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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질환 일으키는 구강 균주를 밝혀라
심혈관 질환 일으키는 구강 균주를 밝혀라
  • 김규
  • 승인 2023.12.0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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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⑪ 구강·심혈관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난치성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건에 대해 상용화를 승인하면서 바이오산업에서의 혁신적 장이 열렸다. <교수신문>은 각 질환별 난치성 치료 현황을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고 치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열한 번째는 구강·심혈관에 대해 김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심장내과)․이중석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치주과학교실)의 최신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연구팀은 구강 질병 균주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과정과 질환 유발에 
미치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질환 예방 물질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 몸의 장에는 2조 개가 넘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의 양은 인간보다 200배 정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정보를 인체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이라 부른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와 대사를 도우며, 여러 호르몬 분비에 관여한다. 면역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염증성 장 증후군과 같은 장 질환뿐만 아니라, 간질환·종양·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아토피·호흡기 질환 등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비만·대사장애·심혈관 질환·뇌혈관 질환까지 분야가 확장되고 관련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은 그 빈도가 전 세계적으로는 사망원인 1위, 국내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은 그 특성상 발병하고 나서 치료 과정이 위험하고, 많은 의료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해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조절 가능한 심혈관계 위험 인자는 20년 전과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추가적인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 발굴과 치료방법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 규명과 치료물질 개발 분야가 국제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심장내과)는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밝히고 질환을 예방하는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사진=김규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심혈관계 질환

언뜻 보면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수많은 실험-대조군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 있음이 보고됐다. 

2017년도 중국의 지 주예(Jie Zhuye) 등 연구자에 의해 장내 세균과(Enterobacteriaceae)와 구강 내 미생물 균주가 건강인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많다는 게 보고됐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과 원인·결과 관계는 규명되지 않아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장내 미생물 대사체 중 심혈관계 질환의 병인으로 트리메틸아민-N-산화물(TMAO: trimethylamine N-oxide)을 매개로 하는 기전이 많이 보고됐다. 카르니틴·콜린 성분이 풍부한 고기류·계란 노른자 등이 장내 미생물을 통해 대사돼 간에서 TMAO 생성이 증가하고, 이는 혈관에서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윌슨 탕(WH Wilson Tang) 등은 혈관조영술 시행 전 4천여 명의 혈액에서 측정한 TMAO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이 증가함을 보고했다.  

 

다인자성 질환이기에 치료제 개발 드물어

이처럼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과 기전이 보고되고 있지만, 염증성 장질환이나 간질환에서처럼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혈관계 질환은 다양한 인자가 작용하는 다인자성 질환이며, 하나의 균주를 보충하고 제거하는 방식이 전체 마이크로바이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목표한 장기까지 배달하는 기술적인 한계점도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이화여대·㈜비티시너지와 함께 구강 세균,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 질환 간 연관성과 더불어 질환을 예방하는 물질을 밝히는 국가 과제를 진행 중에 있다. 연구팀은 구강 질병 균주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과정과 질환 유발에 미치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질환 예방 물질을 조사하고 있다. △구강 질환이 심혈관 질환과 인지 기능 장애를 발생시키는 기전 △심

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보이는 후보 물질 발굴 △구강 세균이 야기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변화와 이로 인한 동맥경화 발생 과정 △후보 물질을 점막 백신으로 만들어 실제 심혈관 질환 예방이 가능한지를 각각 밝힐 예정이다. 

지난 수십 년간 변화하지 않은 조절 가능한 심혈관계 위험 인자와 그 치료 방법을 밝히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 본다. 

김규
연세대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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