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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유래 억제세포’ 활성 막는 마이크로바이옴 찾아라
‘골수유래 억제세포’ 활성 막는 마이크로바이옴 찾아라
  • 김재호
  • 승인 2023.11.21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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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⑨ 항암

연구팀은 우선 골수유래 억제세포의 면역반응과 
억제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이
크로바이옴과 그 대사체를 기반으로 하는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다.

인체는 외부로부터 세균·바이러스나, 내부로부터 위험요인인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비정상 돌연변이세포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체계·면역시스템을 정교하게 운용하고 있다. 외부의 적은 세포독성 T 세포가 감염된 세포를 직접적으로 사멸해 침입자를 제거하거나 B세포로 하여금 항체를 생성하게 해 세균과 바이러스의 증식이나 침입을 억제한다. 그에 반해 내부의 적인 돌연변이 세포는 인체를 순찰하고 있는 ‘자연살해 세포(NK 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그러면 이런 방어체계에서 암이 어떻게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암세포는 얄밉게도 이러한 면역방어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항암 면역세포의 활동을 저하시키고, 면역억제 기능을 가진 세포를 생성한다. 이러한 암세포의 면역회피 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에 면역관문 억제제를 항암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면역관문 억제제의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암환자마다 암의 진행에 따라 종양 미세환경에 있는 다양한 면역세포의 분포가 다르고, 암의 성격이 달라서 항암 면역치료 효과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암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한 사람과 달리 불균형 상태가 많으며 미생물종의 다양성도 현저하게 낮다고 보고돼 왔다. 예를 들면,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서는 유해균인 장내세균(Enterobacteriaceae)과 유산균인 서터렐라(Sutterella)를 더 많이 가지고 있고, 대장암 환자의 장에서는 DNA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Bacteroides fragilis)가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 

양영 숙명여대 교수(생명시스템학부·여성건강연구원 원장)는 골수유래 억제세포를 타깃으로 해 마이크로바이옴을 발굴해 항암 치료에 활용하고자 한다. 사진=양영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대사물질 생성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체내에 필수적인 여러가지 대사물질을 만들어 생리과정에 더 많이 관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암환자에서 감소된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은 암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면역관문 억제제를 투여한 흑색종·비소세포암·신장암 등의 암환자에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차이에 따라 치료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로써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세포들 간의 연관성 검증이 연구의 기점이 되고 있다. 

양영 숙명여대 교수(생명시스템학부·여성건강연구원 원장)가 주도하는 마이크로바이옴-항암치료제 개발팀은 ‘골수유래 억제세포를 표적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치료제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 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s)는 면역억제 기능을 가진 세포의 일종이다. 암세포의 면역 억제 환경에 급격히 축적돼 암의 증식을 유도하고 다양한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킨다. 학계에서는 종양 미세환경에 있는 골수유래 억제세포를 약화시킴으로써 항암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전략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골수유래 억제세포 억제 방법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으며 항암 기전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우선 골수유래 억제세포의 면역반응과 억제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이크로바이옴과 그 대사체를 기반으로 하는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다. 이후 후보 물질의 면역 항암기전 연구를 규명하고 치료제 시제품 개발을 위해 세브란스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종근당바이오·(주)티엠에스헬스케어와 공동연구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암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마이크로바이옴의 종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해당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생성되는 대사물질이 미치는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AI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한 다중오믹스 연구(유전체·전사체·단백체·대사체·후성유전체·지질체 등)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물질이 어떻게 생리 과정에 작용하는지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기여하고 있다. 

 

다중오믹스 분석 기술과 항암 기전 규명

다중오믹스 분석 기술에 기반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생성하는 다양한 대사 물질의 항암 기전 규명을 위한 노력은 시너지 효과를 이뤄 비임상 단계부터 임상 단계까지 다양한 면역항암 연구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교수 연구팀 또한 골수유래 억제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대사체 물질을 발굴하고 향후 암환자의 면역세포 분석에 따라 맞춤형 항암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며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현실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지놈앤컴퍼니·CJ바이오사이언스·지아이바이옴 등 국내 바이오기업도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시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각종 마이크로바이옴이 체내에서 특정 면역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해 암에 작용할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이번 연구는 더욱 절실하다. 

양 교수는 “똑같은 암을 앓는 환자라도 환자마다 면역세포 비율에 따라 항암제 효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암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타깃 면역세포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감에 따라 암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골수유래 억제세포 타깃 마이크로바이옴 발굴은 다양한 항암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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