의 자녀가 한국의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자녀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신상을 본인이 찾아봤다고 한다. 

필자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자녀가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이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을 수가 있어 자신이 직접 찾아봤다고 한다. 또 다른 인사는 자기 자녀가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한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고 배워보지도 않은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왜 우리 아이들이 한글로 노래를 따라부르는지 그 이유가 뭐냐고 필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우리는 과거와 다른 측면에서 아랍과 함께해야 한다. 양측 간의 단
순한 비즈니스 관계에서 벗어나 한 차원 승화된 관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사진은 두바이 K-팝 공연 모습이다. 사진=박재양

이런 이야기가 비단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있겠는가. 이는 한국문화가 아랍 전역에 퍼져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바이에는 예전부터 한국 아이돌이 진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블랙핑크, BTS, 슈퍼주니어가 공연을 했다. 각 아랍국가에는 한국 아이돌의 팬클럽이 결성돼 있다. 그들의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만큼 우리도 아랍문화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들의 가족 중심적 사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2008년에 창립된 한국-아랍소사이어티는 우리나라 문화를 아랍권에, 아랍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오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중동의 맹주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해, 우리 문화를 아랍권에 홍보하며 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문화교류는 쌍방향 교류가 이뤄져야 더 시너지 효과가 큰 만큼 아랍문화 소개 행사가 국내에도 많이 개최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과거와 다른 측면에서 아랍과 함께해야 한다. 양측 간의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에서 벗어나 한 차원 승화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가오는 제2의 중동 붐이 단순한 구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도록 먼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인 아랍어와 아랍‧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차세대 젊은이들 사이의 교류사업 등을 확대해 양국 문화 체험 행사 등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박재양 부산외대 아랍학과 교수 
이집트 알아즈하르대에서 꾸란 언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집트 한국 문화원 초대 원장을 역임했다. 꾸란 음소 배열 및 아랍어 신조어 연구 등 논문과 『다른 듯 닮은 이집트 이야기』(단독), 『문화의 날개로 한국을 싣고』(공저), 『세계 도시 설명서』(공저)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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