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4:10 (금)
[글로컬 오디세이] 발트 3국 유럽연합 통합의 길, 고속철도 ‘레일발티카’
[글로컬 오디세이] 발트 3국 유럽연합 통합의 길, 고속철도 ‘레일발티카’
  • 서진석 
  • 승인 2023.04.27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컬 오디세이_ 서진석 한국외대 EU연구소 선임연구원
발트 3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인 이 레일발티카는 통일 후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꿈의 기차노선을 이어주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이미지=위키피디아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발트 3국은 나름 유럽 내에서 새로운 관광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펜데믹이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에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로 가는 전세기가 운행됐을 정도로 꽤 호황을 누리던 관광지였다. 펜데믹이 잠잠해져가고 있는 지금, 다시 기지개를 켜고 한국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유명세에 비해 발트 3국은 국가간 이동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비행기를 제외하곤 현재 국가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버스가 유일하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간 거리는 290km, 리가에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간 거리는 그와 비슷한 294km. 한국의 입장에서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고속도로가 열악한 현지 사정으로 인해 각 이동시간 4시간 30분이나 걸린다. 그러므로 발트 3국을 여행할 시에는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많다. 

유럽은 웬만하면 국가간, 도시간 철도가 연결돼있어 이와 관련한 불편함이 많이 없는 반면 발트 3국은 그러한 철도여행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

공식적으로 1991년까지 소련에 편입돼있던 발트 3국는 공통적으로 1천520mm의 궤간선로를 사용하지만 폴란드부터는 1천435mm 궤간선로를 사용해 서유럽과 발트 3국간 철도 연결이 불가능했다. 바르샤바에서 빌뉴스까지 연결되는 기차가 있긴 했으나 폴란드-리투아니아간 국경 도시에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용객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스탈린이 서유럽으로의 군사장비 이동을 불가능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크다. 그러므로 도시간 이동에 장거리 버스이동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통 환경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대안이 실행 중이다. 바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레일발티카라는 고속철도가 건설 중에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연결하는 이 노선은 총 길이 870km에 최대속력은 시속 249km, 화물열차는 120km의 속도를 자랑한다. 이 속도면 버스로 10시간이나 걸리는 빌뉴스와 탈린 구간은 4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주파가 가능하다. 

이 공사에 들어가는 자금은 총 57억9천만 유로이다. 발트 3국에서 2km에 가까운 가장 긴 다리를 새로 건설해야 하며 세 개의 현대적 터미널과 최소 7개의 새로운 기차역까지 들어선다. 대부분 유럽연합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본 프로젝트는 별 어려움 없이 착착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에 공사를 마치고 2026년부터 여행객 수송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국가마다 저가항공노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철도를 굳이 건설하는 것이 상황에 맞느냐 하는 비판도 있다. 우선 레일발티카의 완공은 유럽연합과 서유럽으로의 진정한 통합을 완성시키는 의미 있는 일이라 보는 분석이 많다.

현재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강화되고 대러시아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로만 한정돼 선로가 연결돼있다는 것은 아직 국가기반산업에서의 러시아 의존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6년 여행 수송이 시작되면 발트 3국이 실질적으로 서유럽과 연결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유럽으로의 진정한 귀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소련식 궤간은 철거하지 않고 유지할 계획이다, 기존의 지역간 노선이나 러시아로의 이동도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폴란드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병력을 발트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질적으로 유럽연합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 역할을 하고 있는 발트 3국의 안보상황은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레일발티카 건설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현재 상황에서 2026년에 맞춰 레일발티카 완공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유럽연합 지원금에 관한 계약도 2024년에야 마무리되는 등 모든 것들이 대략 2년에서 2년 6개월씩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각의 완공이나 일부 구간 철도건설이 점차 늦어지고 있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히 우크라니아 전쟁이나 펜데믹의 탓으로 돌리기만도 어렵다. 카우나스에서 폴란드 비아위스톡 구간에 운행되고 있는 새로운 열차노선이 현재 건설지연을 유발했다는 분석도 크다.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개통을 해 그 기간 공사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완공 시기를 2030년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탈린에서 헬싱키까지를 기차로 연결하기 위해 기획하고 있는 해저터널 공사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발트 3국의 국가적 사활이 달린 문제는 아니지만 발트 3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인 이 레일발티카는 통일 후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꿈의 기차노선을 이어주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서진석 한국외대 EU연구소 선임연구원

에스토니아 타르투대에서 비교민속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서 연구원과 기자로 활동했다. 라트비아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 발트 3국 지역 내의 한국어 발전 방법론과 20세기 이후 발트 3국이 겪고 있는 사회적 변화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발트 3국』, 『유럽 속의 발트 3국』, 『발트 3국의 언어와 문화』(공저)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