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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체제’ 총체적 진단…업그레이드 위한 ‘미래 구상’ 밝힌다
한국 ‘대학체제’ 총체적 진단…업그레이드 위한 ‘미래 구상’ 밝힌다
  • 안상준 양성렬
  • 승인 2021.12.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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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대학법으로 국립대가 고등교육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지역사회의 재도약을 견인하는 국가균형발전의 구심점이 되도록 보장하는 한편, 
사립대는 건실한 사립대와 그렇지 못한 사립대로 구분하여 
과감한 지원과 엄격한 퇴출을 전제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바야흐로 대학법이 고등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국회 국립대학법연구팀이 결성되었고 연구팀의 초안을 토대로 공청회를 개최한 유기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지난달 17일 국립대학법(안)을 발의하였다. 이미 집권 여당의 다른 의원들(서동용과 조승래)이 두 건의 국립대학법(안)을 제안한 바 있어,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결연한 의지가 감지된다.

그렇다면 왜 여당은 국립대학법을 제정하려고 하는가? 그 출발점은 바로 대학의 위기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들이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고, 여기에는 국립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하는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의 공멸을 막기 위한 국가적 대응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곧장 국가적 위기로 확산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 아래 국립대학법 제정은 국립대학을 안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의 구심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학의 진짜 위기는 무엇인가…대학의 질적 수준을 말하자

그러나 현재 대학의 위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대학은 외부적 위협 못지않게 본질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그것이다. 대학은 산업구조의 변동과 사회 발전을 주도하는 고급 인력 양성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회의적이다. 대학에 대한 관리 감독과 예산 분배를 장악하고 있는 교육부는 대학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했는가? 이에 대한 답 또한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사회가 요구하는 고급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여 공급할 것인가? 문제의 본질은 바로 대학의 질적 수준 향상에 있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을 나누고,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을 쪼개어 이해관계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학체제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원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내의 격차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재 양성 전략을 짜야 한다. 그 전략의 밑바탕이 바로 대학법이다. 

대학이 명실상부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고, 그 결과물로서 탁월한 연구성과와 우수한 핵심 인재를 배출하는 기본전제는 안정적인 재정지원이다. 교육 및 연구 환경의 개선, 교수 1인당 학생 수의 합리적 조정, 우수 인력의 유치 등 교육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한 알파와 오메가는 곧 재정이다. 그래서 유기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과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 모두 재정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문제는 재정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정지원만으로는 대학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대학구조 때문이다. 고등교육 수요의 80% 이상을 사립대학이 감당하는데, 여전히 부실과 비리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사립대학이 적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사립대학의 존재 목적과 특성, 규모의 차이를 고려하여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수도권 사립대에 한참 뒤처진 국립대학의 현실과 사립대의 투명한 회계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않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심한 국립대와 비리의 사립대, 이 질곡의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바로 「대학법」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법으로 국립대가 고등교육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실현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지역사회의 재도약을 견인하는 국가균형발전의 구심점이 되도록 보장하는 한편, 사립대는 건실한 사립대와 그렇지 못한 사립대로 구분하여 과감한 지원과 엄격한 퇴출을 전제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00년 이후 문을 닫은 대학은 올해까지 모두 18곳으로, 1곳을 제외하고 모두 비수도권 사립대학이다.

그런데 이들 폐교대학의 대학법인들 상당수는 해산되지 않고 건재하고 있다. 이유는 폐교 절차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해당 대학의 구성원들은 임금 체불 문제 등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앞으로 무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의 현황과 역사적 배경을 두루 살피고 이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는 대학법의 제정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법 체제 논의, 상호 소통하며 ‘공론장’으로

2020년 5월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국·사립대학 교수들이 의기투합해서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대학의 본질부터 구체적 통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부터 지구촌의 대학 문제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학정책 실종의 원인과 바람직한 정책 대안 등 대학에 관한 논의를 부단히 이어갔다. 거의 매주 모여 밤늦게까지 종일 토론하였고, 때로는 주말 내내 밤샘하며 머리를 맞대고 결론 도출에 골몰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출간이 임박한 단행본 대학법 체제 정비이다.

단행본 원고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교수신문>이 대학법을 기획 연재물로 게재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대학법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교수가 드문 현실에서 대학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금까지 대학법도 없이 대학이 설립되고 운영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로 여겨 동의하였다.

이제 우리는 한국 대학체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미래 구상을 밝힐 것이다. 총 12회 분량의 기획 연재는 고등교육 관련 법체계의 난맥상, 대학법의 필요성, 우리의 모델로서 선진국의 대학법, 현행 사립학교법의 문제점과 사립대학법의 당위성, 발의된 국립대학법안의 쟁점과 전망, 사립대학법 제정의 방향과 제언, 나아가 대학법의 제정이 대학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 등 대학과 관련한 전방위적 주제를 다룬다. 또한 대학법의 이해당사자들인 정부와 사학법인의 의견, 대학구성원의 반응과 국민 여론 등을 수렴하여 기획 연재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상호 소통의 과정을 거칠 것임을 밝혀 둔다.

새로운 시도에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의무감을 느낀다. 이 기획 연재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의견이 쇄도하여 차후 공론장에서 대학법 체제의 대전환이 다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는 ‘삼각지 연구팀’의 집단지성으로 마련이 되었고, 연재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음은 ‘삼각지 연구팀’ 참여 교수입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김유경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전 경북대 사학과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중앙대 의대 생리학교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장·국립안동대 사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유원준 한국교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경희대 사학과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법무위원장·숭실대 법과대학 △장민수 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이번 기획연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습니다. 반론이나 또 다른 제안도 좋습니다. editor@kyosu.net 으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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