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1:00 (금)
“교수들의 자발적 회비 모아 ‘교권 보호’에 활용했죠”
“교수들의 자발적 회비 모아 ‘교권 보호’에 활용했죠”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8.03.05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회를 찾아서 _ ⑥ 김정배 인제대 교수평의회 의장

김정배 인제대 교수(컴퓨터시뮬레이션학과·사진)는 2016년부터 제14대, 제15대 의장직을 맡아 인제대 교수평의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백병원을 기반으로 ‘의과대학’부터 출발한 인제대는, 재단 산하 5개 종합병원 소속 임상의사 대부분이 의대교수 신분이다. 그래서 의대교수가 본교 전체교수의 두 배에 달하는 독특한 교수 구성을 이루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본교는 ‘교수평의회’를 중심으로 구성원의 권리 및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만, 의대는 교수평의회보다 ‘의과대학교수협의회’ 활동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모임으로 친목회 성격을 띠고 있다. 김 의장은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구성원들의 ‘이분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5명의 총장에 대해 총장중간평가를 시행해 왔으며, 쉽지는 않았지만 2명의 총장이 우리가 마련한 총장 선출제도 방식으로 선임됐다”면서 교수평의회가 걸어온 길을 소개했다.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11년 전 처음으로 ‘총장선출제도’를 마련했다. 학내외에서 선출된 총장후보 추천위원회가 복수의 총장후보를 선출해 재단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추천후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간접선거제도였다. 당시 이사장이었던 설립자의 동의를 받아 인제대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총장 선출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선출된 총장이 바로 이경호 제4대 총장이다. 그러나 차기 총장은 다시 이사장의 일방적 선임으로 임명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현 총장은 설립자가 물러나는 시기와 겹쳐 교수평의회의 총장 선출 방식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김 의장은 인제대 교수평의회의 ‘역할’을 크게 현 총장 취임 전후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교 이래 38년간 설립자가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동안,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어느 사학보다 더 저항적으로 학교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는 주체였다. 인고의 세월을 지나 사실상 설립자가 물러나면서,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인제대 재도약을 위해 대학 본부의 감시자 및 조력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최근 3번째 총장선출 개정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교수평의회가 오래 전부터 재단 이사회에 민주적 총장선출방식을 규정화해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재단이 가분수적 구성원 수를 가진 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총장선출제도를 합의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사회 상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 총장의 임기 만료가 8월 말로 다가옴에 따라,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지난 10월부터 총장선출제도 개선 특위를 구성했다. 의과대학교수협의회 측과 개정안 합의를 위한 협상도 시작했다. 개정된 총장선출제도는 4월에 열리는 재단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김 의장에게 총장선출제도 논의의 첫 걸음을 뗀 타 대학 교수회를 위해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학의 총장 선임권은 대학의 지배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은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운영하는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대학의 존재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첫 걸음이므로,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그 권한과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재단은 민주적 총장선출제도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으며, 일부 사립대에서는 ‘잘못된 오너십’에 저항하는 교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김 의장은 교권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함께 건넸다.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10년 전부터 교수들의 자발적 회비를 적립하고 있다. 재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교수들을 구제하기 위해 ‘법적 비용’을 마련해두는 것이다. 실제로 이 자금을 활용해 여러 명의 교수들을 학교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김 의장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는 힘 없는 개인이 아니라 강한 집단을 위한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총장선출제도 외에도 인제대 교수평의회는 교수 급여 문제, 공영형 사립대학 등에 대한 논의를 함께 이어가고 있었다. 김 의장은 “1999년 일방적인 연봉제 실시 이후 해가 갈수록 누적된 임금격차로 대학구성원들의 애교심과 사기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며 교수평의회의 주요 과제로 ‘급여의 정상화’를 꼽았다. 이에 재작년부터 부총장과 교수평의회 의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각 처장과 교수평의회 의장단이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매년 4회 정례적으로 열어 대학 본부에 급여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제대 교수평의회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았다. 김 의장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학교 운영에 지쳐 ‘냉소적 무관심주의’라는 지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도 교수평의회를 믿고 지지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린다”면서 동료 교수들을 향한 말을 남겼다. 김 의장은 남은 임기 동안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규정화’하고 교수평의회의 세대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인제대 교수평의회 의장단이 회의를 하고 있다. 가운데가 김정배 의장이다. 사진제공=인제대 교수평의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