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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기엔 ‘질문’이 필요하다
혼돈의 시기엔 ‘질문’이 필요하다
  • 김선진
  • 승인 2020.11.18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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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힘의 역전 2
정혜승 기획 | 메디치미디어 | 284쪽

필요한 건 답이 아니라 질문
힘의 역전에 필요한 태도와 전략
코로나19 막연한 공포 걷어내야

 

인류 역사상 지금같은 혼돈의 시기가 있었을까.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백년 가까운 시간동안 큰 전쟁이 없는 평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어느 때보다 인류는 방향 감각을 잃고 공포와 불안에 빠졌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확산으로 전 세계 감염자 수는 이미 5천만명을 넘겼고 확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주를 정복하고 유전자 편집기술까지 개발되는 초과학 문명의 시대임에도 새로 등장한 바이러스 하나를 잡지 못하고 있다.

 

 

 

평온했던 일상은 한순간에 추락하고 세계 모든 사람들은 문을 걸어닫고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과 사람을 멀리해야 할 상황이다. 국경을 폐쇄하고 국가간 이동을 통제하는 건 물론이고 마스크 없이는 다닐 수도 없게 돼 대다수 사람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유사 이래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은 끝모를 불확실한 미래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엔, 더구나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에 대해선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다. 이런 때는 당장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의 근원적 문제에 닿아있는 질문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개 일을 그르치는 건 답을 잘못 찾아서가 아니라 잘못된 질문에서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동안 놓친 게 무엇인지 질문해야

 

『힘의 역전 2』는 코로나 팬데믹의 중심에서 바로 그런 질문을 찾아보려는 전위적 역할을 자임하는 책이다. 일곱 명의 분야별 전문가를 모아 실시한 포럼의 발제와 인터뷰를 토대로 기획된 책이라 유명인, 코로나 시류에 편승한 일시적인 기획물일 수 있겠다는 선입견이 없지 않다. 그런 걱정은 금세 기우였음이 확인된다. 구성 내용이 각자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일관성있는 주제 의식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변화로 생겨난 ‘힘의 역전’을 주제로 메디치미디어가 시행한 첫 번째 포럼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의 등장으로 시작된 격변의 대응을 위해 6개월만에 개최한 두 번째 포럼을 기초로 기획됐다. 인류 역사는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야 할 문명사적 사건을 목전에 두고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세계’ 속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중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일은 어쩌면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고 희망을 길어내는 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획자와 포럼 발표자들은 한 목소리로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변화, 그로 인해 도래한 달라진 세계에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고민을 뛰어넘어, 팬데믹을 어떤 분기점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제질서, 서양 우월주의, 보수 이념, 투자, 통상, 환경, 사회복지 등 각 분야의 ‘힘의 역전’에 필요한 태도와 전략을 위해 관련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문정인, 다니엘 튜더, 김세연, 유명희, 김동환, 민금채, 이원재가 참여했다.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화두 제시

 

무엇보다 두 번의 포럼의 프로그래머이자 이 책의 기획자인 정혜승 저자의 이력이 믿음이 간다. 그는 신문사 기자와 포털 다음의 인터넷 정책업무를 경험하며 온라인 오프라인 미디어를 폭넓게 경험하고 문재인정부에서 뉴미디어비서관을 수행하며 국민청원 등을 기획하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두루 소통하며 시대상을 짚을 줄 아는 거시적 안목을 갖췄다. 그의 이런 진보적 전문성을 대표적 보수 매체인 월간조선에서조차 ‘좌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정책과 대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화두를 다뤘다’고 격찬했다고 하니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시각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한 ‘힘의 역전’이라는 도발적 발제는 단어만으로 보면 ‘권력 이동’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내용에 따라선 그것이 ‘서구 중심에서 동양 중심으로’, ‘국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성장 중심에서 상생 중심으로’와 같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전환의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 표제를 더 본질적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이해했다. ‘힘의 역전’이란 그런 개별적 중심 이동이라기보다 우리가 그동안 불변할 것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가치와 원칙들이 과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치환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를 코로나가 멈추게 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아무런 문제의식도, 질문도 하지 않고 우리 모두는 달리는 일에만 매몰됐을 것이다. 이제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아직 오지않은 미래는 막연히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만드는 자의 몫이기에.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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