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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에 대한 자부심이 교수회의 원동력입니다”
“인하대에 대한 자부심이 교수회의 원동력입니다”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5.2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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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 ⑮ 김명인 인하대 교수회 의장

지난 16일 김명인 교수회 의장(국어교육과) 인터뷰를 위해 찾은 인하대(총장 직무대행 이현우)는 쏟아지는 비와 바다에서 몰려온 해무 때문인지 물에 잠긴 듯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축제를 앞둔 대학의 풍경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차분한 캠퍼스의 한 켠에서 마주한 김 의장도 조금 지친 표정이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활기를 찾은 김 의장은 교수회 사무실 한 쪽 벽면을 채운 역대 의장들의 사진을 소개했다. 첫 의장을 바라보며 김 의장은 “인하대 교수회는 1988년 9월 교수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었다”며 “교수회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2007년 9월이다”고 연혁을 읊었다.

인하대 교수회의 그간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인하대 교수회는 총장 선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98년까지 총장 선출은 교수회에서 총장 후보를 두 명 선정하고 그 중 한 명을 이사장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사장이 최종 결정권을 가졌지만 교수회의 의견이 최대한 존중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 김 의장의 설명.

그러나 이사장과 교수회 사이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 의장은 “1999년 이후 이사장이 밀어주는 후보가 이사장이 되는 인사가 계속됐다”며 “2002년 이사장이 바뀐 뒤로는 이사회가 교수회를 적대시하고 무시했다”고 밝혔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회 의장이 교수회의 자랑인 교수회 회보를 활짝 펼치고 있다.

최근 인하대 교수회가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의 경영 방식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선 것도 과거부터 쌓여온 갈등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김 의장은 “2014년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교수대표로 참석했는데 그 때 재단 이사쪽의 안하무인한 분위기, 교수 대표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가 잊히지 않는다”며 “비스듬히 앉아 오만방자하고 존중심 없는 인상으로 회의를 주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인터뷰는 한진그룹에 대한 성토 쪽으로 흘렀다. 김 의장은 적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이 학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계속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진그룹은 인하대의 정보통신시스템이나 전화선을 한진정보통신에서 한다든지 인하대 의대 교수들이 입주해 있는 빌딩의 임대료를 받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으로 가능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을까. 김 의장이 생각하는 인하대 거버넌스의 방향이 궁금해졌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총장 직선제 전환을 떠올렸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 의장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것. 김 의장은 “이사장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교수, 학생, 직원 등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확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단과의 갈등으로 교수회의 활동이 투쟁적인 방향으로 흐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하대 교수회도 교수들의 친목과 학술적 발전에 관심이 많다. 인하대 교수들은 등산회, 산악회, 축구회, 테니스회를 만들어 활동했고 교수회도 지원해줬지만 현재는 모두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교수들의 복지나 연구환경 개선, 지역 기여와 같은 활동들도 기획할 여유가 없는 상황.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히 만들어내는 교수회 회보는 인하대 교수회의 자랑거리다. 교수회 자체 설문조사 결과와 구성원들의 칼럼, 강연회 및 교수 동아리 소개 등 콘텐츠로 가득 찬 인하대 교수회 회보는 여느 잡지보다 더 생생하고 신선한 담론을 제공한다.

김 의장은 인하대 교수들과 <교수신문>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독자들에게 “인하대는 지역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저평가되곤 하지만 뛰어난 대학”이라며 “재단과 싸울 수 있는 것도 인하대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이 크게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하대 교수들에게도 “교수님들이 조금 더 학교 전체 문제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아래로부터의 추진력을 보여준다면 교수회가 더 많은 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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