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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한중 MZ 세대, 국가 자부심과 개인적 좌절 사이에서
[글로컬 오디세이] 한중 MZ 세대, 국가 자부심과 개인적 좌절 사이에서
  • 김주아
  • 승인 2023.10.1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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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신인류’라고 부르는 한국의 MZ 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로 충돌하고 있다. 오래된 성문법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세대 간 갈등을 묘사한 바 있다. 정확히 말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대 갈등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인류 사회가 끊임없이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에 MZ 세대가 있다면, 중국에는 80허우(后), 90허우, 00허우 세대가 있다. 말 그대로 80년대 이후 출생자, 90년대 이후 출생자, 2000년대 이후 출생자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와 Z세대(1995~2009)를 통칭하여 MZ 세대라는 말로 기성세대와 구분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연도별로 세분해 특징짓고 있다. 

중국의 청년들이다. 한중 MZ 세대는 닮은 점이 아주 많다. 먼저, 이들이 사회에 나와 겪는 문제와 처한 상황, 고민, 성향 등이 비슷하다. 양국 모두 빠른 경제발전을 겪으면서 국가는 예전보다 부강해지고 사회도 발전했지만, 최근 정체된 경제발전 앞에서 개인은 오히려 상실과 좌절감을 느끼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사진= UN

가까운 미래, 두 사회의 주축이 될 한중 MZ 세대는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아있다. 먼저 서두에 거론한 것처럼, 이들은 각국에서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요즘 것들’ 취급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최근 한중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호 혐오 정서가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대를 불문하고 표출되는 각종 반중·반한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중에서도 MZ 세대라는 양국의 20대·30대가 상대국의 MZ 세대에 대해 가장 냉담한 것으로 나타난다. 향후 한중 관계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세대가 서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국 사이의 냉각기류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국 MZ 세대의 마음을 더욱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중 MZ 세대는 닮은 점이 아주 많다. 먼저,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문제와 처한 상황·고민·성향 등이 비슷하다. 양국 모두 빠른 경제발전을 통해서 국가는 예전보다 부강해지고 사회도 발전했지만, 최근 정체된 경제발전으로 개인은 오히려 상실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한편, 양국의 MZ 세대는 반세기 이상 지속된 평화 덕분에 기성세대가 이룩한 성과를 가장 많이 물려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풍요 속 빈곤’과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은 양국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자부심이 크다는 것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유사 이래 문화적 자부심이 가장 고조된 시기라고 할 정도로 ‘한국적’인 것을 최고로 여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K-드라마에 이어, K-팝, K-무비에서 K-뷰티로 확산하고 있다. K-컬쳐는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상화 되고 있다. K-방역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제 접두어 ‘K-’는 한국 문화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이니셜이 됐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궈차오(國潮)’로 대변되는 중국의 애국 소비 문화는 더 이상 민족적 자부심의 치기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지도를 재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의 애국 소비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중국 제품을 애용하자’, 소위 중국식 신토불이 운동에 지나지 않다고 평가절하할 수는 있다.

물론, 기성세대의 애국 소비가 어느 정도 국가 사랑의 발현에서 시작된 개인의 절제였다면, MZ 세대의 애국 소비는 ‘Made in China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에 가깝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중국산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실속 소비의 일환일 뿐이다. 

그야말로 궈차오(국산 제품에 대한 붐)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열광의 이면에서 이들이 겪는 박탈감과 좌절도 유사하다. N포세대·이생망으로 대변되는 한국 MZ 세대의 불안감과 희망의 상실이 중국에서는 탕핑족(躺平)·네이쥐안(內券)·포시(佛系)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욕망사회’를 표방하는 신조어에는 깊은 무력감이 내포돼 있다. 마치 정상에 오른 뒤에 밀려오는 허탈감처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치인 세대’가 된 셈이다. 이렇게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양국 청년들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먼저, 이들은 고조되는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사회적 부조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내부적으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넘쳐나는 혐오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회적 불만이 주로 외부 총질로 이어지고 있다. 즉, 특정 국가에 대한 반대와 혐오 또는 자국에 대한 극단적인 지지와 애국심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양산되는 내수용 애국 콘텐츠와 자문화 중심적 민족주의 교육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애국 소비문화가 반(半)자의적 선택에서 자발적 선택으로 전이된 것처럼, 중국 MZ 세대의 문화적 자긍심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 

 

김주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베이징 어언대에서 응용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언어
와 문화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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