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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과 우리나라의 교육
평균의 종말과 우리나라의 교육
  • 이강재 서울대·중문과
  • 승인 2018.04.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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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에디슨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학교에서는 낙제를 거듭하고 문제 청소년으로 지내다가 고생스러운 인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농담처럼 가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전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최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공부해서 결국 서울대 교수가 됐다고 한다면, 그것을 사실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는 하버드대 대학원의 교수가 된 토드 로즈의 실화이다. 그는 『평균의 종말』(2018, 정미나 옮김, 21세기북스)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번역된 『The End of Average』라는 책의 저자이다.

저자는 평균의 시대에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고 한다.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라는 신념과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신념이 그것이다. 반면에 평균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개인성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모든 일에 대해 획일적 방식으로 평가하고 등급화하며 우월한지 열등한지를 구분하려고 할 뿐 그 속에서 개개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실을 자주 봐왔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평균이라는 허상이 어떻게 교육을 속여 왔나’, ‘평균주의가 망친 교육을 다시 설계하라’ 등으로 대표되는 이 책의 문제의식이 우리의 교육과 관련된 것에게 아주 새로운 이야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평균’, ‘평균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이지 그로부터 파생된 현재의 교육이 갖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평균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라는 세 가지 개념을 채택할 것을 대안으로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에서 공부를 통해 실력을 쌓기보다는 좋은 성적과 학위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 됐고 이 때문에 고비용저효율의 대학으로 많은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딘지 허전함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것은 아마도 교육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로서 느껴야 하는 갈등 때문이다. 장기적인 전망에서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길을 찾아가도록 기다리고 응원해주어야 함에도 그럴 수 없는 학교와 사회의 분위기를 자주 느낀다. 아이는 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차별을 매번 목도하면서 좌절해야 하고 부모 역시 그렇게 좌절하는 아이를 옆에서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한편으로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평균 이상의 자녀가 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으로 사교육을 찾게 된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도 좌절감이 없을 수 없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교육, 개개인성에 의한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가능한 구조여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 또한 갈수록 대학의 재원 부족이 심화되면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소수 강의는 줄어들거나 폐지시키고 대형 강의가 권장되거나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의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는 교육부의 정책이나 간섭은 대학의 자율성, 혹은 대학의 개개인성에 근거한 교육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개개인성에 근거한 교육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요인은 부모로서나 교육자로서도 나 역시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과 함께, 우리 사회가 미국 등에 비해 ‘패자부활전’이 사실상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최저임금의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하버드대 교수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우리 사회는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나로서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자녀가, 그리고 우리의 학생이 평균보다 뛰어난 사람으로서 살아가기만을 간절히 소망하면서 그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준 문제의식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그것이 교육현장에서만 노력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학교에서 교육자로서 학생을 대할 때 최대한 그들의 개개인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개인별 특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다려주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우선시돼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에서 개개인성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재화의 투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취업이나 진로 선택을 비롯한 사회적 활동에 있어서는 ‘학위가 아닌 자격증’이나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에 근거한 인재 평가시스템이 갖춰져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시적으로 패자가 됐다고 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만 한다. 그때 비로소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평균이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

 

 

이강재 서울대·중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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