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6:15 (토)
전 세계 인구 80명 중 1명은 난민, 받거나 외면하거나
전 세계 인구 80명 중 1명은 난민, 받거나 외면하거나
  • 최승우
  • 승인 2023.08.16 0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이버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⑧ 김종법 대전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10을 맞이해 「오늘의 세계」를 주제로 총 54회 강연을 시작했다. ‘오늘의 세계’는 국제질서,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과학기술, 철학에 대해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학문적 담론을 형성할 예정이다. 지난달 8일 김종법 대전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가 「국제 이주와 난민 문제」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9강은 구기연 서울대 교수(아시아연구소)의 「중동 문제와 국제 정치」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나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국민의 난민 신청의 증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관련 국민의 난민 입국 상황 등은 한국 사회의 난민문제나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가 사회 내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로 간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저 이곳저곳을 다니며 유랑하거나 관광하는 것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는 행동이고 선택이다. 인간이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데에는 충분히 합당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전술한 바대로 역사적으로 증명된 다양한 이주 사례를 보면, 인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이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주’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에는 일반적으로 희망·기대, 혹은 더 나은 삶의 바람 등이 근저에 깔려 있다. 이에 반해 ‘난민’이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에는 박해·피해·도피·도망·절망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내용이 전제된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주와 난민 현상이 현재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와 원인도 더욱 다양해졌다.

고대의 이주 동기가 주로 전쟁을 피하거나 먹을 것을 찾기 위한 이유였다면, 현대에는 정치적 박해를 피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결혼 혹은 학업 등과 같은 동기로 이주나 난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김종법 대전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는 “EU는 오랫동안 인접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서 발생한 난민에 대해 생명권 존중의 원칙 아래 난민을 수용하고 처리했다”라며 “그러나 최근 실제 EU 차원의 난민 정책은 개방성과 수용성의 원칙에서 폐쇄성과 거부성의 원칙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그렇다면 국가와 국가 간 국경을 넘어 시작된 이주와 난민 현상이 어떤 쟁점과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종종 비극적인 상황으로 종결되는 난민을 보다 안정적인 새로운 삶을 위한 이주로 전환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 것일까? 

오랜 이주의 역사를 통해 진행돼온 인류의 이동과 정주는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 환경에 의한 재앙이나 비극으로 시작된 인류 이주의 역사는 전쟁이나 탄압에 의한 강제 이주와 같은 요인에 의해 더욱 빈번해졌다.

특히 근대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한 국제 이주는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정복이나 영토 확장 등에 따른 국가단위 정치권력에 의해 발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국가, 북미와 중남미 국가로의 이주와 유입이 발생하면서 인종과 민족에 따른 갈등과 대립은 종종 불행한 사건과 비극을 수반하기도 했다.

국제 이주의 빈번하고 다양한 양상은 단순한 이주나 정주의 문제가 아닌 보다 복잡한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인종과 민족의 충돌로 인한 문화적 갈등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으며,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유무형의 충돌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6월 20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매년 난민의 날을 맞이해 세계 난민 현황에 대한 기초 자료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2023년 6월 19일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세계에는 1억84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강제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UNHCR 2023). 이 중 난민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이 약 3천530만 명이며, 국내 실향민(IDP: Internally Displaced Person)은 약 6천25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 비해 12%가 증가한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가 컸으며, 유럽 지역의 국가인 튀르키예와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로 나타났다. 이란·콜롬비아·파키스탄 등이 난민을 많이 수용하고 있는 국가였으며, 공통적으로 저소득 국가라는 특징이 발견됐다.

세계 인구 80억 명 중에 1억 명이 넘는 이들이 난민 혹은 난민과 유사한 지위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은 난민 문제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과 대책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의 대부분은 특정 형식과 내용을 갖춘 난민 관련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난민 자격 심사 제도를 비롯해, 귀화나 국적 취득 제도 및 정착과 이주 등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수용 국가 중에서 오랜 역사와 다양한 제도를 정교하고 촘촘하게 정비해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 유럽이다. 

유럽의 정치적 대표체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은 난민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가장 잘 운영하고 있는 초국가적인 정치체이다. EU는 오랫동안 인접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 국가에서 발생한 다양한 유형의 재난이나 분쟁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난민에 대해 생명권 존중의 원칙 아래 난민을 수용하고 처리했다. 인도주의라는 관점에서 주변 국가에서 발생하는 많은 피해자와 난민을 수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부인권과 인간의 생명권 존중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수용 기준은 내전과 중동 국가의 ‘아랍의 봄(오렌지 혁명)’ 이후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에 의해 그 기준과 내용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세부 기준이나 정책의 구체화 필요성은 최근 유럽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통의 위협인 테러 사건과 관련해, 난민 지위나 이민자의 자격 조건 등에서 국가별로 차별화된 정책과 방향이 설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방향성은 전통적으로 이민자나 난민의 지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난민 지위 승인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EU 차원의 인도주의 정책으로서 난민에 대한 대응과 처리방식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온 환대 개념의 절대성이나 신성성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난민 지위 심사의 엄격성이나 더욱 강화되고 있는 난민 지위 요건의 강화 등을 이러한 주장의 반론 요건으로 내세울 수는 있겠지만, 이는 난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해결 가능한 방법을 통해 난민을 처리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인도주의 정책의 성격을 명확히 해, 해당하는 이에게 유럽인과 동일한 신분과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이자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EU 차원의 난민 정책은 개방성과 수용성의 원칙에서 폐쇄성과 거부성의 원칙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구체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을 통한 난민 정책의 수립과 해결방식 제시는 난민 유입에 따른 EU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난민 기금의 설립이나 난민 수용소 등의 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으로의 난민 이주나 정착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난민이나 이민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 유럽에서 수용 가능한 난민과 이민자의 적절한 규정과 설정이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은 유럽 주요 국가의 총선이나 국내 정치에서 극우 정당의 발현이나 강세 현상과 추이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교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 사태나 난민 문제는 매우 낯선 사회 현상의 하나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대사부터 한민족도 강제 이주의 역사는 오랜 역사성을 갖는다. 주몽에 의해 건국한 고구려나 백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고구려 유민이었던 대조영이 건국한 발해 등의 역사를 보면 강제 이주를 통한 한민족의 국제 이주는 오랜 역사를 갖는다.

주변국의 침략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 이주의 역사는 삼국 시대와 고려 그리고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사할린 동포의 강제 이주로 발생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이나 하와이 한인노동자, 그리고 일본의 재일동포 등이 이러한 강제 이주에 의한 근대적인 사례다.

해방 이후에도 6·25 전쟁으로 북에서 남으로 이어진 피란민이나 미주와 다른 지역으로의 이민 등이 발생했지만 외국인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외국인의 난민 신청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정치적 이유와 종교 등의 요인으로 연 수백 명의 난민 신청이 발생하는 난민 보호국이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한국의 난민 현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6년 이후 증가폭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으며, 난민의 국적도 중동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나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 국민의 난민 신청의 증가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관련 국민의 난민 입국 상황 등은 한국 사회의 난민 문제나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내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단일 민족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만이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에 비춰 최선의 방향성일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준비나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의 난민 신청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우리 사회의 위치와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사회 구성원의 범위와 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