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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의 어부지리가 부상시킨 인도태평양
미중갈등의 어부지리가 부상시킨 인도태평양
  • 최승우
  • 승인 2023.07.03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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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③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를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부터 동아시아,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과 담론을 인문·사회·자연과학이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가 「지역 질서와 지역 기반 국제 정치: 세력 전이와 아태 지역 질서」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4강은 전재성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의 「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도전들」이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과 관련해 안보를 강조한다. 단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거론하며 중국이 패권적 야심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미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제약하고 심지어 배제하려 한다.

탈냉전과 함께 미국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단극의 순간(unipolar moment)’을 맞게 됐고, 이러한 절대적 우위는 2천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됐다. 월트(StephenWalt)에 따르면, 이 시기 미국이 누린 우위는, 경제력, 군사력, 국제 기구에서의 영향력, 소프트 파워 등 전방위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값비싼 전쟁을 치른 반면에 중국이 고도 성장을 기록하면서 지역에서의 세력 대비에 변화가 발생했다. 

중국이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선언한 이후 매 7~8년마다 GDP 규모를 두 배로 증대시키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빠른 경제적 성장을 통해 값비싼 전쟁을 이어간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축소한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1991년 미국의 GDP는 6조 1천580억 달러로 3천833억 달러에 머문 중국의 16배에 달했다.

그러나 2014년 미국과 중국의 GDP는 각각 17조 5천272억 달러와 10조 4천757억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격차가 1.6배로 축소됐다. 대략 25년이라는 기간에 그 격차가 10분의 1로 축소되는 놀라운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구매력 지수(PPP)를 사용한 IMF의 평가는 같은 해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했다고 제시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지리적 범위의 확대와 함께 질서의 형성과 관련해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추세가 강화됨을 의미한다”라며 “미중 경쟁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서 신냉전의 국면이 형성되고 이와 함께 충돌의 위험성도 증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지리적 범위의 확대와 함께 질서의 형성과 관련해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추세가 강화됨을 의미한다”라며 “미중 경쟁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서 신냉전의 국면이 형성되고 이와 함께 충돌의 위험성도 증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여기에 더해 2030년대에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변화는 군사력 대비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1991년에 발생한 걸프전을 계기로 군사 현대화 노력을 개시했고, 이후 증대되는 경제력을 군사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감으로써 군사력 대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중국이 30여 년 넘게 계속해서 국방비를 증대한 결과, 양국 간 국방비 격차가 축소됐다. 1991년 미국의 국방비는 5천519억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233억 달러에 머문 중국과 20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에 이르면 미국의 국방비가 7천666억 달러 그리고 중국이 2천449억 달러를 각각 기록함으로써, 그 격차가 3배 정도로 축소됐다. 이러한 국방비 증가에 힘입어 중국의 군사력이 급속하게 강화함에 따라 양국 간 군사력 대비에도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동안 방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전력을 유지해온 중국은 최근 들어 전략핵 능력 강화를 통해 미국과의 격차를 축소하고 상호확증파괴(MAD)의 국면을 형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탈냉전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제 질서는 초기 협력과 통합을 강조하던 데서 경쟁과 분리의 흐름을 강화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초창기 아태 지역의 정체성이 강조되던 데서 이제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이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의 정체성이 지리적 요인을 넘어 지정학적 고려에 의해 영향을 받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부상은 지역 국제 질서에서 경제적 고려의 비중이 약화하고 안보·전략적 이익의 비중이 증대됨을 상징한다.

미국이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여한 것은 지역의 질서를 주도하려는 의도를 반영했다. 그러나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아태 지역 질서와 관련해 이견과 경쟁이 확장된다. 

이는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미중 간 국력 격차가 급속하게 축소되고 이로 인해 지역의 질서와 관련한 주도권 문제가 부각하기 시작한 것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특히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에 대한 자신감이 제고된 중국은, 동아시아정상회의 출범과 관련해 경험했던 좌절에도 불구하고, 해양 영유권 분쟁을 위시한 지역의 이슈와 관련해 공세적 입장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에 직면한 미국은 아태 재균형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TPP를 통해 대응했다.

지역의 국제 질서를 둘러싼 이견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아시아태평양을 대신해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이 힘을 얻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지리적 범위의 확대와 함께 질서의 형성과 관련해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추세가 강화됨을 의미한다. 

또한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의 등장은 지역에서 경쟁의 심화와 함께 질서의 분리 가능성도 제기했다. 우선, 인도태평양의 등장은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의 통합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려는 미국과 지역 국가의 의도에 힘입었다. 애초 인도양과 태평양을 통합할 필요성은 일본과 호주 등에 의해 주로 거론됐다. 단적으로 일본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동아시아정상회의에 호주와 인도를 참여시킴으로써 지역을 확장하고 또 지역 질서 형성과 관련해 연대 세력을 형성하려 들었다. 

이처럼 지역 국가들에 의해 제기되던 거대 지역인 인도태평양은 미국에 의해 현실화했다. 미국은 인도를 포함시켜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 시도에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자원을 아태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려 시도했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 인도가 지역 질서의 형성 시도에 진입하고 또 지역의 전략 환경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됐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등장은 경제와 안보의 연계를 상징한다. 특히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과 관련해 안보를 강조한다. 단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에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의 강압적 행위를 거론하며 중국이 패권적 야심을 지닌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미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제약하고 심지어 배제하려 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Chip 4와 같은 경제적 연대를 형성하면서 가치의 동일성을 그 기반으로 제시함으로써 동류 국가들끼리 연대하고 중국을 배제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제 관계의 안보화는 지정학적 이익과 고려가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압도함을 의미하며, 이 점에서 지역 질서 형성의 초점이 경제적 협력에 집중됐던 추세로부터 분명한 전환을 상징한다.

이처럼 인도태평양이 인도양과 태평양의 통합을 통한 지역의 확대를 의미하지만, 아시아와 태평양의 통합에 따른 아태지역의 출현과 달리, 지역 내 연계가 강화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도태평양의 등장은 지역과 지역 질서가 분리되고 경쟁할 가능성을 제고했다. 중국은 미국이 동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경계를 보인다.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 지역이 힘을 얻으면서 동아시아 협력이라는 전통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는 약화됐다. 그 대표적 증거로 아세안의 약화를 들 수 있다. 아세안이 강조하는 ‘아세안 중심성’이 수사적으로 계속해서 강조되고 따라서 아세안은 여전히 ‘운전석(driver’s seat)’에 있는 걸로 상정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질서 형성에서 아세안의 적실성은 의구심에 직면했다. 

단적으로 새롭게 출현한 지역의 조직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소다자 협력은 아세안을 중심에 배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세안 틀 밖에서 형성된다. 이는 다자적 기구로서 아세안이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지역의 주요 도전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임으로써 아세안의 지도적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촉발한 것과 관련된다. 

여기에 더해 아세안이 중심성을 유지하는 핵심적 수단인 외부 강대국을 끌어들이려는 시도 또한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도전에 직면했다. 미중을 위시한 외부의 강대국이 경쟁에 집중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함에 따라 중립성을 강조하는 아세안의 매력이 감소했다. 그렇다고 아세안이 진영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아세안의 존립 기반인 단결성에 도전을 제기할 가능성 때문이다.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의 또 다른 소지역 협력 시도인 한중일 협력도 한계에 직면했다. 3국 모두에서 민족주의가 강화됨으로써 협력의 주도권 문제가 제기된 데 더해,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의 적극성은 더욱 약화됐다. 미중 경쟁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지역에서 신냉전의 국면이 형성되고 이와 함께 충돌의 위험성도 증대될 것이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진영과 중국이 중심이 된 진영이 형성돼 서로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충돌의 위험성이 수시로 부각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 대만, 그리고 남중국해 등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한반도의 경우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진영과 북중러를 중심으로 한 다른 진영이 형성돼 서로 대립하는 냉전기의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 그 어느 경우든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통합을 추구하던 탈냉전 초기에 힘을 얻었던 지역 질서로부터의 분명하고 현저한 변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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