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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민주화 첫걸음, 구성원 열망 있었기에 가능"
"대학 민주화 첫걸음, 구성원 열망 있었기에 가능"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7.02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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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_ ⑱ 김도형 성신여대 교수회 회장·황경숙 성신여대 교수대의원회 회장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6월의 캠퍼스는 허전하기 마련이다. 계절을 잘못 찾은 것일까. 장마 뒤 찾아온 무더위에도 새 학기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대학, 성신여대를 찾았다. 성신여대는 지난달 제11대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했다. 교수·학생·직원·동문 4주체가 모두 노력한 결과지만 그 중에서도 꾸준히 직선제 도입을 주장해온 교수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13년 설립돼 교수들의 권리를 주장해온 성신여대 교수회의 김도형 교수회장(IT학부)과 지난 1월 학칙기구가 된 교수대의원회의 황경숙 대의원회장(사회교육과)을 만났다. 

성신여대 교수회는 2013년 12월 설립됐다. 엄밀히 말하면 재설립에 가깝다. 총장 후보를 뽑아이사회에 추천하는 권한을 가진 실질적 대의기구였던 교수평의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교수평의회는 학교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고 사무실과 예산도 배정받는 엄연한 교수들의 모임이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교수평의회 부회장을 역임했던 김도형 회장은 “2006년 당시 이사장이었던 심화진 전 총장과 교수평의회가 충돌했다. 그 여파로 회장과 제가 파면됐고 자연스레 교수평의회도 와해됐다”고 떠올렸다. 김도형 회장은 2006년 12월과 2007년 6월 두 차례 학교로부터 파면됐지만 소청심사를 거쳐 복직됐다. 

김도형 성신여대 교수회장. 김 회장은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싸우기를포기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도형 성신여대 교수회장. 김 회장은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싸우기를
포기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심 전 총장은 세 번째 총장 연임에 성공했다. 총장 직선제 논의가 무르익은 것도 이 맘 때다. 김 회장은 “2007년 이후 심 전 총장이 3연임 하는 동안 학교가 가장 퇴보했다”며 “세 번째 임명될 때 교수들도 반대하고 수천 명의 학생들이 반대 서명을 했는데도 이사회가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여론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총장 직선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교내 분규를 겪는 사립대라면 밟게 되는 당연한 수순이다. 성신여대가 다른 대학과 달리 총장 직선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황경숙 회장은 주저 없이 직선제에 대한 구성원의 강한 열망을 꼽았다. 황 회장은 “총장 직선제에 대해 대학 4주체와 이사회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구성원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설명이었다.

김도형 회장 역시 비슷한 생각이지만 정치적인 환경의 변화도 주효했다는 의견을 보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사회 구성의 변화는 가장 크게 달라진 지점 중 하나다. 김 회장은 “임시이사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파견하는데 임시이사 풀이 정권 성격을 완전히 따라간다”며 “김상곤 장관 취임 이후 성신여대에 임시이사가 새롭게 파견됐는데 민주적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시이사회가 1년 더 임기를 연장했으면 한다는 그의 말에서 이사회에 대한 믿음을 읽을 수 있었다.

생생한 총장 선출 과정을 듣다보니 이야기는 새로운 총장에 거는 기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난 25일자 <교수신문> 설문에 따르면 교수들은 협상가형 총장을 원한다고 한다. 김도형 회장과 황경숙 회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교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화합형 총장을 원한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두 회장이 바라보는 지점은 약간 달랐다. 황 회장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는 총장의 역할을 바란 반면, 김 회장은 “학교가 20년 가까이 내홍을 겪었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할 수 있도록 총장이 좀 더 과감해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황경숙 성신여대 교수대의원회장(왼쪽에서 세번째)가 회의를 열고 있다.
황 회장은 올해 출범한 교수대의원회의 초대 회장이다. 사진제공=성신여대 교수대의원회

총장과 보조를 맞출 교수대의원회와 교수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임의기구인 교수회와 학칙기구인 교수대의원회는 각자의 위치에서 성신여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황경숙 회장은 비판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교수대의원회는 학교 발전을 위해 집행부와 이사회에서 하는 일들을 잘 지켜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건설적인 비판의 목소리 낼 것이다”고 말했다. 교수대의원회는 학칙기구로서 교무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고 이사회로부터도 대표성을 인정받는다. 이번 직선제를 주관한 것 역시 교수대의원회다. 대의원회 회장은 교무위원회에도 참석한다. 김 회장은 교수대의원회처럼 공식 기구는 아니지만 교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수회는 앞으로 교수대의원회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도형 회장과 황경숙 회장은 마지막으로 성신여대 교수들과 <교수신문> 독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불의는 잘 참는데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싸우다 포기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대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황 회장은 “대학에서 구성원 모두가 직접적인 선거 통해서 총장이 선출됐다는 것은 대학 민주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랜 분규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기를 맞이할 성신여대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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