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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엘리트 ‘교수’…자기편만 추종하는 이유
인지 엘리트 ‘교수’…자기편만 추종하는 이유
  • 김선진
  • 승인 2023.06.16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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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우리편 편향』 키스 E. 스타노비치 지음 | 김홍옥 옮김 | 바다출판사 | 382쪽

인지능력 향상돼도 점점 강화되는 우리편 편향
견해는 개인적 합리성보다 집단적 사고로 형성

요즘 내 관심사는 인간의 합리성이다. 인간은 과연 합리적인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인간은 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최근 경험하고 있는 일련의 세계사적 동향과 변화를 관찰하면서 내가 느끼는 개인적인 판단은 점점 더 부정적인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독재와 같은 정치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사이비종교나 미신과 같은 개인적 신념에서도 인간의 합리성은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느낀다. 수천년 유구한 문명을 지탱해 온 인간의 이성이 한순간에 무지성의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전보다 더 자주 목격하고 있다. 도대체 인간의 본성에 뭐가 문제일까. 이를 막을 대안은 없는 것일까.

스타노비치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응용심리학·인간개발학과)의 『우리편 편향』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확증편향, 결과편향, 선택적 지각 등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가 논의한 ‘우리편 편향’은 인간의 단순한 심리적 습성이 아니라 인간이 잘못된 믿음을 갖는 본질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그의 책은 최근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보수·진보의 극단적 정치 양극화와 이념적 분열, 당파성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세계사적 변화에 대한 통찰을 기대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저자가 제공하는 연구의 차별적 가치는 우리편 편향이 다른 편향과 달리 인지 능력에 의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즉, 다양한 인지 편향은 인지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유독 우리편 편향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편 편향은 나이 등의 인구통계적 차이나 개인차, 인지능력과도 상관이 없을 뿐더러 교육 수준과도 관련이 없어서 소위 사회의 리더라는 엘리트 지식인 집단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TV 토론 프로그램에 지성의 대표 토론자로 나온 교수들의 주장이 전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에서 쉽게 확인된다. 이들은 각자 어떤 집단 정체성을 갖는 순간 우리편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기존의 심리학적 입장과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진화론적 인식론에 근거해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합리적 사고를 통해 개인이 신념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밈(meme)의 이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편 편향은 개인이 어떤 신념을 갖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거꾸로 어떤 신념이 사람들을 포섭하고 확산되는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은 한 집단이 공유하는 밈을 신념의 복제자로서 무의식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람들이 문화적 인공물을 흡수할 때는 의식적 흡수가 아닌 무의식적 결정을 통한다는 심리학자 대니얼 데닛의 설명, 사람들이 도덕 행동 등 자신의 선언적 지식, 행동 등을 획득하는 것이 선천적 성향과 무의식적인 사회적 학습의 조합이라고 한 조너선 하이트 등 여러 심리학자들의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편가르기 본성을 설명하는 ‘우리편 편향’은 내집단의 의견은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외집단의 의견은 무조건적으로 배척함으로써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동체와 공익을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가짜 뉴스의 확산은 우리편 편향이 낳은 대표적인 사회적 병폐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이슈를 바라보는 해석에서 이분법적인 분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이나 SNS와 같은 파편화된 미디어의 영향으로 우리편 편향을 추동하는 사회적 구조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의사소통의 공유지 영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편 편향이 문제가 되는 지점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 단순히 신념에 그치지 않고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확신으로 변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신의 신념을 지지한다고 믿는 증거를 편향되게 해석하는 신념 편향과 증거를 상관하지 않는 우리편 편향을 심리학적으로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 근거해 동일한 증거라 할지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집단 정체성이 우리편 편향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갖게 하는 핵심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편 편향의 원인과 특이성 그리고 그 대응방법에 이르기까지 인지심리학‧사회심리학‧행동경제학‧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 근거를 제시하며 잘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신념이 자기 확신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길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우리의 견해 대부분은 개인적 합리성보다 공동의 집단적 사고에 의해 형성되며 우리는 집단 충성심 때문에 그 견해들을 고수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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