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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로 중증 여드름 치료한다
장내 미생물로 중증 여드름 치료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11.07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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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⑦ 화농성 한선염 및 중증 여드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일곱 번째는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에 대해 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실)와 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과)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현재 국내외 최대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코호트, 
멀티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환의 기전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부과의 희귀 난치 질환인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재발이 흔하다. 심각한 통증과 역한 냄새의 분비물을 동반하며 결절되고, 농양과 누공이 주로 간찰(間擦) 부위(겨드랑이·회음부·사타구니·둔부 등)에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의 인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교적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노출 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내원하는 것을 꺼려 한다. 임상적인 진단이 비교적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정확한 환자 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4~5천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매년 최소 25억 달러의 의료비가 지출되는 것으로 보고됐다(제시카 마블 외, 『BMJ』, 2019). 

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 실)는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질환의 기전 이해에 기반해 근본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사진=이영인

 

연간 8천 명이 화농성 한선염 진단받아

국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간 약 8천여 명의 환자가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받았다. 그러나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하지 않아 만성 종기 정도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농성 한선염은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26%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자살률은 약 2.4배 증가(아밋 가그 외, 『JAAD』, 2022)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중증 여드름은 사회적 활동량이 가장 높은 시기인 청소년기와 젊은 성인에게 빈번히 나타난다. 켈로이드·비후성 반흔과 같은 난치성 흉터가 특징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피부 구축·미관 손상을 동반하는 장기 후유증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환자의 사회적 기능과 정신적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피부과학 분야 연구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여드름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2019년 118억6천590만 달러(약 16조370억 원)를 기록했다. 2020부터 2027년까지 3.80%의 연평균 성장률로 증가하며, 2027년에는 133억5천757만 달러(약 18조5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은 현재까지 다중 항생제 병합치료와 광범위한 수술적 치료 외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부족한 실정이다. 치료 후에 증상의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등 만성화된 질환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2021년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고비용이 발생하는 중증 희귀난치성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해당 질환에 대해 산정특례제도 적용을 개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경우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고가 약제인 아달리무맙(Adalimumab: 제품명 휴미라)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후에도 전체 증상의 50% 정도의 개선을 보이는 환자가 50% 미만으로 생물학적 제제가 적용되는 다른 중증 질환보다 개선 정도가 적을뿐 아니라, 20∼30%의 환자는 치료에 불응인 난치성 환자에 속한다. 이처럼 중증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은 국가적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규 대체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이다. 

 

장내 미생물·염증성 피부질환 연관성 밝혀져

최근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과 화농성 한선염, 중증 여드름 간 연관성이 밝혀짐에 따라, 장내 미생물이 염증성 피부질환의 발병과 심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장-피부 축(gut-skin axis)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한 염증성 피부질환의 면역기전 이해를 위해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최신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건강 대조군 대비 화농선 한선염 환자의 피부·분변 샘플에서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이 감소하고,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Ruminococcus gnavus) 등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등)에서도 관찰되는 특정 병인성 미생물이 증가하는 소견이 관찰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의 피부 병변과 비병변에서도 정상 대조군 피부와는 다른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보고됨에 따라,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연구는 심각한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현재의 장기적 병합 항생제 치료에 대응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질환의 기전 이해를 통한 근본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존하는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치료의 국면 전환 요소로서 국내 신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영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피부과학교실)는 마이크로바이옴 국가 과제 책임자다. 이 교수는 분당차병원 신정우·이희정 교수·김현제 서울대 교수·제임스 크루거 록펠러대 교수·박현봉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해 (주)비티시너지 그리고 종근당바이오와 함께 공간전사체분석을 포함한 멀티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통합분석 기반 질환 기전 이해와 신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물질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내의 젊은 연구자이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외 최대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코호트·멀티오믹스-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환의 기전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전임상 시험과 탐색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진의 노력은 국가 사회 보건복지 난제 중 하나인 화농성 한선염과 중증 여드름 치료를 위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혁신 신약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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