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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전후 ‘면역억제·감염’, 장내미생물이 밝힌다
간이식 전후 ‘면역억제·감염’, 장내미생물이 밝힌다
  • 주동진
  • 승인 2023.10.3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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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⑥ 장기 이식-간

공여자와 간이식 전후 수여자의 직접적인 간내 미생물 상태와 
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로써 면역억제 조절과 감염 조절에 미치는 
장내미생물의 기전을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의 치료적 활용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간이식 수술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가히 세계적이다. 전 세계에서 간이식 수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간이식 외과 의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그들의 간이식을 돕기도 한다. 이렇게 외과적으로 큰 강점을 보이고 있는 간이식 분야이지만, 간이식은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임상 분야이다. 

특히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 복용에 따른 감염성 질환의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이식받은 간의 거부반응 발생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주동진(이식외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이혜원(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간이식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가톨릭병원과 함께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고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공동으로 시작했다. 

왼쪽부터 연세대 의과대학 주동진(이식외 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이혜원(소화기 내과) 교수다. 사진=주동진

 

이중 혈액공급 시스템 유지하는 ‘간’

간은 체내 다른 장기와 달리 심장에서 나오는 산소포화도가 높은 동맥혈만 공급받지 않고, 소장과 대장을 거쳐 들어오는 간문맥으로부터도 혈액공급을 받는 이중 혈액공급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장내미생물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장기가 간이라는 뜻이다. 

장내미생물이 간의 면역반응을 유발해 염증성 간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한 이유로 간은 장으로부터 들어오는 혈액 내의 항원을 걸러주는 면역회피 기전도 함께 가지고 있다. 공동 연구팀은 카이스트 의과대학원 신의철 교수팀과 함께 간 내의 면역세포가 다른 혈액 내의 면역세포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개체마다 차이가 나는 장내미생물을 밝힌다. 특히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미생물 차이에 따른 이식간의 면역반응 차이를 밝혀내고자 장내미생물 연구를 시작했다. 이식받기 전의 본인 간에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과 이식받은 간에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을 비교함으로써, 이식 간의 거부반응과 만성적인 염증 반응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식간의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장내미생물의 조절법을 찾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면역억제제의 사용을 최소화해 면역억제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간이식 후 환자 사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감염이다. 외부로부터의 감염도 있지만, 체내 잠복하고 있는 바이러스나 장내세균 등에 의한 감염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쓰는 환자는 이러한 감염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장내세균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간이식 환자와 기증자의 분변에서 장내세균을 분리해 간질환 환자의 장내미생물과 건강한 성인 기증자의 장내미생물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면역 반응에 장내미생물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간이식 후 감염을 막기 위해 장내미생물 후보물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생체간이식 시행과 장내미생물 후보물질

공동 연구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팀으로 구성돼 있다. 간질환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인체 유래 검체를 확보해 분석함으로써 실제 임상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내미생물 후보물질을 발견하는 데 유리하다. 이를 통해 간이식 환자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간염이나 알코올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비정상적인 장내미생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대용량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데이터를 이제는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의미 있는 정보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생물정보학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다. 많은 플랫폼과 분석 프로그램이 개발됐고, 원본 데이터로부터 노이즈 제거와 레퍼런스에 대한 정렬·분류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샘플 간의 종 다양성의 차이와 개별 유전자 기능의 차이를 분석하게 된다. 

현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며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이외에도 전사체·단백체·대사체를 포함한 다양한 멀티오믹스 데이터와 각종 임상 의료 데이터와 같은 메타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앞서 언급한 멀티오믹스 데이터 기반으로 간 이식 전후의 면역억제 반응과 감염 조절 예측 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대량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고성능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 파이프라인을 최적화하고 있다. 

공동 연구팀은 직접 간이식 여부를 결정하고 실제 시행하고 있는 임상의사와 기초과학자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여자와 간이식 전후 및 수여자의 직접적인 간내 미생물 상태와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로써 면역억제 감염 조절에 미치는 장내미생물의 기전을 밝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적 활용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동진(이식외과)·황병진(의생명과학부)
이혜원(소화기내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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