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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위하여 대학법을 허하라”
“대학을 위하여 대학법을 허하라”
  • 안상준
  • 승인 2022.02.1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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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⑨ 1~8회 연재 내용에 대한 교수사회 의견

 

지난해 12월 6일자부터 연재하고 있는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에 대한 교수사회 의견을 듣는 자리가 지난 4일 열렸다. 현장과 온라인을 연결해 진행했다. 사진=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교수신문>은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지난해 12월 6일자부터 시작해 지난 호 2월 7일자까지 매주 모두 8차례에 걸쳐 기획연재를 실었다. 고등교육 법체계의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고등교육법이 있는데 왜 대학법이 필요한지, 지역대학의 위기를 대학법으로 막을 수 있는지, 현재 발의돼 있는 국립대학법안에 대한 의견, 대학자치에 대한 제안까지 다루었다. 

이번 기획연재 내용에 대한 교수사회와 시민사회의 평가와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2월 4일(금)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무실(서울 삼각지 인근)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안상준 <교수신문> 논설위원(국립안동대 사학과·국가중심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이 사회를 맡은 이날 좌담에는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 이승렬 영남대 전 교수회 의장, 이준우 국공립대교수노동조합 한밭대 지회장, 배석중 전남대 여수캠퍼스 위상회복위원장이 현장에서 토론했고, 한상희 건국대 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김시욱 조선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두호 동의대 전 교수협의회 사무처장이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토론에 참여했다.(기사에서는 참가자 직함 생략한다.) 

대학 위기는 ‘학술의 위기’… 대학의 본질적 의미 짚어야
대학 기능을 교육에 가두지 말고 ‘학술진흥’으로 확장해야

교수가 교육의 주체 맞나? 교수의 정체성 회복 시급하다
국립대학법, ‘교직원’ 용어 유의…교수·직원 관계 분명히

법인 비리를 왜 대학이 책임지나…자기 책임원칙 어긋나
대학 구성원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의결권 있어야

정부 재정지원 의무화…사학은 민주적 개방이사 확대
수도권 편향 심화는 중소도시 시민 교육기본권 침해

학령인구 감소, 기회로 보자…“적은 학생을 잘 교육”
대학교육 질적 제고·평생학습 체계 구축 시급한 과제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에 대한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 대한 토론자의 반응은 흥미로웠다. 이준우는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대학법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이번 연재기사가 대학법 제정을 위해, 그리고 대학을 위한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렬은 단번에 사립학교법을 대체하는 대학법 제정으로 교육주체와 법인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두호는 연재기사에서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 지표를 직접 제시하면서 좀 더 설득력을 높여 달라고 요청했고, 김시욱은 근본적으로 변하는 대학의 환경에 맞게 대학의 목표를 재설정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한상희는 대학의 위기를 ‘학술의 위기’와 ‘제도의 위기’라는 두 측면으로 접근하면서, 대학의 기능을 교육에 가두지 말고 학술 진흥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연재기사가 ‘학술, 교육, 봉사라는 대학의 이념을 실현하는 단위’로서 대학의 본질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짚어달라는 주문을 넣었다.

대학은 이미 위기를 넘어 소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소멸을 막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것을 두 번째 질문으로 던졌다. 양성렬과 이두호는 대학의 본질적 기능 회복과 그것을 위한 자율성 신장을 꼽으면서, 구성원의 정의와 책무, 자치기구 활성화 조항이 대학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시욱도 유사한 맥락에서 현재 교수가 교육의 주체인지 자문하면서 교수의 정체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승렬과 배석중은 대학이 지역사회와 동행하지 않으면 존속하기 어렵다며 시민대학 모델이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대학법에서 제시되기를 바랐다. 한편 한상희는 일반 국민교육과 분리된 대학교육의 독자성을 주지하며, 대학법을 「교육기본법」과 같은 수준의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안상준 교수신문 논설위원, 배석중 전남대 여수캠 위상회복위원장,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 이승렬 영남대 전 교수회 의장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준우 국공립대교수노동조합 한밭대 지회장, 김시욱 조선대 교수평의회 의장, 이두호 동의대 전 교수협의회 사무처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이다.

국립대학법안, 2014년·2017년 안보다 후퇴

이어서 각론으로 들어가 현재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의 추진과정과 문제점에 관한 논의로 넘어갔다. 이준우는 국립대학법을 제정하려는 그간의 노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2014년, 2017년 제정 시도가 좌절되고 2021년 다시 시도되고 있지만, 2021년 법안은 앞선 법안에 비해서 내용상 상당히 후퇴했다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어서 사회자가 대학평의원회의 심의기구화, 사무국장 임명 제도 개선의 실패, 학생 1인당 교육비 근거 삭제, 교수 임용의 근거인 1인당 학생 수의 기준 삭제 등을 열거하며 대학자치의 실현과 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한 필수적인 조항들이 제거되었음을 설명했다.

한상희는 ‘교직원’이라는 법안의 용어에 주목했다. “대학의 구성원은 본질적으로 교수, 학생, 강사를 포함하는 개념이고 교직원은 이들의 교수·학습을 돕는 행정보조자이며 사무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립대학법에는 그런 개념 규정이 전혀 없이 교직원이라고 지칭하기 때문에, 교수와 직원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심지어 직원이 교수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통합의 문제로서 여수대가 전남대와 통합 이후 여수캠퍼스로 위상이 하락하고 그것이 여수시에 미친 영향을 배석중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지역 대학의 소멸은 지역 소멸로 직결된다”고 단언한다. 여수의 고교 졸업생 90% 이상이 외지로 나가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2년 동안 무려 1천528억 원에 이른다는 추계를 내놓았다.

지방대육성법·균형발전법, ‘지방대 위기’ 대안인가 

예견된 지방대 위기와 지방 소멸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책으로 「국가균형발전법」(2004년)과 「지방대육성법」(2014년)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 법률들의 효능감을 전혀 체감할 수 없어서 그 원인에 대하여 질문을 했다.

이준우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허상을 지적했다.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2021년 교육부가 발표한 2차 5개년 계획은 말잔치에 그친다. ‘대학 혁신, 지역 혁신, 지역 혁신 주체 간 협업’으로 멋진 미래를 제시하지만, 현실은 허망할 뿐이다. “기존의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사업에 불과하고… 교수들은 또 계획서를 써야 하고 사업을 하고 보고서 쓰고 평가받고 그 성과는 별로 없어 보인다.”

한편 이준우는 학령인구 감소를 기회로 보자고 제안했다. “고등교육을 위해서 정부가 예산을 증액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오히려 기존 예산을 가지고 적은 학생들을 잘 교육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실효성 없는 법률의 한계에 대하여 한상희는 “(지방대라는) 육성 대상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육성 권한을 가진 관료들을 위한 건지 고민이 된다”고 관료주의의 폐해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학령인구 감소와 관내 학생의 외지 유출에 따른 미충원 사태는 지역 대학을 파멸로 내모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미충원 학생 수만큼 등록금 수입이 줄어 재정 상황이 극도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지역 사립대학에게 치명적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을 물었다. 양성렬은 사학재단도 사립학교법의 한계를 시인하고 있고, 비수도권총장협의회가 사립대학법 제정을 요청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만큼 사립대학의 재정이 심각함을 증언했다.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서 사립대의 재정지원을 역설하면서도, 그는 사립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준엄한 감시와 통제를 담은 대학법 제정을 주문했다.

이승렬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의무로 규정하되, 반대급부로 사립대학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개방이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토론자 모두 사립대학을 위한 재정지원은 사학재단의 비리와 부정의 관행을 근절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함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상희는 법인의 비리를 대학이 책임지는 부당한 관행을 질타했다. “대학과 법인이 다른 구조, 다른 존재라면 자기 책임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죠.” 그래서 사립대학법은 부당한 관행을 차단하는 장치를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인에 의지하는 대학이 아니라 대학이 법인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중심이 되는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과 대학이 공생하는 실천방안 필요

마무리 발언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전망이 제시되었다. 양성렬은 국·사립대학을 통합하는 대학법 제정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정상화하고, 나아가 사립대학이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양성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희망했다. 배석중은 “보편적 교육권이 헌법적 가치이고 기본권이라고 하지만, 수도권 편향의 심화는 중소도시 시민을 위한 교육 기본권 침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우는 다시 한 번 대학법에 관한 대국민 홍보와 대학을 위한 우호적인 여론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교련이든 사교련이든 활동의 동력을 얻으려면 사회적 정당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지적은 매우 신선하게 들린다. 이승렬은 보다 구체적으로 사학법인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언급하면서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가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두호는 대학교육의 질적 제고와 평생학습 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김시욱은 입법을 위한 치밀한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희는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라는 참신한 기획이 <교수신문>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지기를 희망하면서, 정책적 관점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대학의 지원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도 산업이다”는 오래전 슬로건을 상기하며 지역과 대학이 공생하는 실천방안에 대한 그의 고민은 무겁게 다가온다.

한편 좌담회를 온라인으로 관전한 김경한 중부대 교수는 교육부의 하향식 교육정책의 철폐, 재단 전입금 문제의 해소, 비정규직 교원의 문제 등 향후 다루어야 할 의제를 제시했다.

이번 기획연재 필진들이 펴낸 대학법 체제 정비는 교육 관련 법령을 통해서 본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허상을 고발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성과물이다. 대학의 위기를 진단하고,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나아가 기획연재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를 매주 작성하면서 문제의식은 더욱 또렷해졌고,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졌다. 이번 좌담회는 우리에게 성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였다. 토론자의 날카로운 지적과 풍부한 조언과 건의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다. 

>> 좌담 전문 바로가기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장·국립안동대 교수회장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한다. 독일 보쿰-루르대학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부터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십자군 전쟁 단행본 저술과 『십자군 이념의 기원』(한국연구재단 명저번역)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공저로 『서양사 속빈곤과 빈민』과 『대학법 체제 정비』, 역서로 『도시로 본 중세유럽』과 『폴란드 근현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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