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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중국 정부와 기업 관계, 사상정치공작에 주목할 때다
[글로컬 오디세이] 중국 정부와 기업 관계, 사상정치공작에 주목할 때다
  • 박철현
  • 승인 2023.08.08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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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1978년 이후 개혁기 들어서 중국은 ‘국유기업 개혁’을 시작했다. 개혁기 들어서 기존의 계획경제 및 계급투쟁과 결별을 선언하고 ‘포스트 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위한 경로와 속도를 모색하고 있던 중국에게 국유기업 개혁은 곧 국유기업의 기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위상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1990년대 본격화된 국유기업 개혁은, 상당수 국유기업을 ‘사영화(私營化)’시키는 ‘산업구조 조정’과 주식제를 도입하는 ‘소유권 개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군사, 자동차, 기차, 항공기, 자원, 원자력, 화학, 통신, 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의 국유기업이 사영화됐으며, 살아남은 국유기업의 소유권도 기존 “공장의 주인은 노동자 계급”과 같은 이데올로기적 규정과 달리 보유량 만큼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제로 바뀌었다.

중요한 것은 기존 사회주의 기업을 포스트 사회주의 기업으로 바꾸는 국유기업 개혁은 이렇게 제도적 물질적 전환만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전환’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로서 국유기업 개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조정과 소유권 개혁만이 아니라, 포스트 사회주의 국유기업 개혁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전환을 필요로 했다. 중국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전환을 ‘사상정치공작’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사상정치공작이란 중국의 국가(공산당-정부)가 직면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위기와 도전을 돌파하기 위해서 공산당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사상정치에 초점을 맞춘 선전교육 활동을 가리킨다.

사상정치공작 연구회 홈페이지 화면이다. 기존 사회주의 기업을 포스트 사회주의 기업으로 바꾸는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제도적 물질적 전환만이 아니라 ‘이데 올로기적 전환’을 필요로 했다. 사진=사상정치공작 연구회

사상정치공작은 1949년 건국 이전 혁명운동 과정에서 시작됐고, 건국 이후에도 중공중앙 선전부의 주요 활동 중 하나였다. 1978년 이후 개혁기 들어서는 포스트사회주의로의 체제전환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국유기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상정치공작을 교육하고 선전하는 ‘중국 직공사상정치공작 연구회(이하 연구회)’가 1983년 1월 18일 베이징에서 설립됐다. ‘연구회’는 198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된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대두된 각종 문제들을 국가의 관점에서 노동자들에게 분석함으로써 국가 주도 국유기업 개혁 자체를 정당화하고, 나아가서는 포스트 사회주의로의 체제전환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는 교육선전 활동을 하는 기구였다.

‘연구회’는 학술단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공중앙 선전부에 직속된 이데올로기 선전기구로서, 중앙과 지방의 각종 국유기업은 물론, 각급 공산당과 정부기관에도 설치됐다.

사상정치공작의 주요 내용은, 개혁기 매 시기 국유기업 개혁과 관련해 제기된 주요 문제들이었다. 1980년대 국유기업 개혁에서 주요 문제는 ‘공장장 책임제’였다. ‘공장장 책임제’는, 개혁기 이전 국가 관련 부처가 기업에 가지고 있던 권한을 축소시키고 기업의 생산과 경영을 담당하는 공장장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생산과 경영 효율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살펴본 1990년대 본격화된 국유기업 개혁 내용인 ‘산업구조 조정’과 ‘소유권 개혁’, 그 결과 발생한 ‘단위체제’의 해체, 사회주의 ‘공유제 주택’ 제도의 폐지도 국가가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상정치공작의 주요 내용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의한 중국의 글로벌 자본주의 규범의 본격적 수용과 개혁 과정에서 확대된 지역간, 계층간, 도농간 격차에 저항하는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수호도 국가가 진행해야 하는 사상정치공작의 주요 내용이었다.

국가의 기업에 대한 사상정치공작과 관련해서 2010년대 들어서 제기된 새로운 문제는 곧 디지털 기업의 부상이다. 주지하다시피, 2000년대 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고, 이 과정에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저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서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했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T) 기업은 급격히 성장했고,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이렇게 디지털 기업의 부상과 경제 전반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함께 나타난 플랫폼 노동도 최근 국가가 사상정치공작을 진행하는 주요 내용이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과 다른 자본-노동 관계, 고용관계, 노동의 성격 등으로 인해서, 국가의 입장에서는 선도적인 사상정치공작을 통해서 노동자의 의식을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해야만 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향후 격변하는 국제정치경제를 배경으로, 공유제 기업, 비공유제 기업에 대한 국가가 사상정치공작을 분석해, 중국의 국가가 어떠한 국가-기업 관계, 국가-노동자 관계를 구축하려 하는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철현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중국 런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 분야는 중국 동북지역의 공간생산, 국유기업 노동자, 동북지역의 ‘역사적 사회주의’ 등이다. 주요 저작으로 『다롄연구: 초국적 이동과 지배, 교류의 유산을 찾아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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