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교협의 힘, “‘대안’도 제시하는 교협을 지향합니다.”
만장일치 교협의 힘, “‘대안’도 제시하는 교협을 지향합니다.”
  • 양도웅
  • 승인 2018.05.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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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 ⑭ 민동기 건국대 교수협의회 회장

지난 2일, 화양동에 위치한 건국대(총장 민상기) 캠퍼스를 찾았다. 지난해 9월 11일, 만장일치로 제17대 교수협의회장에 선출된 민동기 회장(경제학과)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민 회장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강의를 막 마치고 왔다는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는 건국대에서 15년 넘게 재직하며 총 6번의 우수교강사 상을 받은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건국대는, 언론뿐만 아니라 대입을 준비하는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학교는 남측부지 개발 사업(스타시티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2005년에 병원을 새롭게 짓고, 여러 강의동을 (재)건축했으며, 실력이 뛰어난 교수들을 다수 임용해 학교를 질적·양적으로 발전시켰다. 전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게 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교내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민 회장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학교는 적극적으로 발전 정책을 세웠고, 나름 결실을 맺고 있었죠. 그리고 그 결실이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신감을 가진 재단이 무리하게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했어요. 학교 분란은 특정 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재단과 학교본부가 무리하게 총장 선출 절차를 변경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재단과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간의 갈등은 5년 넘게 지속됐고 양쪽에 심한 상처만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재단·학교와 교수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마무리됐어요.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재단 이사장과 학교 총장은 모두 교체됐고, 교협은 민 회장이 선출되기 전 한 학기 넘게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했다. 교수들도 교수들을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총회에 참석한 55명의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민 회장을 제17대 교협 회장으로 선출했다. 

지난 3월, 건국대 교협은 신임 교수들을 환영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 제공=건국대 교협
지난 3월, 건국대 교협은 신임 교수들을 환영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 제공=건국대 교협

만장일치에 의한 선출은 당사자인 민 회장에게도, 투표를 한 교수들에게도 놀라운 결과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죠. 하지만 교수들의 교협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제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마음깊이 되새기게 됐어요. 대의원들의 생각은 제각기 다르지만 교협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교권뿐만 아니라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존중받는 학교가 되기를 갈망하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이유에서 나온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된 교협의 모습은 재단·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했다. 학교는 중지했던 교협 회비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제17대 교협 집행부가 구성되자마자 대외부총장은 교협 사무실을 방문해 교수들의 교육·연구관련 업무에 교협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민 회장은 “교협이 만장일치가 되니, 과거처럼 학교가 교수들을 가볍게 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교협 또한 어디까지나 학교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덧붙였다. “학교가 단기간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을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쟁점화 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와 ‘함께’ 할 생각이에요.” 교협 중심의 학교가 아니라,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학교를 만드는 데 교협이 앞장서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가 대화 내내 ‘솔선수범’과 ‘높은 도덕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입장을 민 회장은 제17대 교협 집행부 구성 직후 이사장과 총장을 찾아가 전달했다. 학교 발전에 교협이 ‘동참’하겠다는 것, 그리고 ‘함께 합리적인 방향’으로 학교 발전에 노력하자는 것. 

현재 교협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교협 정기 대의원회 회의록을 보면, 매달 빠지지 않고 교협은 이사장 혹은 총장과 면담을 진행 중이다. 단순한 의견 교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교협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뒤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반영해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교수들의 연구실 명패에 연구상, 교육상 등의 업적을 표시하는 것이 교수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므로 철회할 것을 교협이 건의하자 학교가 수용한 사례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기된 공간사용료 문제에 대해 총장이 교수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도 열렸다. 

민동기 회장이 사회로 교무처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건국대 교협
민동기 회장의 사회로 교무처장과의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건국대 교협

또한 학교 재정이 몇 해 동안 악화된 것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연봉을 스스로 삭감하는 결정을 내렸다. 교수들의 변화와 제안에 대한 이사장의 화답이었다. 재단·학교의 변화에 민 회장은 감사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이런 변화는 교수들이 ‘만장일치’로 회장을 선출했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민 회장은 교협이 교내 야당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교협이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해요. 하지만 비판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학교 본부만큼, 아니 그보다 솔선수범해서 ‘대안’도 제시할 수 있는 교협이 돼야 합니다.” 민 회장과 함께 교협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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