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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선택 받을 수 있는 대학, 그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
학생의 선택 받을 수 있는 대학, 그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
  • 김용석
  • 승인 2022.01.1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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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⑤ 지역대학 위기, 대학법으로 막을 수 있나

지방소멸과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 관련 각종 특별법·특례법·진흥법의 모법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질적 향상, 대학교원의 연구와 교육 수준 향상, 균형발전을 위한 대학의 필요성 등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법으로서 대학법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안」(2021년 11월)이 발의되었다. 집권 여당의 의원 89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제 지방소멸은, 어느 한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대도시와 수도권의 위기로서, 지금 단계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국가 공멸(共滅)로 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다.” 법안을 제안한 이유에 ‘국가 공멸’까지 거론하니 참으로 절박한 사연이다. 

이제 지방소멸로 인한 ‘두 번째 분단’과 ‘국민 분열’이라는 망국적 현상을 막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백가쟁명이 난무한다. 수많은 제안 가운데 빠지지 않는 요소가 바로 ‘지방대학’이다. 강소 자립형이든 광역연합체제든 지방대학을 살리지 않고 지방소멸을 막자는 대안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004년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안’은 “지방대학 육성 → 지역혁신 활성화 → 지역산업의 발전 →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 해소 → 인재의 지방정착 → 지방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지방대학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주체 중의 하나로 육성하는 자립형 지방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정책 실현 의지가 부족했고 실천방안의 부재가 낳은 국가적 망실을 뒤늦게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대는 청년유출 막는 ‘인재의 댐’”

지방소멸의 문제는 정부의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방대학 및 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을 제정했다. 앞선 연재에서 지적했듯이, 이 법률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비상대책으로서 “정권의 정책 실현 의지 부족,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철학 부재,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실패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동 법률의 개정안은 ‘지역인재 채용 촉진과 함께 입학의 인재 할당’이라는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즉 2022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지역의 신입생은 6년 뒤 지역대학의 의·약·간호계열 및 의학·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할 때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학과 채용에 인재 할당을 통해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이런 법 개정은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기초체력을 거의 상실한 지역대학들이 개정된 법이 실행되는 2028년까지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왜 청년과 대학생은 기를 쓰고 수도권으로 몰려가는가는가?

“지방 대학은 지역 청년 유출을 막는 ‘인재의 댐’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지방대학 교수의 대안이다. 지방대학은 경쟁성장의 시기에 고등교육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했고,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런데 21세기 산업구조 개편은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요구한다. 시대의 변화는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인재의 배출로 감당할 수 있다. 정부는 지방민의 삶을 보장하는 산업기반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시장주의에 맡기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방소멸을 방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전환의 구심점으로서 지방대학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와 함께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새로운 삶의 공간을 열어갈 시스템을 만들어가도록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2021년 6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주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제고 방안’은 참고할만하다. “보다 혁신적인 지방대학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대학 정책의 초점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시·도 또는 권역) 단위로 이양해야 하며, 준비된 지역에 대해서 과감한 권한 이양(정원, 학과 신설, 운영형태 다변화 등)과 재정 투입이 수반되어야 한다.”

냉정하게 성찰하자…왜 수도권으로 몰려가는가

그러나 지방대학의 문제는 외적 요인과 정책적 관점에서만 해결될 수 없다. 대학 내적인 논리에서 접근할 때, 지방대학의 자생력 강화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모두 외적 요인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학은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 주체가 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다. 

냉정하게 성찰하자! 왜 청년과 대학생은 기를 쓰고 수도권으로 몰려가는가? 지방대학이 학생으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스스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적응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법인과 대학 본부, 교수의 성찰과 노력 부족, 교육부의 관료주의적-행정편의주의적 대학 관리와 통제, 대학의 개성과 특성을 무시한 평가로 인한 획일화·서열화 등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지방대학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소멸을 막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학생의 선택을 받는 대학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대학의 정체성에 관한 새로운 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학을 위한 근본적인 검토,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원감축만 강요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사학법인은 공익법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는 망각한 채 소유권과 자율성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버리고, 국·사립대를 막론하고 무기력한 모습의 교수들은 자성해야 한다. 사학법인의 무분별한 ‘비정년트랙’ 교수 임용, 예산은 적지 않지만 효율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지 못한 R&D사업, 사회변혁의 주체적 인식을 포기하고 전공의 섬에 갇혀 사회적 존중을 스스로 거부하며 파편화하는 교수들. 대학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은 이유가 있다.

이미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대학육성법」을 비롯하여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안」 등 지방소멸과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 관련 각종 특별법·특례법·진흥법의 모법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생리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대학의 비전과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할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의 질적 향상, 대학교원의 연구와 교육 수준 향상, 균형발전을 위한 대학의 필요성 등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법으로서 대학법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
현재 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산대를 졸업하고 텍사스주립대에서 영어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기술교육대 교수협의회 회장을 거쳐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주로 언어와 학습심리 및 언어교육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역서로 『욕망의 진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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