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소설 입문
이승우 소설 입문
  • 박아르마 서평위원/건양대·불문학
  • 승인 2018.08.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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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이승우 작가의 신작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이 출간됐다. 우리 작가들 중에는 문학성과 대중성 중 어느 한 쪽만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둘 다 지니고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우리끼리 읽을 때는 사회적 혹은 문화적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여 내놓기에는 우리 스스로 불안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승우의 소설은 문학적 평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성도가 높은 상당한 수의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작가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문학작품에서는 드물게 논리적인 문장을 쓰고, 인물의 개성이나 장소성에 기대는 대신 보다 근원적인 것을 찾는 성향 덕분에 서구의 언어로 소개했을 때도 이해와 수용에 어려움이 없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독자들은 그런 사실을 『생의 이면』과 『식물들의 사생활』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확인했다.

다만 최근에 나온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을 읽은 이승우 작가 애호가라면 몇 가지 의문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작가는 왜 이렇게 짧은 소설을 썼을까? 이 소설은 단편인가 혹은 단상斷想인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작가의 자발적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편집자의 권유였을까? 혹은 책을 읽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서 독서의 수월성을 담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까? 심지어는 ‘휴가지에서 읽을 책 목록’을 고려한 출판사의 기획이었을까? 이런 의문을 뒤로하고 27편의 단편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상당한 흡입력 속에서 책장을 넘기게 되고 삶에 대한 혹은 경험에 대한 공감 속에서 우리가 알았던 이승우 작가와 다시 만나게 된다. 

첫 번째 단편 「만든 눈물 참은 눈물」에서 작가는,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의 의미를 “요컨대 어느 쪽이든 연기라는 건 분명하다. 안 나오는 것을 ‘일부러’ 나오는 것처럼 하거나 나오는 것을 ‘애써’ 참는 척하거나 연기일 수밖에 없고, 감정을 배반한다는 점에서 이 연기는 자연에 반한다. ‘일부러’든 ‘애써’든 이 연기를 보는 일이 불편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고 ‘논증’한다. 「읽지 않은 것으로부터」에 나오는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이 다른 작가의 표절일지도 모른다는 강박증 때문에 글을 쓸 수 없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똑같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고 아직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세상 어딘가에 같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먹지 않거나 굶거나」에서는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경우와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 경우 중에 더 고통스러운 것은 어느 쪽일까’를 고심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승우 작가는 ‘선택의 강박증’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삶의 세세한 부분에서 사소해보이지만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선택지를 제시한다. 소설가에게 있어 최선의 문장은 퇴고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것인지 아니면 최초의 발상에서 나온 것인지 묻게 된다(「최선의 문장」). 연인과 헤어진 뒤에는 내가 상대를 ‘지운 것’인지 아니면 상대에게서 ‘지워진 것’인지 고심하게 된다 (「합리화 혹은 속임수」). 때로는 어떤 선택이든 결과는 같을 수 있고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삶의 결과 역시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선택은 중요하다. 바리스타에게는 아이스커피를 만들기 위해 에스프레소에 얼음을 넣는 것이 아니라 얼음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다면 상대를 지우는 대신 내가 지워지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떻게 만들었든 둘 다 같은 아이스커피이고, 결별의 과정이 어떻든 헤어졌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선택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작가는 수없이 고친 문장보다 고심 끝에 나온 최초의 문장이 ‘최선의 문장’이라고 선택의 갈림길에 있는 독자에게 비교적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는 두 가지 사실을 나란히 제시하는 ‘그리고’ 대신 선택의 가능성을 말하는 ‘혹은’이 삶의 진실이라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누구에게도 선택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식인’이 우리의 선택을 대신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어쨌든 『만든 눈물 참은 눈물』은 이승우 작가의 소설을 이미 읽은 독자에게는 그의 말의 문법을 다시 확인하는 즐거움을 줄 신간으로서, 최초의 독자에게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보게 해줄 입문서로서 의미가 있다.

 

박아르마 서평위원/건양대·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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