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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 중동, 아랍의 봄은 다시 올까
세계의 화약고 중동, 아랍의 봄은 다시 올까
  • 최승우
  • 승인 2023.08.2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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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⑨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가 「중동 문제와 국제 정치」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10강은 조경란 연세대 교수(국학연구원)의 「21세기 중국의 ‘천하’관과 ‘신천하주의’」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내 문제로 시작된 거대한 난민의 물결은 유럽 사회의 사회

·정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하다. 에너지 교역국으로서 중동은 대한민국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외교적 파트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동의 지역성과 국제 관계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학계와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 사이에서 흔히 ‘중동’ 또는 ‘서아시아’라고 알려진 지역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CIA 월드 팩트북은 가자 지구에서 남쪽으로는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오만, 북쪽으로는 카프카스 3개국(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조지아)을 아우르는 지역을 중동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서쪽으로는 모로코, 동쪽으로는 이라크까지 이어지는 지역과 이란과 이스라엘을 포함하는 지역에 근동(Near East)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로코를 제외한 아랍연맹 회원국 21개국에 이란을 추가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라고 부른다. 이처럼 중동 또는 서아시아라는 지역에는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는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할 때, 중동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시에이뤄져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라며 “중동 예외주의에 파묻혀 그들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볼 때, 국제 관계의 맥락을 놓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는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할 때, 중동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시에이뤄져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라며 “중동 예외주의에 파묻혀 그들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볼 때, 국제 관계의 맥락을 놓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이는 중동 또는 서아시아 지역의 경계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닌 외부인의 관점과 목적, 의도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됐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이 지역을 중동 또는 서아시아로 만드는 특성 또한 외부인에 의해 정의됐지만, 지역 내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와 언어, 민족 집단의 다양성은 중동 문화 또는 이슬람과 같은 하나의 요소로 환원돼 동질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중동의 국제 관계를 논함에 앞서, 중동학자들은 과연 이렇게 다양한 결을 가진 각각의 중동 국가와 이 중동 지역의 국제 관계를 일반화된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를 가져온다.

2011년 1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부르기바 거리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광장 저편에서는 튀니지 사람들의 울분에 섞인 구호 소리가 들리고, 에멜 마슬루시는 단호하게 ‘절대 죽지 않는 목소리’로 저항의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광장에 모인 아랍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중동은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중동의 광장은 아직도 민중의 함성과 울분으로 가득 차있다. 여전히 중동 각지에서 위태로운 민중은 자유화와 민주화를 부르짖고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중동 지역에 근대 민족국가가 설립된 이후,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침묵해오던 이란과 아랍의 시민들은 21세기 초 연이은 반정부 시민 저항 운동을 경험했다. 거대한 민주화 물결의 신호탄은 바로 2009년 이란 녹색 운동과 2010년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곧 ‘아랍의 봄’이라는 연쇄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졌다.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예멘, 바레인에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봉기했다. 

이 일련의 민주화 운동은 지금까지 수동적인 존재로 대상화됐던 이란과 아랍 지역의 젊은이들을 능동적 주체로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는 이란과 아랍 지역의 젊은 세대가 민주화 봉기를 통해 자유롭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각국의 오래된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맨몸으로 최전선에 뛰어드는 현장을 목도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발발한 이란과 튀니지의 대규모 반정부 시민 저항 운동은 곧 주변국으로 퍼져 나갔다.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예멘, 바레인에서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가 발발했다. 

시민들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독재자를 축출했다. 되풀이 하지만, 특히 이 민주화 운동은 지금까지 수동적 존재로 대상화된 이란과 아랍의 젊은이들을 능동적 주체로 새롭게 각인시켰다. 전 세계는 이란과 아랍 지역의 젊은이들이 민주화 봉기를 통해 자유롭고 번영된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목도했다

2010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2011년 수많은 아랍 국가가 ‘아랍의 봄’을 경험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아랍은 시민들에 의해 선출됐던 민주 정권이 군부 쿠데타로 전복된 이집트, 독재 정권이 복귀한 시리아, 내전으로 실패 국가가 된 리비아와 예멘을 통해 ‘아랍의 시련’을 맞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아랍의 봄의 방아쇠를 당겼던 튀니지는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손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아랍의 시련 속에서 튀니지만이 더디지만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혁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연이은 강진이 발생했고, 두 지역에서 사망자가 3만7천 명 가까이 기록됐다. 튀르키예 중남부 지역과 함께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은 시리아 이들리브와 알레포 등 북부 지역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 세력이 점령한 곳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2월 12일 기준으로 시리아에서 사망자가 9천300명에 이를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시리아는 10년 넘게 냉혹하고 처절한 복합 위기를 겪어왔다.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의 갈등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카타르, 그리고 이란 등 권역 내 국가들과 러시아,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된 일종의 대리전이었다.

여러 국가의 탐욕과 정권 유지를 위한 독재 체제의 이해관계 속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시리아의 아이들과 국민들이었다. 10년이 넘는 내전 상황 속에서 시리아의 많은 이들은 가까운 튀르키예에서, 또한 유럽과 캐나다, 그리고 한국에서 난민으로 자신의 조국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난민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시리아에 남아 있는 이들은 뒤이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극심한 경제난, 불안한 치안,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엄혹한 현실에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랍의 봄 이후, 러시아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수호를 위해 정치적‧외교적‧군사적 지원을 확대했고, 이는 역내에서 러시아의 힘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다른 별개의 관계를 중동 각 국가들과 맺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중동은 매우 복잡하고 입체적인 지정학적 맥락이 형성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3월 15일에서 19일까지 이란은 중국, 러시아 군과 함께 합동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 2019년 12월 인도양 그리고 지난해 1월에 이어 세 번째 합동 훈련이며, 올해 훈련은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이뤄졌다. 이 합동 훈련은 ‘2023 해상 안보 벨트’로 불리며, 이란, 중국, 러시아뿐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측 참관 팀이 함께한 가운데 시작됐다. 

미국과 깊은 긴장 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 중국, 러시아 해군이 공조해 합동 훈련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반대 진영의 군사 공조를 과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란, 중국, 러시아는 미국에 의해 경제 제재를 받거나, 강도 높은 수출 규제를 받는 나라들이다.

이에 이란, 중국, 러시아는 경제 협력에 이은 군사 협력 강화로 연대를 다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중재로 이란은 7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 관계 복원을 밝혔고, 곧이어 이란의 외교, 안보 총 책임자인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이 올해 3월 16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셰이크 모하마드 빈 라시드 두바이 국왕을 만나는 등 역내 밀착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과의 관계 회복은 곧 UAE, 바레인,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의미한다. 올해 기준 중동 각국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존재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리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내정을 간섭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눈감는 러시아와 중국과 손 잡았을 때, 정권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진다.

앞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주목하면서 추적할 필요가 있다.

아랍의 봄 이후, 중동 국내 문제들로 발생한 거대한 난민 물결은 유럽 사회의 사회, 정치 문제가 돼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하다. 에너지 교역국으로서 중동은 대한민국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적, 외교적 파트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중동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할 때, 중동 사회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중동 예외주의에 파묻혀 그들을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볼 때, 국제 관계의 맥락들을 놓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를 추구하는 대안 권력으로서의 시민사회의 잠재력에 대한 연구 등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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