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본부가 ‘정부’라면, 교수평의회는 ‘국회’죠”
“대학 본부가 ‘정부’라면, 교수평의회는 ‘국회’죠”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8.02.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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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를 찾아서 _ ④ 김병철 한양대 교수평의회 의장

김병철 한양대 교수(의장, 유기나노공학과)는 작년부터 한양대 교수평의회를 이끌고 있다. 김 의장은 64세 나이로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터라, 의장직을 맡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제가 한 번 실수라도 하면 ‘저 사람은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런가 보다’라는 말을 듣기 쉽지 않겠습니까. 고민이 많았지만, 동료 교수님들이 믿고 지지해주셔서 ‘사명감’을 갖고 교수평의회 의장을 맡게 됐습니다.”

한양대 교수평의회는 대학과 교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의장은 대학 본부를 ‘정부’에, 교수평의회를 ‘국회’에 비유했다. “대학은 현실적으로 빠른 발전을 견인할 수밖에 없다보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곤 합니다. 교수평의회는 이런 문제점을 되짚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요.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수평의회가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학내 정식기구인 교수평의회에는 심의권과 자문권만 있을 뿐 ‘의결권’이 주어져 있지 않다. 김 의장은 “심의·자문권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교수평의회에 의결권이 반드시 주어져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한양대 교수평의회는 ‘심의 보류’ 기능으로 대학 본부를 견제하고 있다. 교수평의회가 정책 심의를 보류하면 대학 측이 다시 수정안을 내놓고, 최종적으로 교수평의회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물론 심의 보류에 강제성은 없지만, 대학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도덕성을 의심 받을 수 있어 함부로 무시하지는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학 본부와 교수 사회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 한양대는 교수평가 기준과 승진 체계를 강화해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대학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는 교수평가 기준이 교수들에게는 비용 절감을 위한 것으로 비쳤기 때문에, 경영 실패를 교수 급여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한양대 교수평의회는 교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대학 본부에 전달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대학 본부의 소통이 ‘온라인’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대학 본부에서 모든 사항을 이메일로 알리는데, 상당수 교수들이 해당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불통을 겪고 있어요. 이는 학교 교무 행정의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 본부는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해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교수 사회의 소통도 또 다른 현안이다. 한양대는 서울 캠퍼스와 에리카 캠퍼스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행정 부처는 각 캠퍼스마다 운영되고 있으나 교수평의회는 하나로 통합돼 있는 상황이다.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고 다양한 견해들이 피력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안에 따라 두 캠퍼스의 견해가 다른 경우도 있다.

“서울 캠퍼스와 에리카 캠퍼스는 교육·연구 여건이 다르고, 본부의 요구 사항도 다르기 때문에 학칙을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죠. 의장으로서 이런 견해 차이를 조정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양대 교수평의회는 교수 사회 소통을 위한 첫 걸음으로 올해부터 <교평소식>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이슈별로 전체 교수회의도 마련할 계획이다.

임기 1년, 퇴임 2년을 남겨두고 있는 김 의장은 한양대의 건학 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들면서 동료와 후배 교수들을 향한 당부의 말을 건넸다. “사랑을 실천하려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를 통해 조화를 이루면 소통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겁니다. 저는 이 전통이 영원히 지켜지기를 바라고, 교수님들 서로 간에도 관심을 갖고 사랑의 실천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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