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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재정지원만 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국립대, 재정지원만 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 안상준
  • 승인 2022.01.18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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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⑥ 국립대학법안, 이것이 아쉽다

국립대는 사립대가 할 수 없는 기초·보호학문 분야의 수호와 
대규모 예산소요 분야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국립대의 역할이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될 때, 
균형발전도 국립대의 위상회복도 궤도에 오를 수 있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아우르는 대학체제의 대전환을 고려해 전략을 짜는 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교수신문> 기획연재를 시작(2021년 12월 6일)할 때, 우리는 지난해 11월 17일 여당 의원 29명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의 통과에 기대를 걸었다. 혹자는 집권 여당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았고, 혹자는 지방 국립대의 지위와 역할을 회복하려는 국립대 구성원의 간절한 염원을 빌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작성하는 오늘까지도 법안은 ‘소관위 접수’에 머물고 있다. 왜 국립대학법 제정은 지연되고 있는가? 

국립대학법 제정, 지연되는 세 가지 이유

필자의 판단에 따르면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교육부의 적극적인 저항이다. 교육 관련 법체계의 난맥상을 방치하고, 대학자치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법률 제정의 의무를 오랜 세월 방기한 교육부가 아니던가? 이 법안이 내용상 후퇴했을망정 대학자치와 자율성의 기미는 남아있다. 정진후 의원이 일찍이 지적한 것처럼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의 부속기관이자 단순한 교육행정 집행기관에 불과한” 국립대학의 위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 단초 중 하나는 국립대학을 관리·통제하는 사무국장 제도의 개선이다. 애당초 2017년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공들여 작성했던 국립대학법 초안은 총장이 교원이나 고위공무원 가운데 사무국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파격적인 제안은 2021년 6월 공청회에서 “사무국장은 …… 총장의 추천으로 교육부장관이 임명한다”로, 최종 발의안에서는 다시 “해당 대학의 의견을 들어 교육부장관이 임명한다”로 거듭 후퇴한다. 통과를 위한 발의자의 고뇌와 관리·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교육부의 강한 의지가 동시에 느껴진다.

둘째,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의식한 전략적 부재이다. 필자는 법안 대표발의자의 양식과 역량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을뿐더러, 국립대의 미래와 국가균형발전을 향한 그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립대의 비중 80%’라는 고등교육 체제의 왜곡을 극복하면서 국립대학법을 제정하려는 뚝심과 슬기가 2%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 국민은 왜곡된 교육체제에 적응하였다. 당장 ‘우리 아이’의 미래가 시급하기에 ‘지방 국립대’ 육성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또 대학 서열화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좋은 대학’ 보내기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 법안이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우리만의 문제와 희망으로 머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사립대와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반영하면서 국립대 발전을 도모하는 법안을 제시할 때, 비로소 이 법안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국민의 지지가 생기리라 상상한다. 

셋째, 발의된 「국립대학법안」 자체의 문제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법안에는 2017년의 국교련 초안에 발현된 국립대의 지위 향상과 발전 전략에 관한 철학이 없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높여, 학문을 발전시키고 인재를 양성하며,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함”이라고 법안 제정의 목적을 밝히지만, 국립대의 명확한 상(像)을 정립하지도 않고 또 숭고한 목적들을 실현하려는 의지와 방안도 보여주지 못한다.

지난해 6월 9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모습이다. 

2017년의 초안이 국립대학을 “국가기관으로 규정하고 대학운영에 관한 독립된 권리와 권한을 행사하고 의무를 부담하는 공법인”으로 규정하였지만, 이러한 초안의 정신이 2021년 법안에서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결국, 이 법안은 재정지원만 이루어지면 국립대의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이 연재 첫 회에 이미 필자는 재정지원이 대학운영의 알파와 오메가임을 지적했다. 그런데 재정지원의 중요성 측면에서 보자면, 14년째 등록금 동결하에서 국가의 일반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립대의 고통이 훨씬 더 크지 않겠는가? 

국립대는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대학’으로서 ‘대학다운 대학’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공정한(?) ‘능력주의’ 신앙이 빚은 대학 서열화 속에서도, 대다수 우수 학생이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시장 논리에 따른 대학평가가 아무리 지방에 소재한 국립대에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국립대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

지방정부 역할·권한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먼저 2017년 국교련 초안의 품격 높은 조항들을 되살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총장독임제의 폐해를 막고 민주적 대학운영을 위해 도입된 ‘대학평의(원)회’의 의결기구화, 총장의 사무국장 임명(적어도 추천), 국립대 교원 확보 기준의 정립(인문사회 20명, 자연과학·공학·예술 15명, 의학 5명), 한국국립대학교육협의회의 설치 등 주옥같은 조항들이 제시되어 있다.

나아가 국립대는 사립대가 할 수 없는 기초·보호학문 분야의 수호와 대규모 예산소요 분야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야 한다. 이런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대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수준이 되든 OECD 평균이 되든 ‘대학다운 대학’을 실현하기 위한 적정한 재정지원 조항이 반영될 때, 이 법안은 명실상부하게 전국의 모든 국립대를 살리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런 원칙의 고수가 현실적인 고민과 어우러지면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원래 국립대는 국가균형발전의 산물이었다. 1950년대에 식민지 유산을 물려받아 국립대가 생겨났고, 정부의 고등교육 재원 요구가 늘어나자 1960년대 이래 사립대가 대거 설립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 경제성장과 고등교육 수요의 폭증에 따라 두 번째로 국립대 설립 붐이 일었고 곧이어 대학정원이 대규모로 늘어났다. 이런 대학체제 확대 과정을 겪으면서 국립대는 국가 산업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자리 잡았고, 지역인재 배출의 요람이자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21세기에 균형발전의 구호 속에서도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역설적인 현실을 맞아 국립대는 이제 ‘한낱 지방대’로 추락했다. 소위 거점국립대가 수도권의 중하위권 대학보다 뒤처진다는 주장마저 지겨운 타령이 되었다. 악순환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지방소멸과 국립대의 위상 추락을 막는 대책은 여전히 국가균형발전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국립대의 역할이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될 때, 균형발전도 국립대의 위상회복도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이때 반드시 국립대와 사립대를 아우르는 대학체제의 대전환을 고려하여 전략을 짜는 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바야흐로 대학체제의 대전환에서 또 하나의 주체는 지방정부이다. 현재 법안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매우 추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필요한 경우 국립대학에 재정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제시된다. 과연 누가 사업의 관련성 및 필요한 경우를 판단하는가? 중앙정부-지방정부-대학 3자의 관계 설정,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행 등 촘촘한 검토가 시급하다.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국립대는 기본적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고등인력을 양성하는 국가기관이자 지역사회의 버팀목이다. 이런 정체성 위에 대전환의 시기에 ‘대학다운 대학’으로서 국립대가 거듭날 최선의 방안 및 국가균형발전의 국가적 비전에 맞게 국립대의 위상과 역할이 「국립대학법」에 명시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교육부의 인식 전환을 바란다. 더 이상 관리·통제의 대상이 아닌, 국립대가 ‘좋은 대학, 가고 싶은 대학, 보내고 싶은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 수단과 재정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장·국립안동대 교수회장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한다. 독일 보쿰-루르대학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부터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십자군 전쟁 단행본 저술과 『십자군 이념의 기원』(한국연구재단 명저번역)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공저로 『서양사 속빈곤과 빈민』과 『대학법 체제 정비』, 역서로 『도시로 본 중세유럽』과 『폴란드 근현대사』가 있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는 ‘삼각지 연구팀’의 집단지성으로 마련이 되었고, 연재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음은 ‘삼각지 연구팀’ 참여 교수입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김유경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전 경북대 사학과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중앙대 의대 생리학교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장·국립안동대 사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유원준 한국교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경희대 사학과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법무위원장·숭실대 법과대학 △장민수 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이번 기획연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반론이나 또 다른 제안도 좋습니다. editor@kyosu.net 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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