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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신바이오틱스’로 장내 환경 리모델링한다
‘천연물 신바이오틱스’로 장내 환경 리모델링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10.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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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공동기획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식물유래 폴리페놀 성분이나

파이토케미컬과 같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가 다양한 
질환 치료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장-뇌축(Gutbrain axis) 상관관계를 이처럼 잘 표현한 우리 속담이 있을까? 우울·불안장애는 현대인이 흔히 겪고 있는 심각한 정신질환 중 하나다. 정신질환 치료용 항우울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가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항우울제는 신경세포에서 세로토닌의 작용을 높임으로써, 우울·불안장애 증상을 개선하게 된다. 

그러나 약물은 식욕저하·수면장애·성기능 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치료제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치료저항성 환자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이때 장-뇌축의 조절은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으로 우울·불안장애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뇌축의 조절은 곧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장관 면역을 조절함으로써 장 환경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내 유익균에 해당하는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균, 올리고당과 같이 유익균의 먹이에 해당하는 ‘프리바이오틱스’,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혼합한 ‘신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전통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던 방법이다. 

최근에는 올리고당과 같이 장내 미생물의 먹이로 사용되는 전통적 프리바이오틱스와는 차별화해 식물유래 폴리페놀 성분이나 파이토케미컬(phytochemcials)과 같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가 다양한 질환 치료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왜냐하면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의 직접적인 생장 조절과 함께 천연물이 가지는 다양한 약리활성을 함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ST 천연물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예측기술이다. 오른쪽 상단은 정상 장 조건에 비해 유해한 장 조건에서는 치밀결합 단백질(초록색) 발현이 감소하는 반면, 천연물 후보물질을 동시 투여 시 치밀결합 단 백질의 발현양이 높게 나타나 회복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는 정상 장 조건에 비해 유해한 장 조건에서는 장관투과도가 높게 나타나 오가노이드 내부에 초록색 형광이 축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천연물 후보물질을 동시에 투여한 경우, 장관 투과도가 낮아져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단은 정상 장 조건에 비해 유해한 장 조건에서는 장관투과도가 높게 나타나 벌레 내부에 초록색 형광이 축적되는 장면이다. 반 면 천연물 후보물질 투여에 의해 체내 초록색 형광이 사라짐을 확인함으로써 장관 투과도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KIST

 

장내 미생물 생장 조절과 천연물의 약리활성

또한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는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균과 혼합한 형태인 ‘천연물 신바이오틱스’로 개발될 수 있다. 이는 안전하고 확실하게 장 환경을 리모델링해 궁극적으로 질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천연물연구소는 천연물 분야 전주기 산업원천기술을 활발하게 연구 개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천연물중점 정부출연연구소이다. KIST 천연물연구소의 천연물인포매틱스 연구센터는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 발굴과 이를 이용한 인체 질병 제어를 위해 지난 10년간 관련 연구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KIST 천연물연구소는 ‘장생체 모사시스템’을 구축해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 소재의 탐색에 활용하고 있다. 장생체 모사시스템은 △장내 핵심 미생물을 인공적으로 조합․배양하는 ‘인공 마이크바이옴’ 모델 △인체 장관을 모사하는 인공장막과 장관 오가노이드 시스템 △장 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예쁜꼬마선충 동물 모델로 구성된다. 

이를 이용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 변화, 장관세포의 면역조절, 개체 수준의 행동개선을 관찰한다. 그 결과는 우울·불안장애 개선용 후보물질을 빠르게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예쁜꼬마선충에게 우울·불안장애 환자에게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장내 유해균을 먹이면 벌레의 장관 투과도가 크게 나빠진다. 이때 천연물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먹인 다음, 벌레의 장 건강이 얼마나 회복되는지 혹은 행동장애를 개선하는지 관찰함으로써 효능 평가가 가능하다. 

성체 자웅동체 예쁜꼬마선충. 사진=위키백과

 

질환유발 단백질을 저해하는 천연 화합물 예측

최근 KIST 천연물연구소는 자체 보유한 천연물라이브러리를 디지털화 하고, 전주기 천연물 개발 과정의 정보를 탑재하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활용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질환유발 단백질을 저해하는 화합물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사진). 이렇게 축적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KIST는 궁극적으로 우울·불안장애를 포함하는 다양한 만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천연물 의약품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공동기획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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