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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은 왜 지금도 위대한가?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은 왜 지금도 위대한가?
  • 김환규 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8.02.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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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환규 전북대·생명과학과

멘델(G. Mendel, 1822~1884)은 1865년에 『잡종식물의 연구』란 저서를 통해 유전 가능한 형질의 존재를 제시했으며, 1874년에 화학자인 미셔(F. Miescher, 1844~1895)는 핵산의 존재를 최초로 밝혔다. 이후 염색체 상에 유전자가 있다는 염색체설이 제시됐고 1910년에 모간(T. H. Morgan, 1866~1945)은 연관군과 염색체와의 관계를 밝혔다. 이후 단백질과 핵산 중 무엇이 유전물질인가를 두고 수많은 주장과 실험이 진행됐다.

1946년에 물리학자인 슈레딩거(E. Schr?dinger, 1887~1961)는 “유전자가 살아있는 세포의 핵심 구성성분이며, 따라서 생명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세균학자인 에이버리(O. T. Avery, 1877~1955)는 정제한 DNA 분자에 의해 유전 가능한 형질이 한 세균으로부터 다른 세균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1950년에 샤가프(E. Chargaff, 1905~2002)는 각 생물종이 갖고 있는 디옥시뉴클레오타이드의 염기 조성을 연구한 결과, 아데닌(A)의 양은 티민(T)의 양과 같고, 구아닌(G)의 양은 시토신(C)의 양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윌킨스(M. Wilkins)와 프랭클린(R. Franklin)은 X-레이 회절실험을 통해 DNA를 촬영했으며, 유사한 방법으로 페루츠(M. F. Perutz)는 알파-나선 구조를 보이는 단백질을 촬영하여 폴링(L. Pauling)의 예측을 확인했다. 폴링의 알파-나선에 대한 연구는 윌킨스로 하여금 DNA 분자 역시 나선구조일 것이라 생각하게 했다. 이후 1952년에 허쉬(A. D. Hershey)와 체이스(M. Chase)에 의해 DNA가 유전물질임이 최종적으로 확증됐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1953년에 왓슨(J.  D. Watson)과 크릭(F. Crick)이 X-레이 회절실험 자료와 입체화학 법칙을 충족시키는 ‘이중나선 모델’을 제시했다. 왓슨과 크릭이 탁월한 점은 여러 연구자들의 업적을 종합하여 완벽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멘델에서부터 시작하여 DNA 이중나선 구조가 밝혀지기 전까지의 생물학 영역을 ‘고전 유전학’이라 하고, 그 이후의 생물학을 ‘현대 유전학’이라 하는데 이때부터 진정한 분자생물학이 출현했다.

1968년에 왓슨이 집필한 『이중나선』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 대한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998년에 미국의 Modern Librarys 출판사는 20세기의 100대 명저 중 『이중나선』을 7위에 자리매김했으며, 이 책은 2012년에는 의회도서관에 의해 미국을 주조한 88권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중나선』은 과학책이라기보다 과학자에 대한 문학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중나선에서 시작된 새로운 지식은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진전시킨 강력한 힘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중나선』에서 그는 밝혀진 사실들뿐만 아니라 그가 인간적으로 느꼈던 것을 함께 기술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젊은이의 패기에 의해 과학적 진리가 발견되고, 그 진리가 참되고 단순할 것이라 신봉했던 도전정신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왓슨은 아이디어가 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기술했으며 연구자들의 호기심과 경쟁심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브래그(W. L. Bragg)는 독자들에게 『이중나선』을 관통하고 있는 3가지 주제, 즉 과학적 흥미, 연구자의 딜레마와 인간적인 면에서 책읽기를 권하고 있다. 첫째는 과학적 흥미이다. 왓슨의 DNA 구조 발견은 열정적인 과학적 흥미를 통해 수행됐으며, 엄청난 규모의 후속 연구가 진행돼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둘째는 과학자의 딜레마로, 과학자들이 연구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마주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관한 것이다. 한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는 동료가 상당히 많은 근거를 축적했으나 성공을 확신하기에는 결정적인 것이 부족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 왓슨은 동료 연구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왓슨은 과학 자체뿐만 아니라 그가 만난 사람들의 개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을 다뤘다기보다 언젠가는 쓰일 역사서의 자료가 될 자서전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나선』은 지난 60년 동안 과학이 어떻게 발달돼 왔는가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왓슨은 『이중나선』 모델을 발표한 후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칼텍과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 교수 및 ‘콜드 스프링 하버’의 연구소장직을 역임했다. 1990년 8월에는 NIH와 DOE 공동으로 인간게놈연구 프로젝트(HGP)를 주도적으로 시작했다. 또한 왓슨은 HGP 예산의 일부를 이 프로젝트가 일으킬 수 있는 과학적 그리고 윤리적 문제에 대한 연구에 투입하도록 주도했다.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됨으로써 생명현상의 이해에 필요한 지식의 축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생물정보학,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시스템생물학 및 합성생물학 등 새로운 학문 및 산업 분야가 열리고 있다. 이 모든 영역의 출발선이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이다.

 

김환규 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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