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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미생물·천연물이 핵심
장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미생물·천연물이 핵심
  • 김재호
  • 승인 2023.10.1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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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난치성 치료’ 어디까지 왔나 ④ 우울·불안·스트레스

한국공대 연구팀은 이번 과제에서 말초 조직에서 세로토닌 
수준과 세로토닌 생합성에 영향을 주는 장내 미생물과
미생물 유래 물질과 천연물 등의 발굴을 통해 우울증 개선 
물질을 찾는 전략을 핵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공학대(한국공대) 생명화학공학과의 신흥섭 교수 연구팀은 세로토닌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고 있다. 

원래 세로토닌은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감정·수면·식욕 등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에서 세로토닌의 수치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우울·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져 있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현재 우울증 치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당수 약물이 SSRIs(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SNRIs(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등 세로토닌 수치 조절제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사람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의 약 90% 이상은 뇌가 아닌 장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장내에서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소장·대장의 점막에 존재하는 특수 세포인 장크로마핀(enterochromaffin)세포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이 신흥섭 한국공대 교수(생명화학공학 과)다. 신 교수 연구팀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 는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장내 물 질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신흥섭

 

장크로마핀 세포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

장크로마핀 세포의 활동은 장내 환경에 의해 제어된다. 장내 미생물의 조성과 대사산물 등이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장내 미생물 균주는 세로토닌을 직접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미생물군은 균주 자체 또는 대사산물이 장크로마핀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로토닌 생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에서 생성되는 말초 세로토닌은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뇌-혈관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말초 세로토닌은 뇌의 기분과 감정 조절에 직접적인 방식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장 신경계·분비계·면역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중추신경계로 신호를 전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소위 미생물-장-뇌 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신호전달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세로토닌 분자의 공과 막대기 모형. 이미지=위키백과

 

우울증 개선하는 장내 대사산물·기능성 천연물

장내 미생물과 우울증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는 많이 축적돼 있지만, 세로토닌과 관련된 미생물-장-뇌 축 사이의 정밀한 신호전달 기전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신질환인 우울증의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기능성 물질을 발굴하거나 검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세포 모델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 발표된 일본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장내 세로토닌의 생합성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인 Tph1(트립토판 수산화효소)의 발현이 실험 쥐에서 세로토닌 수치와 함께 우울증상의 개선에도 매우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 교수는 이 연구의 핵심 발견은 Tph1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물질이 우울증 개선에 효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공대 연구팀은 이번 과제에서 말초 조직에서 세로토닌 수준과 세로토닌 생합성에 영향을 주는 장내 미생물과 미생물 유래 물질과 천연물 등의 발굴을 통해 우울증 개선 물질을 찾는 전략을 핵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Tph1 유전자의 발현을 형광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크로마핀 세포주를 제작했다. 이 세포에서 Tph1의 발현은 GFP 발현에 의한 형광 측정으로 분석할 수 있다. 덕분에 유전자 발현의 정량화 실험에 사용되는 RNA 추출과 PCR 등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또한 유전자 발현 분석은 세포 배양과 함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형광 이미징 분석으로 대체될 수 있다. 신 교수는 “동시에 많은 수의 물질에 대해 세로토닌 생합성 유전자 발현에 대한 효과의 검증 등 시험을 수행해야 할 때는 이 리포터 세포주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신 교수 연구팀은 개발된 세포주를 활용하여 향후 세로토닌 생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이번 과제의 수행을 통해 개발된 세포주가 관련 연구를 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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