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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발전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
“교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발전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
  • 양도웅
  • 승인 2018.03.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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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_⑨ 박종성 충남대 교수회장  

“25일 충남대 공대 교수 23명은 모임을 갖고 대학 자주 자율성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해줄 것 등을 요구하는 5개 항목의 결의문을 채택, 동교 총장 등 관계요로에 보냈다.” 1971년 8월 26일자 〈동아일보〉의 한 기사다. 올해로 창립 47주년을 맞는 충남대 교수회(전 교수협의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한 뒤, 10월 유신을 선포한 해였으며, 정부가 주요 국립대와 교수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던 때였다.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현재, 충남대를 비롯한 여러 국립대 교수들은 ‘여전히’ 총장 직선제와 같은 대학 자율화와 연구환경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없는 걸까. “현안 해결이 시급했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지난 9년을 회고하며 박종성 충남대 교수회 회장(영문학과)이 밝힌 소회다. 그러나 이 발언의 이면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대 교수회가 생존해왔다는 당당함도 존재한다. 충남대 교수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박종성 회장을 이메일로 만나봤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박종성 회장(가운데)을 중심으로 충남대 교수회 소속 교수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충남대 교수회
박종성 회장(가운데)을 중심으로 충남대 교수회 소속 교수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충남대 교수회

 

△ 우선 충남대 교수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충남대 교수회는 교수협의회 시절을 포함해 올해 창립 47주년을 맞이한다. 2007년 교수회가 학칙기구가 됐고, 6대 회장직을 내가 현재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자부심을 갖는 점은 925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참여와 지지가 높다는 점, 그리고 월 7,000원 회비납부 비율이 99% 이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성원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교수회단신을 발송해 주요 현안을 안내하고 있는데, 지난 1년간 단신 발송 건이 21건이었다. 정말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충남대 교수회는 거점국립대로서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정치적 순간마다 올곧은 비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 교수회는 대학과 교육 당국에 비판과 대안 제시도 하지만, 교수들 사이의 우애를 다질 수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대학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심하게 종속됐다. 그 결과 대학공동체는 체계적으로 망가졌다. 국립대 법인화, 총장선출 간선제, 성과급적 연봉제, 기성회계 폐지, 정부의 일반재정지원 감소, 교육연구학생지도비용 지급방식의 간섭 등 현안 해결이 시급했다. 그래서 교수회의 회원 간 우애를 다질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생존이 우선이었다.”

△ 지난 2016년, 선거 공약이 △교육연구학생지도비 인상 등 급여 복지 향상 △보직자 인선, 단과대학장 선출, 예산편성 등의 민주성 확보 △총장 중간평가 실시 △대학 발전을 위한 교수회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었다. 

“공약했던 네 가지, 실천, 경청, 견제와 균형, 합리적 시스템 구축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본부도 교수회의 의견을 존중해줬고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간선제 총장은 지지기반이 약해 정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교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발전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 총장 중간평가는 대학본부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조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가에서 교육계 적폐청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하다. 반응속도도 느리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에서 제시한 정책적 대안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각 대학 교수님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이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들은 빨리 바로 잡아 청량감을 줘야 한다. 그래야 교육부가 대학교수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 ‘거점국립대’의 총장·본부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기준은 무엇인가. 

“거점국립대 총장님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대학의 교수회들이 연대해 올곧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러 대학들이 재정지원을 더 받기 위해 연대를 하지 못한 체 경쟁만 해왔다. 기성회비 폐지, 입학금 폐지, 반값 등록금 도입 등으로 대학 재정이 무척 어렵다. 대학 총장은 이런 사안들을 개선하기 위해 책임감을 지니고 앞장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거점국립대를 획기적으로 육성하려면 상생과 연대, 결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개별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연초에 공개된 교육부 감사 결과, 충남대는 총장실 운영비 14천만 원이 사전 결재 없이 사용됐고, 충남대 교수 962명 가운데 10%가 넘는 115명이 연구결과물을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했다. 그래서 교육부는 연구비 34천만 원을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한 방송에 출연해 감사 지적 사항이 잘 이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 2달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번 감사는 8년 만에 이뤄졌다. 규정을 잘 숙지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대학본부는 선제적으로 감사에 준비를 해야 한다. 거점국립대들이 다른 대학들에 감사결과를 공유하고, 규정을 잘 숙지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장실 운영비 사용은 사전결재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간편함을 추구하려다 화를 자초한 면이 있다. 연구결과물 미제출 및 지연은 마감일을 좀 유연하게 적용해줬으면 한다. 각 학회지마다 논문 발간일이 달라 논문을 제출하고도 이런 굴욕을 당한다. 아울러 교육부 감사의 지나친 갑 질도 좀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규정적용으로 교수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다.”

△ 남은 임기 동안 어떤 사안에 집중할 계획인가.

“교수회가 바로 서야 대학이 바로 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상반기에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직선제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학칙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국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거국련)와 국교련, 대학정책학회 활동을 통해 국립대학법 제정, 재정확보, 교원의 보수체계 개선, 고등교육의 미래 등을 모색하고자 한다.

△ 마지막이다. 국교련 혹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회장을 맡고 있는 다른 교수들에게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국교련 추천으로 대학정책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 고등교육의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이 학회는 국교련과 사교련의 접점을 다루고 있다. 대학의 민주적 거버넌스와 재정확충, 그리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정책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부도 교육적폐를 청산하라는 시대적 요청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정말 절박하다. 학내 교수님들 또한 스스로 권리를 지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속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앎과 삶을 일치시키지 않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지성인이 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대학은 자본과 권력의 자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교육부와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교수회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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