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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대학 운영을 기업에 넘겨라
차라리 대학 운영을 기업에 넘겨라
  • 안상준
  • 승인 2025.12.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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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경국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끝난 지 한 달이 넘었건만 수능은 여전히 핫뉴스의 진앙지로 손색이 없다. 영어 불수능의 여파로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여 정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둥, 수험생과 학부모의 성토에 정치적 부담감을 안은 대통령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사실상 ‘경질’하였다는 둥 한국 사회는 올해도 수능 홍역을 앓는 중이다. 

수험생은 대학 진학에 안간힘을 쓰고 있건만, 대학에서는 이상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나는 국립대발 통합 진통 이슈이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의 통합은 사실상 실패로 종결될 전망이다. 양교는 2023년에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되었고, 그에 따라 받은 정부 지원금은 향후 5년간 1,000억 원+α를 상회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충북대의 교수, 학생, 직원들은 압도적 표차로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출했다. 국립대 통합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서 ‘지금 이대로’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여론으로 읽힌다. 향후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이 진행될 예정인데, 충북대의 사례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른 하나는 한양대 재단의 매각설이다. 매각의 원인은 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막대한 부채 해소에 있다고 한다. 삼성의 성균관대 인수, 두산의 중앙대 인수 등 기업이 대학의 재단을 인수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 한양대의 기습적인 매각설은 한양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한 입지와 이미지를 떠올리면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SKY라는 항간의 대학서열을 우습게 여길 정도로 한양대 공대의 경쟁력은 사립대 최강을 자랑했고, 한양대의 굳건한 아성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무리한 임용과 내부 고발을 둘러싼 한양대발 뉴스는 한양대 재단의 대학 운영이 원만하지 못함을 드러내곤 했었다. 대한민국 사립대 법인 전반을 점검할 계기가 아닌지 교육부는 심각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국립대 통합 무산과 사립대 재단 매각설은 한국 대학의 총체적 위기의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국립대는 여전히 무사안일과 대책 없음으로 판명 났고, 사립대의 경우에는 경기침체의 국면에서 재정적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로 추락한 지방대의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방책은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정부의 왜곡된 재정정책으로 위기에 빠진 사립대는 법인의 무리한 운영으로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다. 

앞으로 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부실한 도립대를 끌어안고 통합을 추진할 중소규모 국립대가 경쟁력을 회복할 리 만무이고, 여전히 오리무중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라이즈체계 속에서 지방 사립대는 어떻게 생존의 길을 찾을지 막막할 따름이다. 그 사이에 대학 내부에서는 막무가내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소위 거점 국립대를 제외하고 기초과학 분야를 유지하는 지방대는 이미 거의 사라졌고, 이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 사라질 지경이다. K-인문을 내세워 글로컬사업에 지정되고도 인문대학의 학과와 정원을 삭제하겠다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철학·역사학·사회학·정치학 등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기초학문이 국·사립을 막론하고 이제 지방대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진정 대학위기의 본질이 학령인구의 감소에 있을까?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대학의 학과와 전공을 폐지하는 양적인 기준에 따라 대학을 운영해야 할까? 왜 대학은 학문의 수준으로 평가되지 않고, 양적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는가? 

참으로 양적 기준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이제 대학 운영의 주체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이 고등교육을 지배하는 시대정신임을 확신한다면, 교육부는 국립대 운영마저 기업에 넘기고, 사립대에 영리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무한경쟁의 장을 터주길 바란다.

안상준 논설위원
국립경국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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