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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고서 까놓고 봅시다”
서울대 “보고서 까놓고 봅시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12.13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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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잡는 프로그램 속속 도입하는 대학가

보고서나 자기소개서 등에서 표절 여부를 빠르게 잡아주는 ‘표절검사시스템’이 대학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의 보고서와 대입 자기소개서 등에서 ‘베끼기’가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1차 거름막으로 표절검사시스템을 활용하려는 대학이 늘고 있다.

한 표절검사시스템 개발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곳만 4년제 종합대학 6곳(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 사이버대 8곳(한국방통대, 경희·서울·한양사이버대 등)이다. 이들 대학은 주로 학생들의 보고서, 자기소개서, 시험답안 등에서 표절여부를 가려내려고 표절검사시스템을 도입했다.
검사 원리는 외국어 번역기와 유사하다. 학생들의 보고서를 붙여넣으면 보유하고 있던 각종 문서들과 비교·분석된다. 문맥이나 문장뿐 아니라 어휘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까지도 잡아낸다. 예컨대 ‘나는 간다’를 ‘간다 나는’이라고 바꿔 쓸 경우에도 표절여부가 가려진다.


같은 반 학생들 간 보고서를 비교할 수 있다. 모사율 평균치 등 각종 표절 통계도 제공된다. 핑거프린트 기법, 키워드 출현 패턴 분석(단어 노출 빈도), 문서 필터시스템 등을 통해 HWP, PPT, DOC 등 서로 다른 문서파일끼리도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다.
학생 보고서 표절검사시스템을 도입하거나 구축 중인 곳은 연세대, 서울대, 영남대 등이다. 연세대는 지난 2003년부터 교내 사이버강의시스템(YSCEC)에 축적해 온 학생 보고서 총 98만여 건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들 보고서가 비교군인 셈이다.

학생들이 사이버강의시스템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동시에 비교군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비교군이 늘어난다. 연세대는 내년 새 학기부터 표절검사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서울대도 새 학기 표절검사시스템을 강의지원서비스 ‘e-TL’에 탑재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이 제출하는 보고서를 웹상에서 모두 공개하는 ‘서울대 지식인 서비스’(가제)도 시행한다.
이혜정 서울대 교수(교수학습개발센터)는 “학생들은 선배들이 특정 보고서를 어떻게 썼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표절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보고서를 전면 공개해도 표절검사시스템이 보고서 표절여부를 가려내기 때문에 더 나은 보고서를 쓰게끔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주요 평가요소인 ‘자기소개서’ 표절 검증에도 표절검사시스템이 쓰였다. 고려대, 선문대, 순천향대 등은 이번 입시에서 표절검사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2천200명 모집에 6만6천여명이 지원했다.

표절검사시스템을 개발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대학별로 입학사정관이 10명 안팎인데 수만명치의 자기소개서 표절여부를 가려내는 건 불가능하다.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평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모사율 70% 이상이면 ‘베끼기’로 간주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학과 단위 혹은 중고교 수업 독후감처럼 개인 단위의 수요자들을 위해 표절검색엔진을 이달 안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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