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5:00 (화)
코로나 시대, 인간을 이해하는 ‘패턴’ 찾기
코로나 시대, 인간을 이해하는 ‘패턴’ 찾기
  • 김선진
  • 승인 2021.01.21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찰의 재미_『사회적 원자』 |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88쪽

개인이 아니라 집단에 집중
인간을 원자로 간주하고 사회를 이해하기
보편적 인간의 특성 전제

2019년 말 중국 한 도시에서 시작된 신종 전염병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감염자 수는 이미 9천만 명에 이르고 있고 대한민국은 이미 하루 천명 가까운 증가 속도를 보이며 3차 대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일상적인 일들을 멈추게 하고 새로운 규범과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매일 갱신되는 코로나 감염자 증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호기심이 발동한다. 코로나 감염자의 추이 그래프는 왜 파도의 파고 모양을 닮았을까. 감염자 수가 떨어질 듯 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 반복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왜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 인간이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걸까. 코로나 팬데믹이 일 년도 넘어가는 시점에 나는 갑자기 궁금해진다. 코로나 확산은 과연 언제쯤 끝이 보일까. 끝이 오기는 할 것인가. 이런 의문에 정답을 제시해 주진 못하겠지만 인간 역시 자연법칙에 종속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론 물리학자인 마크 뷰캐넌이 쓴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이다. 원서는 지난 2007년에 출판됐고 국내에서는 2010년에 번역된 10년도 지난 책이지만 코로나가 촉발한 뉴노멀의 시대를 설명하고 대비하기 위해 한번쯤 반추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객관적 관찰 불가능한 인간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자연과 인간을 탐구함에 있어 자연과학과 인문사회로 분리해야 한다고 믿었던 학문계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은 객관적 관찰과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일정한 규칙성을 찾아내고 이면에 숨은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주관적이고 때로는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워 객관적 관찰도 어렵거니와 자연법칙과 같은 규칙성을 발견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다고 여겨졌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신의 물리학 연구 경험을 통해 인간 개인은 비정형적이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개인이 모인 사회와 집단의 행동은 얼마든지 일련의 규칙성을 찾아내 어느 정도 예측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규칙성을 그는 ‘패턴’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앞서 코로나 예에서 설명한 코로나 감염자 증가 추이가 파도의 파고 모양을 닮았다고 한 부분이나, 수학 통계적 모델링에 의해 감염재생산지수를 산출하고 이를 통해 향후 코로나 확산이나 약화 방향을 효과적으로 예측하는 사례가 저자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 최근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기초로 한 자율학습 방식으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 것도 인간 사고와 행동의 비정형성에 대해 얼마든지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언론과 미디어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로서 소위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는 양적 연구의 효과성에 의문이 많았다. 변수간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때로 상반되고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들을 지켜보면서 인간 개인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나와 같이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최근 동향과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하나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저자의 접근법은 간단하다. 인간 개인이 아닌 집단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규칙성, 즉 패턴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물리학, 수학 등 과학이 활용하는 연구방법을 활용해서. 

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인간 이해

이를테면 그의 접근법은 기존의 인문학이나 사회학처럼 인간의 고유성과 개별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따른다는데서, 그 ‘인격’을 무시하고 인간을 물질의 최소단위처럼 하나의 ‘원자’로 놓고 사회 전체를 이해하려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물질을 이루는 부분들의 성질이 아니라 그것들의 조직과 패턴과 형태라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교훈”이라는 말과 ‘사회적 원자’라는 책제목에 저자의 착안점이 함축돼 있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있는 존재임에도 집단 행동의 규칙성이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의 몇 가지 특징과 관련된다. 즉, 인간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오류를 범하기 쉬운 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남들을 보고 모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호혜적 이타주의를 갖고 서로 협력하려 하는데, 이런 특징으로부터 ‘보편적 인간 특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종주의, 민족 학살, 주식 시장의 주가 변동, 헛소문과 루머의 확산, 부의 불평등 같은 온갖 사회 과학적 사례들을 사회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 즉 ‘사회 물리학’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들을 ‘물리학’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사회적 원자』를 통하여 인간 세상의 숨겨진 면모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기회를 가져보길 권한다.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