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8:05 (화)
사립대학법 제정, ‘공교육’ 일관성 갖춘 교육법 체계로
사립대학법 제정, ‘공교육’ 일관성 갖춘 교육법 체계로
  • 임상혁
  • 승인 2022.01.26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⑦ 사립대학법, 교육법 정립과 발전을 위하여

사립대학법은 교육기본법의 체제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 
고등교육법 제3조를 실현하는 그 부속 법률의 지위여야 한다. 
일국의 교육법 체제는 국·공·사립의 모든 영역에서 공교육을 일관되게 규율하는 구성을 가져야 한다.

 

정규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교육법의 기본 체계는, 교육 전반의 기본법으로 「교육기본법」이 있고, 각급 교육과정에 맞추어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이 그에 부속하는 체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교육기본법」 제1조는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며, 나머지 세 법률의 제1조는 모두 “「교육기본법」 제9조에 따라 고등교육(유아교육, 초ㆍ중등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나름 교육과정의 질적 차이에 기반한 체계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에 따르면 대학 단위의 교육을 규율하는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법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다들 우리는 대학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 법률이 대학법으로서의 구실을 수행한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라 할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고등교육법이 있는데, 왜 대학법을?

「고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제3조에서는, 학교는 설립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사립의 부문에 대하여는 바로 「사립학교법」이 특별법의 형태로 존재한다. 모든 단위의 사립학교를 포괄하여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이 법률은 정규교육과정의 공적 규율에서 주요한 부문을 뭉텅 떼어가 버린다.

80%를 넘는 수가 사립인 대학의 상황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기본법」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법 체계는 사실상 국·공립학교의 법으로 제한되고 만다. 특히나 「고등교육법」은 더욱 쪼그라든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 교육이 「교육기본법」의 체계와 「사립학교법」의 규율 영역이라는 두 가지 바퀴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야 할 지경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이유까지 있다.

교육을 숭상하는 훌륭한 문화 전통은 제헌헌법에서부터 교육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였다. 이에 터잡아 이듬해에는 「교육법」이 제정되어 교육의 기본법으로 운영되었다. 「사립학교법」은 그에 대한 특별법으로 이른 시기인 1963년에 만들어졌다. 사립학교는 이 법만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구하였기에, 재단 이사회에 총장을 위시하여 모든 직원까지 임명할 권한을 부여하여 국가공교육의 통제를 사실상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오늘날까지 끊이지 않는 사학 비리의 원인을 마련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정치적 민주화, 비약적 사회 발전에 따라 교육환경도 급격히 다변화하면서 이런 체계의 문제점들은 수도 없이 드러내 왔지만, 1997년 말이 되어서야 「교육법」의 체제에 개편이 이루어진다. 이 법 대신에 「교육기본법」을 두고 「고등교육법」 등의 전문적인 규율의 법률들이 그에 부속하는 현행의 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체제는 발전적이라 할 수 있다. 「교육기본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각급 학교의 질적인 차이에 따른 전문적인 규율을 하는 진전을 이룬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에서의 교육 목적을 보면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다(제38조, 제41조, 제45조). 반면에 대학 교육의 목적은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라 규정한다(「고등교육법」 제28조). 대학은 기초학문과 응용과학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교육기관이라 선언하면서 이를 특별히 규율할 수 있게 한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 부응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런 이상은 달성되지 못했다. 이때의 개편에서 「사립학교법」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대학까지 감당할 수 있나

공교육을 이루는 다른 법률들이 「교육기본법」에 부속하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사립학교법」은 오히려 목적 조항에서부터 사학 자주성의 확보를 표방한다(제1조). 제정 때부터 있던 이런 기세는 사학 권력을 더욱 거세고 공고해지도록 키우며 교육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데 길을 닦아주고 있다. 헌법상의 학문의 자유는 실질적으로 대학의 자유라는 데 이론이 없다. 여기에서 당연히 대학의 자율성이 도출된다.

이는 대학의 운영에 비교육적 요소들이 개입하지 않고 「고등교육법」에서 말하는 심오한 학문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대학을 본연의 의의에 맞게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 사항이 한국 사회에서는 전혀 구현되지 못한다. 일례로 대학 운영의 본연을 조금이나마 실현해보고자 대학평의원회를 도입했지만 교수가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구성으로 입법되고 만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생을 교육하는 사립대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공립, 사립의 구별 논란이 아니라, 한국 대학의 장래, 국민 교육의 미래이다. 이의 단초를 열어 보고자 곳곳에서 「사립대학법」의 제정을 주장한다. 공교육의 가장 중요하고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사립대학에 대해 연구와 교육을 중심으로 하여 대학구성원의 지위와 역할을 규정하고, 이들의 전문성이 발휘되는 대학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동안의 오랜 염원이 이제는 실현되기를 온 국민이 열망하는 것이다.

대학이 국가경쟁력을 선도한다는 국가의 끝없는 강조는 당연히 사회적 공공성의 확보, 교육 전문성의 경영,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사립대학에 이루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로 나아가야 한다.

「사립대학법」의 제정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유치원, 초·중·고교까지 통제하는 「사립학교법」으로써 가장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여 국가경쟁력을 선도하여야 할 대학까지 일률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것부터 적당하지 않다. 「사립대학법」의 제정은 이를 해결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본 우리 교육법의 체제를 정상화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할 것이다.

신설될 법은 「교육기본법」의 체제 안에 자리 잡아야 한다. 곧, 「고등교육법」 제3조를 실현하는 그 부속 법률의 지위여야 한다. 일국의 교육법 체제는 국·공·사립의 모든 영역에서 공교육을 일관되게 규율하는 구성을 가져야 한다. 「사립대학법」의 제정은 대한민국 교육법 체계를 바로 세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교련 법무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학사, 석사를 거쳐 민사소송법으로 박사를 했다. 역사와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의 역할에 관심을 쏟는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는 ‘삼각지 연구팀’의 집단지성으로 마련이 되었고, 연재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음은 ‘삼각지 연구팀’ 참여 교수입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김유경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전 경북대 사학과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중앙대 의대 생리학교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장·안동대 사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유원준 한국교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경희대 사학과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법무위원장·숭실대 법과대학 △장민수 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이번 기획연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반론이나 또 다른 제안도 좋습니다. editor@kyosu.net 로 보내 주십시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