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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전쟁의 아귀지옥… 홍해·걸프 지역
[글로컬 오디세이] 전쟁의 아귀지옥… 홍해·걸프 지역
  • 성일광
  • 승인 2023.12.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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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 연구실장

홍해-걸프 지역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실제 후티가 선박을 나포한 것은 물론 이스라엘 남부로 드론과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홍해-걸프 지역 안보 상황 악화는 역내 안보 지형에 두 가지 함의를 던져준다. 

첫째, 이스라엘 목표물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중과 해상 공격은 후티 반군과의 평화 협정을 체결해 예멘 전쟁을 종결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상 노력을 위협하는 방해 요인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크게 확대되면 사우디와 UAE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우디와 UAE는 화석연료에만 의존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후티의 공격은 해외투자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프로젝트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둘째, 시리아, 특히 이라크에서 친 이란 민병대가 시리아와 이라크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자 미군이 친 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두차례 대응 공습한 것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친 이란 민병대는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걸프 아랍 국가들마저 공격할 수 있는 만큼 사우디와 UAE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UAE는 과거 후티나 이라크 단체의 직접 공격을 받았으며 여전히 잠재적 공격 위험에 처해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걸프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은 예멘과 이라크에서 이란과 연계한 무장 세력으로부터 비슷한 위협에 직면해 있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경우 더욱 그렇다. 

올해 10월 25일 이스라엘 북부에 주둔한 이스라엘 군인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국경을 넘나드는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북쪽 국경 근처에서 수천 명을 대피시켜야 했다. 사진=미국평화연구소(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올해 10월 25일 이스라엘 북부에 주둔한 이스라엘 군인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국경을 넘나드는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북쪽 국경 근처에서 수천 명을 대피시켜야 했다. 사진=미국평화연구소(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미 국방부는 지난 10월 19일 미 해군 구축함이 예멘 해안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순항 미사일 4발과 드론 15대를 요격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사우디의 방공망도 가동돼 미국의 요격 작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달 27일에는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이집트 홍해 마을 타바와 누웨이바에서 드론 2대가 폭발해 파편으로 인해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해치려는 의도로’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31일 이스라엘의 애로우 방공 시스템이 홍해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요격했고, 이스라엘 전투기는 후티 반군의 순항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요격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발발하자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미국 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리야드는 협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을 이유로 사우디에 대한 부정적인 성명과 선전으로 사우디를 공격했다. 10월 31일, 후티군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세 차례의 공격이 ‘힘이 약해진 아랍 정권의 일부가 정적 이스라엘과 결탁한 가운데’ 가자 지구에서 ‘잔인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침략’을 당한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또 같은달 17일 성명에서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해 예멘 전투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무시한 사우디를 비난했다.

게다가 예멘과 사우디 국경에 폭력 사태도 다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6개월 휴전이 성사된 이후 처음으로 국경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9월 말 바레인 군인 5명이 사망한 이후 10월 말에는 사우디 군인 4명이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 지역이 지속적인 확전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과 걸프 지역 동맹국들은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걸프 지역를 넘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위협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안보 파트너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예컨대, 10월 20일 이라크 소재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조직원 수백 명이 가자 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공세와 1994년 체결한 요르단과 이스라엘 평화 협정에 항의하기 위해 이라크-요르단 국경 지대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가자 사태 이후 별 대응을 하지 않는 요르단 국왕에 반대하는 시위인 것이다. 후티 반군이 반요르단 전선에 동참할 수도 있다.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요르단은 후티의 ‘탄도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미국에 원조를 요청했다. 

10월 30일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이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 안보보좌관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국가와 비국가행위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파트너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역내에서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진행 중인 것은 여전히 확전의 위험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심각한 위험에 빠진 홍해-걸프 지역 안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주도 10개국이 후티 반군에 대응하는 협렵체를 구성한 만큼 치밀한 정세 분석과 함께 이 지역을 지나는 우리 선박의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 연구실장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 이스라엘 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Mamluks in the Modern Egyptian Mind: Changing the Memory of the Mamluks, 1919-1952』 (Palgrave MacMillan, 201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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