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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교수와 학생’…구성원 상세하게 규정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교수와 학생’…구성원 상세하게 규정
  • 김유경
  • 승인 2021.12.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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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③ 선진국의 대학법, 무엇을 담고 있나

독일의 「대학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학의 사명과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의 자격과 권리, 의무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학과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 및 ‘학생’의 자격과 이들의 권리보장에 대한 것이다.
나아가 대학의 성취, 즉 퍼포먼스와 질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도 담고 있다.


중세유럽에 기원을 두고 있는 대학은 애초에 그 구성원의 상호부조와 이익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동업조합의 형태로 출범하였다. 대학은 외부사회로부터 일정하게 독립된 치외법권적 자치를 누렸지만, 근대 초기에는 열국의 군주들이 대학 설립을 주도하고 재정을 지원하면서 그 자치권이 위축되기도 하였다. 오랜 세월 부침을 겪으면서 서구의 대학은 설립 주체인 군주나 국가의 보호 아래 존속할 수 있었고, 정교수들로 구성되는 교수의회가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소위 ‘공치적 자치(Kollegiale Autonomie)’로 운영되었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엘리트집단의 양성기관이었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대개 자치적 거버넌스와 관습에 따라 운영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중사회의 출현으로 대학은 변화의 물결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풍요로운 사회복지의 구현은 대중의 고등교육 수요를 촉발하여,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서유럽 각국과 미국에서는 대학 설립의 붐이 일었다. 대학생은 이제 더 이상 엘리트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수요에 맞춰 양성되는 고급 노동력으로 인식되었다. 이 신세대 대학생은 이른바 ‘68운동’을 통하여 거대한 갈등과 전환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고등교육 수혜자의 폭발적인 증가, 대학 규모의 확대와 분과학문의 고도한 분화, 대학 내부조직의 비대화 등 대학운영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과거 정교수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치적 자치는 내적인 한계에 봉착했고, 대외적으로도 구시대의 유산이라는 인식이 확산하였다.

대중대학의 출현…20세기 후반 유럽·미국 ‘대학법’ 제정

국가와 사회의 막대한 재정지원 없이 대규모의 대중대학은 유지될 수 없었다. 거대해진 학문조직이자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이 안고 있는 학사 및 연구체제의 관리와 운영은 합당한 전문성과 민활한 행정역량을 요구했다. 나아가 막대한 재정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가와 사회는 대학에 일정한 수준의 산출물-연구성과와 전문인력 양성 배출을 요구하고, 대학의 책무 이행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 당연히 대학구성원이 대학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참여하겠다는 요구도 거세졌다. 이러한 거버넌스 참여를 둘러싸고 대학구성원 내부의 갈등, 대학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외부의 촉각도 예민해지게 되었다. 

이렇듯 대학 안팎의 제반 사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규율하려는 의도에서 20세기 후반에 들어 비로소 유럽 각국과 미국의 정부는 대학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대학법의 제정 동기와 목적은 나라별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며, 그에 상응하여 법률의 구성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여기서는 고등교육의 보편성과 대학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독일연방공화국의 대학법 체제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제정될 우리 대학법의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1976년 고등교육의 기본방향과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대학기본법」을 제정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각 주의 정부가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대학법」을 제정하였다. 그 이후 1990년 독일의 통일, 1992년 유럽연합의 결성 및 밀레니엄 전환 직전 체결된 볼로냐 프로세스 등 국내외의 급격한 변동을 반영하여 학사구조의 거대한 변경을 거치면서 「대학기본법」과 「대학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대학기본법」은 대학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과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규정한다. 큰 틀에서 이 법은 학업, 강의 및 연구와 같은 대학의 기본기능을 세세히 열거하고, 대학의 사명을 명시하고, 나아가 대학의 구성원과 대학의 법적 지위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대학의 사명을 선언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 사명을 구현하는 대학구성원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각각의 기능 즉 수학(修學), 교수(敎授), 연구 행위에 관련된 여러 규정에 정연한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

대학법은 구성원의 자격과 권한, 의무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 사진=펙셀

대학의 역량과 질은 결국 ‘사람의 자질’

한편, 각 주의 「대학법」은 「대학기본법」을 준용하여 해당 주의 대학 설치 현황에 상응하여 대학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실질적으로 규율한다. 기본적으로 「대학법」은 수학과 교수, 연구 그리고 일정한 수학 과정의 종료를 확정하는 시험(학위취득에 연관)에 관하여 매우 상세한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 「대학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학의 사명과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의 자격과 권리, 의무에 대하여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대학의 평판, 역량,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대학을 구성하는 사람의 자질에 달려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그리하여 대학과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여러 종류의 학문적, 예술적 연구, 교수 활동에 종사) 및 ‘학생’의 자격과 이들의 권리보장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담고 있다.

이는 대학조직이 순탄하게 작동하려면 구성원의 범위와 자격, 권한, 의무에 관한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의식의 반영이다. ‘대학의 장’에서부터 대학본부와 단과대학의 구성, 의사결정과정 등 대학을 최고의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온전하게 구현하기 위하여 대학법은 연구와 교육에 직접 종사 혹은 관여하는 교원에 대한 상세한 규정과 함께 이들에게 가장 많은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대학법」은 총장과 본부의 권한을 과거보다 강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으나, 전임교원, 비전임교원, 학생 및 기타 요원으로 구성되는 대학평의회(akademischer Senat)가 여전히 대학 내 의사결정의 가장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의 장 선출부터 대학의 발전계획, 기구개편 및 구조조정, 재정운영 등 주요 사안들은 반드시 대학평의회의 결정, 동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총장이 주도하는 수직적인 조직운영과 대학평의회가 주도하는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조화를 이루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대학법은 대학의 성취, 즉 퍼포먼스와 질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정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의 감독권과 대학의 의무도 역시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구체적인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학칙에 위임하고 대체로 국가와 대학의 협의에 따라 처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정된 지면에 상세한 내용을 전부 소개하기가 어려우나 일단 독일 대학법의 정신에서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대학의 구성요소는 결국 인적 요소, 그 구성원에 대한 상세하며 공들인 규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논의되는 국립대학법과 향후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사립대학법 역시 대학구성원에 관한 부분을 명징하게 규정함으로써 운영의 묘를 살리고 학내 갈등의 소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김유경 전 경북대 사학과 교수
서울대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대에서 서양중세사로 박사를 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저서 『서양중세사강좌』, 역서 『유럽 대학의 역사』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19세기 독일 대학과 역사학의 제도화」, 「유럽의 기록관/기록관 소장물과 근대 역사학-독일어권의 사례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는 ‘삼각지 연구팀’의 집단지성으로 마련이 되었고, 연재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음은 ‘삼각지 연구팀’ 참여 교수입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김유경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전 경북대 사학과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중앙대 의대 생리학교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장·안동대 사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유원준 한국교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경희대 사학과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법무위원장·숭실대 법과대학 △장민수 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이번 기획연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반론이나 또 다른 제안도 좋습니다. editor@kyosu.net 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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