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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이 피부 염증 초래한다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이 피부 염증 초래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11.0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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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

피부는 인체의 가장 크고 넓은 기관이다. 피부는 병원균·독소와 다양한 유해 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1차적인 물리적 기관이면서 면역기관으로서 매우 유기적인 인체 방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여러 신체 기관의 기능 조절에 있어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거나, 인체 내부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유발했을 경우, 이를 다양한 형태의 피부질환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보통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질환이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한다. 삶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때로는 대인관계에 큰 지장을 주기도 한다. 유전·스트레스·식습관·면역력 저하 그리고 병원균에 의한 감염 등 그 요인이 매우 복합적이며 복잡해 정확한 발병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질환 특이적인 치료제 개발에 큰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다양한 피부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최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Skin Microbiome)은 현재까지 종 수준으로 규명된 미생물만 약 1천 종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광활한 생태계로 간주된다. 지난 10여 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로부터 여드름·건선·아토피 피부염 등을 포함하는 여러 피부질환 연계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연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연구의 주된 부분은 △피부 부위별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와 군집 분석 △환자군과 대조군 사이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군집 비교분석 △질환에 따른 유익균과 유해균의 분류와 동정 △피부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 면역반응 조절 등을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Dysbiosis)과 여러 피부질환들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해 있다는 것이 검증되고 있다. 이는 비단 피부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국한되지 않는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 수(생물학과)가 속한 공동 연구팀은 피부 질환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와 치료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박현봉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 맞춤형’ 치료제 개발

장-피부 축(gut-skin axis)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또한 피부 염증상태의 조절에 있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러 가지 피부질환에 대한 중증도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로부터 피부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의 정상화를 통해 여러 질환을 예방하고, 그 중증도를 개선하기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는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과 피부질환의 연결고리, 그리고 궁극적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소재로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Metabolome)에 주목한다. 박 교수는 2013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미국 예일대 화학과와 화학생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의 분석·발굴·기전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피부 미생물과 장내 미생물의 효능 대사체 발굴과 생화학적 기전을 규명해 국제적으로 유수한 논문에 저술한 경험 또한 풍부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발굴 분야의 전문가이다. 

피부와 장내 생태환경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한 유해균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기전을 펼친다. 미생물 집단 간의 밀도를 조절하고, 인체 면역시스템과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등 매우 복잡한 마이크로바이옴-마이크로바이옴 간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인체 간 의사소통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어떠한 방법으로 이러한 의사소통이 가능한가? 박 교수는 바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생산하는 대사체가 하나의 도구라고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생산되는 대사체는 이러한 복잡한 소통체계를 매개하는 기전을 통해 인체의 건강과 여러 질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인체에서 작용을 하고 있는 효과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를 규명해 발굴한다면 질환 특이적인 치료제 개발의 핵심소재가 제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매우 좋은 예로 지난해 5월 ‘더마반트 사이언스(Dermavant Sciences)’가 만성 자가면역 피부질환인 건선에 효능을 보여 개발한 ‘브이타마(VTAMA)’가 국소 도포 건선치료제로서 미국 식품의약국 (FDA)승인을 받았다. 브이타마는 타피나로프(Tapinarof)라고 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저분자 화합물이 그 성분이다. 이 저분자 화합물은 최초의 아릴 탄화수소 수용체(AhR)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제로서 그 기전이 알려진 치료제이다. 놀라운 건 타피나로프가 피부 병원성 균주를 포함하는 몇몇 세균이 생산하는 대사체이며, 천연대사물질 그 자체로 치료제가 된 최근 선례가 있다.

 

항생제 병합·광범위한 수술적 치료만 존재

희귀 난치성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은 그 유발 원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현재까지 항생제 병합 치료와 광범위 수술적 치료 외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다. 치료 후에도 증상의 재발이 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위한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현실이다. 

박 교수는 특히 이번 과제를 통해 △환자군과 대조군간의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대사체 프로파일과 비표적화 메타볼로믹스를 통한 질환 특이적 대사체 규명 △질환 조절 효능 미생물 균주·대사체 발굴과 자원확보 △장-피부-마이크로바이옴-대사체 연계 질환 조절 기전 규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질환을 조절하는 장내·피부 미생물 균주 유래 효능 대사체 발굴을 통해 치료제와 진단기술에 활용한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대사체 기반 글로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자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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