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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통제’ 대학정책…정치적 판단 따라 졸속 제정·개정 되풀이
‘관리·통제’ 대학정책…정치적 판단 따라 졸속 제정·개정 되풀이
  • 양성렬
  • 승인 2021.12.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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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① 고등교육 법체계의 난맥상, 어떻게 풀어야 하나

2024년, 우리는 근대적 대학제도를 도입한 지 100주년을 맞는다. 
과거 100년을 돌아보고 향후 100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체계적인 법적 토대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해 대학 본연의 역할과 운영 원리, 사회적 책무 등을 명확히 하고, 
정부의 지원을 명시하는 법률적 정비가 시급하다.


대학은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고등교육법 제28조) 고등교육과 학술연구를 담당하는 학문공동체로서 대학의 운영 원리는 자주성과 자율성에 기초한다. 그래서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대학의 자율성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외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실현하도록 보장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교육부와 국회는 대학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체계적인 제정을 등한시했다. 국립대학법도 사립대학법도 없이 진흥과 육성보다는 관리와 통제를 위한 대학정책이 실시되었다. 헌법은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교육당국은 통제대상으로 보는 대학의 모순적인 위상, 이것이 한국 대학이 처한 심각한 위기의 근원이라 생각한다.

한국법제연구원의 『교육 관계 법령의 입법체계 정비방안 연구』에 따르면, 교육 관계 법령은 약 60여 개 법률과 180여 개의 하위법령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육기본법」(1998년)과 ‘단계별 학교 교육에 관한 법률’(「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교원에 관한 법률’ 그리고 ‘교육 지원 및 진흥 관련 법률’ 등 교육, 학교, 교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망라되어 있다. 문제는 양적으로 방대할 뿐만 아니라, 특별법과 특례법, 각종 지원·진흥 법제 및 학교 설치 근거 법률의 무분별한 제·개정으로 법률과 하위법령이 체계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사항은 ‘설치령’…구체적 운영은 ‘법률’로

현재 국립대학의 설치·관리를 규율하는 법령은 「국립학교설치령」(1953년)이다. 국립대학법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고등교육법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립대학의 위상과 특성이 사립대학과 다르고 국가의 설립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질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학교육에 필수적인 일반적인 사항은 「고등교육법」에 미루고 설치령으로 대응하면서, 대상이 특정된 구체적인 학교 운영에 관해서는 법률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한국방송통신대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치령」(1972년)에 따라 설치·운영되다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2021년)의 제정으로 국내 유일의 국립 원격고등평생 교육기관으로서 지위를 갖게 되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와 인천대 및 이공계 특성화대학 KAIST, GIST, DGIST, UNIST는 모두 개별 특별법에 따라 특별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인재를 배출한다. 하지만 국립대학법이 없는 일반 국립대학은 턱없이 모자라는 재정지원으로 거의 방치 상태에 있다. 기껏해야 국립대학의 재정과 회계를 통제하기 위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2015년)이 있을 뿐이다. 

나아가 대학 관련 법령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졸속으로 제정되고, 때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대학교육을 시장주의에 내맡긴 문민정부는 「대학설립운영 규정」(1996년)을 제정하여 이른바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을 황폐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엉성한 규정은 수시로 개악되기 일쑤였고, 2021년 현재까지 무려 43차례나 개정되었다. 비수도권 지역대학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2014년)도 이에 속한다. 법률의 방향은 맞지만, 실효적 조치는 의문이다.

난마처럼 얽힌 고등교육 법체계의 모순

사립대학은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유치원, 초중등학교와 더불어 1963년에 제정된 「사립학교법」의 통제 아래 있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으니 사립대학이면서도 특별법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출연한 한국기술교육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출연한 한국산업기술대는 각각의 특별법에 따라 설치·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고등교육 기관들이 「고등교육법」을 비롯하여 각종 개별 법률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대학 교원들조차 대학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학은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원격대학,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 사내대학, 기능대학, 대학원대학 등으로 구분된다.)

이 체계 없이 난마처럼 얽힌 고등교육 법체계의 모순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1984년)에서 극치를 이룬다. 이 법은 “대학 운영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높이며 대학교육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허울을 쓰고 전두환 군사독재 정부에 의해 제정되었고, 현재는 총장독임제를 악용하며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교원단체로서 ‘한국교총’의 지위도 법적 근거가 없어 논란거리다. “교원단체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교육기본법」 제15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24년째 대통령령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총은 법적 근거도 없이 유일한 교원단체로 활동하는 것이다.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하여 대학 본연의 역할과 운영 원리, 사회적 책무 등을 명확히 하고, 정부의 지원을 명시하는 법률적 정비가 시급하다. 체계적인 법령 정비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 2024년에 우리는 근대적 대학제도를 도입한 지 100주년을 맞는다. 과거 100년을 돌아보고 향후 100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체계적인 법적 토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11월 17일에 발의된 「국립대학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장차 「대학법」 제정을 위한 전 단계로서 「사립대학법(안)」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국립대학법(안)」은 실효성 있게 보완되어야 한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해양생물학으로 박사를 했다. 역서로 『토양미생물학 원리와 응용』 『병원미생물학』 등이 있다. 올해 1월부터 사교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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