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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는 공정한 원칙인가, 불평등의 원인인가
능력주의는 공정한 원칙인가, 불평등의 원인인가
  • 김선진
  • 승인 2021.11.0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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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엘리트 세습』 |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 서정아 옮김 | 세종서적 | 504쪽

2030세대, 능력주의를 불공정사회 현실에서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로 인식

 

역사는 진보하고 사회는 발전하는데 왜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20세기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능력주의 신념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사실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개념은 일찍이 1958년 마이클 영이 그의 소설 『능력주의』에서 처음 다룬 이래 60년이 지난 2020년에 『공정하다는 착각』의 마이클 샌델과 『엘리트 세습』의 대니얼 마코비츠에 의해 논쟁적 화두로 등장하였다. 두 책은 미국의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 논쟁은 오늘날 능력주의가 학벌주의와 연결돼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 양상을 보이는 한국사회에서도 역시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심화되는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불공정한 사회 현실에 분노한 2030세대는 능력주의를 공정을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로 인식되며 세대 갈등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심지어 보수야당의 당대표가 된 30대의 이준석은 스스로 하버드 출신임을 자랑하며 대놓고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다.

과연 능력주의는 우리 사회를 퇴보시키는 신념인가, 반대로 사회 발전을 위한 공정한 원칙인가. 이에 대해 위의 세 저자는 동일하게 능력주의가 사회에 끼친 해악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번에 소개한 샌델의 책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마코비츠의 책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건 능력주의의 폐단을 해소할 대안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만 하다.

사실 능력주의는 태어날 때의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나 사회의 원리로서, 20세기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습 귀족주의에 대항하는 진보적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능력주의는 부모가 가진 경제력과 인적자본의 힘이 자손에게 대물림돼 계급화되고 세습되며 새로운 신흥귀족을 만들었고 결국 그들의 보수 이데올로기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세습 귀족주의에 대항하는 진보적 이데올로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상당수 젊은이들이 능력주의에 공감하는 것도 마치 이것이 금수저들의 세습 질서를 깨고 공정을 실현하는 수단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유교시대의 과거제가 오늘날 대학입시, 공무원 고시 등 시험제도로 이어지면서 한국사회에서 능력이란 각종 시험에 의해 육성되고 검증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이런 제도들은 결국 시험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또 다른 세습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능력주의 함정(The Meritocracy Trap)』이란 원제를 갖고있는 책에서 마코비츠는 오늘날 능력주의는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혜택을 집중시키고 새로운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부와 특권의 집중과 세습을 대대손손 유지하는 메커니즘이자 원한과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계층제도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능력주의를 심화시키는 원인을 엘리트 교육과 엘리트 중심의 고용에서 찾고 있다. 즉, 과거의 귀족이 땅과 재산을 통해 세습되었다면 현대의 엘리트들은 자녀에게 제공되는 집중적인 교육을 통해 계층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산업전반에서 일자리가 고도로 숙련된 능력이 필요한 상위근로자와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하위근로자로 양분되면서 중간 숙련도를 갖춘 중산층 근로자들이 사라진 결과 엘리트 근로자와 하위 근로자간의 극심한 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봤다.

능력주의가 초래한 불평등의 심화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 불신을 높이고 불안정성을 확대한다. 빈부와 이념성향에 있어서 사회를 극단적으로 양극화시키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민주 사회의 시민들이 포퓰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능력주의라는 왜곡된 이상주의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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