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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이나 약물에 빠진 대학생…쾌락은 곧 중독
13년이나 약물에 빠진 대학생…쾌락은 곧 중독
  • 김선진
  • 승인 2022.11.1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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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도파민 네이션』 | 애나 렘키 지음 |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316쪽

도파민은 집중력 높이고 스트레스 조절하는 신경물질
자본주의와 디지털이 결합된 탐닉 사회가 중독 불러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초래한 환경 재앙은 이제 우리 삶의 기본 조건이 된 지 오래다. 사실 그것보다 더 위급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끝없는 성장과 발전만 계속될 것 같던 자본주의 신화에 종말이 오고있다. 풍요가 결핍으로 바뀌는 순간 인간 사회의 갈등은 증폭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고 중국은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나토를 중심으로 결집하며 사회주의 독재와 맞서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세계가 보수화, 우경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한 이유도 사실은 어려워지고 있던 경제 문제 때문이었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된 것이 경제 독립성을 훼손하고 이민자가 늘어난 결과 자국민이 힘들어졌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최근 이탈리아는 2차대전을 일으켰던 파시스트 무솔리니의 후예를 자임하는 극우주의자가 총리가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초래된 에너지, 식량 위기는 세계 각국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1, 2차 대전 직전을 보는듯한 기시감이 들 정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제의 뿌리를 파고들면 원인의 원인에 다가갈 수 있다. 근본 원인은 기후 재앙도, 경제 문제도, 전쟁도 아닌 바로 인간 자신이었다. 계몽주의와 과학 혁명을 거쳐 인간을 만물의 영장, 동물 중 유일한 이성적 존재로 여겼던 믿음이 깨지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성이 아닌 감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인간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감정에 의해 얼마든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런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고 본성을 추동하는 힘이 뭘까. 그건 바로 도파민이라는 뇌속 화학물질이다.

 

내가 ‘재미’ 연구자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뇌속의 신경물질과 신경세포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규명하는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생물학적 차원에서 인간 역시 동물, 더 낮게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뇌과학을 통해 확인된 진실을 알게 되면 될수록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뇌안에서 이뤄지는 도파민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애나 렘키 교수의 『도파민네이션』은 그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집중력을 높이며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스트레스를 조절해주는 쾌락 신경물질이다. 앞날을 계획하고 실현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는 이런 열정적 속성에 의해 어떤 학자는 도파민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문제는 도파민의 부정적 효과인 ‘중독’이다. 도파민은 인간에게 쾌락이라는 보상을 제공하지만 중독이라는 부수적 결과를 동반한다. 스탠포드대학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애나 렘키는 중독치료센터 소장을 맡아 다양한 중독 환자를 치료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도파민이 초래한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들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한다. 

 

현대사회는 도파민 과잉사회

저자는 우선 현대사회는 도파민 과잉사회, 현대인은 도파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상이 술, 담배, 마약같은 물질에 한정됐지만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스마트폰, 온라인을 통해 손끝 하나로 쾌락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배달 음식, 퀵배송 쇼핑, 게임, 도박, 넷플릭스, 유튜브, SNS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쾌락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종류, 양, 효과적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책의 제목도 그래서 우리가 도파민,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탐닉의 사회에 살고있다는 의미로 ‘도파민 네이션’이라 이름붙였다.

중독에 관한 한 저자는 본인 스스로 우울증과 싸우다가 중독을 직접 경험한 사람일 뿐 아니라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20년 넘게 수 만 명의 임상 연구와 치료 사례를 축적한 전문가이자 세계적 권위자로 신뢰할만 하다. 책에는 관음증에 빠져 자위 기계를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과학자, 13년 동안 수십 종의 약물을 전전한 대학생, 음식 중독으로 시작해 트럼프식 음모론에 빠져버린 여성, 인스타그램 때문에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한국인 유학생까지 다양한 중독자들의 사례와 그들의 극복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항우울제 등 약물 치료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쾌락 대신 자신의 고통을 직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길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런 저자의 주장엔 임상적 근거가 있는데 뇌가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는 것이다. 저울은 수평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는데 저울이 쾌락 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저울을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쾌락을 추구할수록 고통 또한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도파민 의존이나 중독은 어쩌면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데서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무한경쟁에 노출된 피로사회에서 견디기 위해 쾌락이라는 각성제를 입에 털어넣은 결과가 바로 도파민 의존과 중독이라는 얘기다. 저자의 얘기는 충분히 귀담아 들을만한 가치가 있지만 과잉 약물치료 문제는 정신과 치료를 꺼리는 우리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점과 사회에 만연한 갑질이 도파민에 의한 권력 중독이라는 사실을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독재자들의 만행은 도파민에 의한 권력 중독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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